첫번째해 제자
작성자
김*영
작성일
07.05.25
조회수
1638

첫번째해 제자 2007. 5. 24. 김규영

며칠 전에 수업 시간 중인데 웬 남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규영선생님이시죠? 혹시 언남 초등학교 아시나요?"
나의 첫번째 해의 제자인 권오준이었다. 벌써 40년전, 지금 46살이란다. 서울교육위원회에 전화해서 어렵게 찾았나보다. 첫정이 들어서 그런지 오준이가 전화했을 때 가슴이 찡하고 목이 메였다.
20살에 교대를 갓 졸업하고 처음 발령 받은 곳이 언남국민학교였다. 그 당시에는 말죽거리라고 길은 진흙이었고 대부분 농사를 짓는 농촌이었다.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느라고 그 동네가 서울시로 편입을 했던 것이었다.
학교 전체가 11학급이고 우리반 아이들이 50여 명, 그 당시 다른 서울 시에 있는 학교는 60, 70, 80명인 학교가 있었고, 2부제 3부제를 하던 시절이니까 학생수가 아주 적은 편이었다. 형편이 어려운 학교였으므로 2년만 지나면 다른 학교로 전근 갈 수가 있었다. 교통 수단이 없으므로 흑석동에서 시영 버스를 타고 다녔다. 시간제로 다니던 시영버스는 날씨가 궂어도 잘 오질 않아서 무척 고생했다.
나는 어려서 가정이 파괴된 불행한 아이였다. 그래도 선생님들이 나를 무척이나 사랑해 주시고 돌보아 주셨기 때문에 그나마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정도라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도 그런 선생님들처럼 되고 싶어서 교사가 되었으므로 정말로 열심히 근무했다.
아이들도 아침에 한 시간씩 걸어서 오는 아이도 있고, 사는 형편이 어려웠으므로 잘 씻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냇가로 데려가서 빨랫비누로 목욕시키고 돌맹이를 주워오는 것으로 산수 공부도 하고 뒤에 구룡산에 올라가 놀기도 많이 했다. 그 당시 아이들은 참으로 순진하고 말을 잘 들었다. 권오준이라고 말은 하는데 얼굴은 전혀 생각이 안난다. 눈이 크고 자기 형이 5학년인가 있어서 으쓱대고 다니던 그애인가? 아무래도 생각이 안난다. 집에와서 사진을 찾아보니 1968년도 그 애들 사진은 없고 그 다음해 1969년 아이들 사진만 있다. 그 시절엔 사진기가 귀하던 때니까 두번째해 소풍 때 누군가 찍어줘서 그나마 사진이 남아았다.
그리고 교육감님이 방문하셨었는데 그 때 기자들이 쫓아와서 교실 수업 장면을 찍어 주었다. 사진을 들여다보니 감개무량하다. 어느새 40년이 지났단 말인가? 불과 몇년 전, 아니 몇달전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말이다.
다른 사람들 원망하며 낭비한 세월들이 아깝다. 진작 예수를 믿었어야 하는데... 그러면 고생을 덜하고 평안을 누리며 살았을 텐데....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선생님이 되었을텐데... 벌써 낼모레면 정년퇴직이다.
남은 2년이라도 열심히 하는 수 밖에.......젊은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세월을 아끼라고. 한 평생 길것 같아도 어물어물하다 그냥 지나가 버린다.
인생의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바른 목표를 세워서 열심히,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