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야! 일어나라
작성자
최*하
작성일
09.07.01
조회수
1360

내 아이야! 일어나라
- 지현이 이야기
사랑스런 제자
“... 저... 지현이예요...”
평소와 달리 지현이의 목소리는 떨렸다. 울고 있는 것도 같았다. 무척 당황한 듯, 그리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니 이제는 목소리만 들어도 아이들의 마음을 짐작하게 되었다. 그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이럴 때 “왜 그러니?”하고 물어보아도, 아이들의 입에서는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인내하며 천천히 그 마음을 유도하는 지헤가 필요하다.
나는 잔잔한 목소리로 반갑게 말했다.
“아! 지현아! 반가워.”
지현이는 내가 섬기는 우이제일교회의 고3 학생이다.
지현이는 무척 신앙생활을 잘하고 또 열심히 하는 아이이며 특별한 것에 관심이 많고, 매우 학구적인 아이이기도 하다. 또한 매주일 예배 후에 제자훈련으로 양육된 아이며, 새벽기도와 심야기도 등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사랑스런 제자이다.

저 좀 만나주세요
지현이의 전화를 받을 무렵 나는 영훈고에 있었다.
교회 고등부 주일 예배를 마치고 잠시 학교에 무엇인가를 가지러 온 즈음이었다. 지현이는 간헐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 선생님, 저 좀 만나주시면 안돼요?”
그 목소리의 긴박성을 감지하고 나는 바로 교회 방면으로 차를 몰았다. 운전을 하며 나는 생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고, 그것은 곧 기도로 바뀌었다.
“하나님, 지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무슨 일이 있든, 저와의 만남을 허락하셨으니 지현이 마음을 회복시켜주시고 온전케 하여 주시옵소서...”
차 안에서의 기도는 간절했다. 어느 덧 나는 차안에서 혼자 목소리를 높이며 온 힘을 다해 기도를 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이상했어요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려던 내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교회 앞 음식점에서 만난 지현이는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쏟고 있었고, 입에서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무엇엔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나는 서둘러 지현이를 데리고 식당에서 나와 내 차로 데리고 갔다. 나의 마음은 잠시 혼돈스러웠다. 지현이도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차에 올라서도 지현이는 계속 눈물을 쏟았다. 아니 더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나는 휴지를 앞에 놓아주었고, 그 마음을 알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조용히 기도했다. 잠시 후 지현이는 마음을 어느 정도 진정한 후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제가 한 달 전쯤에 카페에서 어떤 대학생 언니를 만났거든요... 그런데 그 언니하고 성경공부를 했어요... 교회에서 제자훈련 받은 거 이후로 더 말씀을 알고 싶어서요. 그런데... 한 달 정도 되었는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대강의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지현이는 이단에서 주관하는 성경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하루 세 시간 가량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고 하였다.
“정말 처음에는 굉장히 신선했고, 재미도 있었어요. 그런데 말씀을 말씀으로 풀어야 한다고 하면서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많고... 하여튼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지현이는 그 후 교회의 예배 시간에 목사님의 설교가 진짜인지 의심이 되고, 또 새벽기도회 때 기도를 하면 예전의 은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불안해진다고 하였다. 깜깜한 데서 기도하면 마귀가 자기를 에워싸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너는 잘 한거야
“정말... 이상한 거 맞죠? 거기 이단인 것 같애요... 근데 제가 거기에 빠지다니요... 저는 믿음 생활 정말 열심히 하고 기도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이 정도 밖에 안되나 봐요...”
지현이는 자책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먼저 지현이를 격려하고 위로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
“지현아, 너는 누구보다도 신앙 생활을 잘 한거야. 너, 생각해 보렴. 네가 제자 훈련으로 말씀 훈련을 받았으니까 지금 한 달 동안 배운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지. 교회에서 배운 것과 밖에서 배운 것이 충돌이 일어난거야. 만약에 제대로 말씀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그쪽에서 가르치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도 몰랐을 것 아니겠니? 그러니까 너에게 하나님께서 영적인 분별력을 주신거지. 알겠니? 너는 신앙 생활을 잘하고 있었던 거야. ”

붙잡아 주소서
나의 말에 지현이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찢어지는 아픔이 있었다.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인데’ 하는 안타까움과 이단에 대한 분노가 함께 복합적으로 일어났다.
지현이가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이 담긴 공책을 나에게 내밀었다. 그 공책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빽빽하게 글이 씌어져 있었다. 나는 잠시 훑어 보았다. 이단이 분명했다.
“지현아, 이상한 것은 틀림 없구나. 말씀 공부를 하고 싶으면 건강한 교회나 선교 단체 같은데서 해야 하거든. 미리 선생님이나 전도사님과 상담할 생각 못했니?”
“네, 수능 마치고 청년부로 올라갈 즈음이라...”
“그래, 이제 우리가 잘 대응해야 할 것 같다... 먼저 그 쪽에 문자로만 한 통 보내렴. 이제부터 안하겠다고... 그쪽에서 어떤 연락이 와도 반응을 보이지 말고... 알겠니?”
“네...”
나는 지현이를 붙잡고 기도했다. 성령님께서 지현이를 꼭 붙잡아 달라고 기도했다.


문자로 통보했어요
다음 날 아침 지현이는 내가 말한 대로 그 쪽에 문자로 일방적 통보를 했다. 나는 그 날 지방에 강의가 있어 진해에 내려가는 고속버스 안이었다.
“난리 났어요. 전화에, 문자에... 계속 와요. 어떻게 해요?”
“절대로 받지 말고... 이제 더 발악을 할지 모르니까...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인도함을 구해야 해.”
지현이와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이 다소 안타까웠지만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며 기도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연락은 오후 3시까지 계속되었다.
“문자도요. 이제는 안 만나도 좋으니까 공책만 돌려달라는데요.”
나는 웃음이 나왔다. 거꾸로 그들은 자기들의 정보가 지현이를 통해 새어 나간 것에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잠시 후 또 연락이 왔다.
“... 큰 일 났어요. 집 앞에 이상한 봉고차가 와 있어요. 근데... 그때 성경공부 가르쳐주었던 언니가 타고 있어요. 어떡해요?”
집요한 움직임이었다. 나는 지현이에게 안전한 곳에 가 있으라고 했고, 지현이는 결국 그들 몰래 교회로 가서 관리집사님 댁에서 3일을 머물렀다. 그리고 다음 날 고등부 성경 통독 수련회에 참여했다.

사명에 목숨을 다하며
하나님께서는 지현이를 붙잡고 계셨다.
고등부에서 만난 지현이는 처음에 의기소침해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성경통독수련회를 통해 지현이를 더욱 강한 팔로 붙들고 계셨다. 기도 중 지현이에게 그동안의 일을 나눌 기회를 주었다. 함께 한 교사들과 학생 모두 놀라면서도 지현이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했다.
지현이는 지금 회복되어 가고 있다. 사실 지현이가 문제가 아니라 이단의 움직임이 문제다. 내가 사랑하는 제자, 내가 말씀으로 양육했던 제자를 넘보는 이단세력을 대하면서 나는 더 강한 사명감으로 다짐한다.
아무리 그들이 기승을 부려도 결국은 하나님의 승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나는 지현이와 같은 제자들을 더욱 단단히 키울 것이다. 이 시대의 말씀 증거자로 키울 것이다. 이 시대의 다니엘로, 여호수아로, 요셉으로 키울 것이다.
그 사명에 목숨을 다할 것이다.

말씀으로 돌아가라
지현이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갔고, 이제 온전히 하나님께 헌신하고 있다. 말씀이 우리 아이들의 안에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은 영적인 오뚝이가 된다. 오뚝이는 쓰러질 것처럼 움직일 때도 있지만, 그 중심에 말씀이 있기에 쓰러지지 않는다.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요즈음 성경통독, 말씀 훈련이 한창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결국 우리의 노하우나 경험, 실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의 복음 사명의 바탕이 된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 지현이와 같은 제자들을 넘보는 모든 세력 앞에서 나는 더욱 단단해져야 할 필요를 갖는다. 양육자가 믿음으로 단단해지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을 단단히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 훈련받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기도하는 무릎이 되기를 결심한다.

지현이의 편지
다음은 얼마 전 지현이가 나에게 보내온 편지글이다.
“늘 기도해주시고 걱정해주시는 최관하 선생님~!
언제나 선생님께 신세만 지게 됩니다. 비록 학교에서 가르침을 받은 학생은 아니지만, 고3 한 해 많은 방황 속에서도 크게 제 길을 벗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최관하 선생님을 통한 하나님의 역사하심 때문이었습니다.
좀 비뚤게 나가고 싶어도 선생님을 통한 하나님의 말씀이 제 마음을 잡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전 나쁜 길로 가려고 하면 항상 제자리를 맴돌았습니다. 전 굉장히 나약해서,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도 안 좋은 길로 갈 바엔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셨나봅니다. ^^;;
사실 저는 변해버린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제 뜻에 맞지 않으면 신경이 예민해졌고, 불만이 많아져 가족들에게 피해를 많이 주었습니다. 제 스스로도 그걸 알고 있었고, 집에서와 밖에서의 삶이 판이하게 다른 저를 보면서 많이 경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이런 저를 사랑하신다는, 끝까지 놓지 않으신다는, 하나님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 중, 모세와 요나에 관한 설교는 제게 많은 눈물과 감사와 회개의 마음을 주었습니다.
모세는 어느 것 하나 빠질 것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스스로 나약하다 생각하여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모세의 판단이었고, 한 번 찍으신 사람은 끝까지 놓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보면서 저 또한 제 판단이 실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역사하심을, 스스로 이해하고자 했던 행동 자체가 자만이었고, 또한 제 스스로 모자르다고 깎아내리는 것 자체가 자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제겐 믿음의 확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모세처럼 요나도, 하나님께서 명하신 니느웨로 가지 않고 다시스로 도망치려했지만 결국 한 번 찍으시면 놓지 않으시는 하나님 때문에 니느웨로 갔습니다. 그리고 니느웨로 가기 전, 거친 풍랑을 거쳐 물고기 뱃속에 들어갔는데도, 하나님의 구원을 확신하며 감사기도를 했던 요나를 보면서, 또한 거친 풍랑가운데서 요나를 물고기 뱃속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을 보면서 한 번 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저에게 있어 굉장히 힘들고 방황하던 시기라고 생각했던 날들이 남들이 겪은 시련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던 겁니다. 하나님께선 저를 저보다 더 잘 아시는 분이셨습니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이 말씀처럼, 하나님께서는 이미 거친 풍랑이 아닌 물고기 뱃속으로 인도해주셨는데도, 제가 감당할 만큼만 주셨는데도, 저는 그저 깜깜하다고 절망 중에 감사기도를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절망 가운데서 이미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하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통해 깨닫게 해주셨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셨습니다.
물론 지금도 알려주고 계십니다. ^^
그래서 저는 하나님께서 주신 이 성경이, 그리고 이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이제야 실감합니다. 하나님과 저의 관계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신 선생님~! 이미 새해가 지난 지 좀 됐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
이제 와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은 하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정말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하고 계심을 많이 느꼈었고, 그 사랑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그루터기 고등부 학생들을 위해 하나님께서 선생님을 보내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앞으로도 선생님을 통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많은 고등부 친구들이 영적으로 회복 받고 장성한 믿음의 소유자가 되어 청년부로 올라올꺼라 기대하며 믿고 있습니다.
항상 선생님과 그루터기 고등부의 부흥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지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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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이를 인도하시고 영광 받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지현이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잘 성장하기를 소망하며 기도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