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코드! 넹, ㅎ, ㅋ, ㅠㅠ
작성자
최*하
작성일
09.07.01
조회수
1397

아이들의 코드! 넹, ㅎ, ㅋ, ㅠㅠ

학교에 근무하면서 아이들의 고민 상담을 하루에 몇 차례씩 하게 된다.
어른들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좋아한다. 단, 끝까지 자기들을 신뢰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이것은 가능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도막낸다든가 끝까지 듣는 것을 포기하고 훈계조로 나가게 되면 아이들은 곧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리고 다시는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어른들에게는 인내가 먼저 필요하다. 요즘의 아이들은 결론부터 말하기 때문이다.
“선생님, 저 조퇴해야 되는 데요?”
“왜?”
“아파서요.”
“보건실 가면 되잖아.”
“싫어요.”
“참아!”
“못 참아요.”
연륜이 좀 있는 선생님들은 이러한 아이들의 말을 참아내지 못한다.
“아니, 이 녀석아. 그러면 처음부터 어디가 어떻게 아파서... 선생님 죄송하지만 조퇴 좀 시켜주시면 안될까요? 이렇게 물어봐야지. 오자마자 저, 조퇴할래요. 이게 뭐야 임마!”
그러나 이 시대의 아이들은 왜 그렇게 말해야 하는지 눈만 멀뚱멀뚱 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이러한 결론적 문화, 즉각적이고 즉흥적인 문화에 대해 어른들이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문화 코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아이들을 이해하기가 어렵고 양육하기는 더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잘못 성장하고 있다면 그 아이들과 선을 긋고 그곳에서 탈출하라고 명령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가 그 아이들 속으로 먼저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그 문화를 느끼며 문제 상황을 분석하고 점차로 아이들을 끄집어내야 한다.
핸드폰이 보급되면서 아이들의 문화가 급격히 변화되었다.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아이들은 전화 사용의 일차적인 목적이 통화하는 데에 있는 것 같지 않다. 자기 생활의 필수품인 것은 틀림 없는데 악세러리 같을 때가 있다. 이야기를 나눌 때도 주로 문자로 대화한다.

미영이가 문자로 기도 요청을 해왔다. 문자로 들어와도 나는 특별한 경우 아니면 바로 통화 버튼을 누른다. 아이들은 시각을 다투며 변화되는 가운데 있기 때문에 통화로 기도 한 번 하는 것이 우선일 때가 많다. 그러나 통화는 되지 않았다. 받지 않는 것인지...
나는 문자로 격려와 축복의 메시지를 빽빽하게 써서 보냈다.
“미영아하나님은
널기억하시고사
랑하신단다힘내
렴샘도기도할게
사랑하고축복해“
곧 돌아온 미영이의 회신은 단 한 글자였다.
“넹”

이것 뿐만이 아니다.
“요즘 기분 어떠니?”그렇게 물으면
“쩔어요.” 한다
“ㅠㅠ”라는 말도 쓰고, “헐”하기도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 우리 어른들은 화를 내면 안 된다. 아이들의 문화코드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싶다면 일단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친해진 가운데 조금씩 아이들을 그 외계어 같은 것에서, 아니 혼돈의 생활 속에서 끄집어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말의 유행은 지나가겠지만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단의 입김을 도외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앞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면 핸드폰 문자를 보낼 때 ‘ㅎ’이나 ‘ㅋ'을 잘 사용하는 것이 좋다.
“미영아ㅋ...”하고 문자를 넣으면 좋다. “미영아ㅎ...”을 사용해도 좋다. 그러면 미영이는 외칠 것이다.
“우와, 우리 선생님 이런 것도 아시네. 보기보다 센스쟁이야... ㅎ,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