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독후감은 필수야
작성자
최*하
작성일
09.07.02
조회수
1334

마리! 독후감은 필수야

저 마리예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마리에요.
오늘 선생님이 주신 책 "마음 훔치기" 정말 잘 읽었어요~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T^ T. 읽고 제 블로그에 나름대로 리뷰를 써 봤는데 다 써 놓고 보니 선생님께도 보여드리고 싶어져서 책 표지 안쪽에 있는 메일 주소로 보냅니다.
ㅎㅎ; 선생님이 읽으실 거라는 생각을 안 한 상태에서 쓴 거라, 어떤 부분은 조금 쑥쓰러워서~ 좀 고칠까도 했는데, 그냥 보여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원문(?ㅋㅋ)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드릴게요!
"쪼끔" 길어요^ ^;

마음 훔치기
‘마음 훔치기’(최관하 지음)
문학선생님이 주신 책. 오늘 다 읽었다. 솔직히 너무 읽고 싶어서라기 보단... 호기심+선생님이 담에 보면 책 읽어봤냐고 물어보실 것 같아서 읽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지으신 책 중에 이 책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기독교적인 분위기다.
나는 기독교에서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신의 존재를 믿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책을 읽으면 거부감부터 들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종교의 의미가 논리적 사고를 통해 얻어지는 참과 거짓에 있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 보면 종교를 믿지 않는 것이 더 논리적이고 더 타당할 테니까. 그보다는, 그 종교를 믿음으로써 그 종교에서 말하는 신을 의지함으로써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감정이나 인격적인 변화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눈물이 나네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선생님이 (주로) 학교에서 겪은 일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마치 내가 그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학생들이나 선생님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선생님이 수업시간마다 짬짬이 들려주신 이야기들이 책에서 서로 연결되었고, 그만큼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나 존경 같은 감정이 좀 더 깊어졌다.
사람을 알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렇게 어떤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면서 그 사람에 대해 이렇게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던 건 이번이 처음인 듯싶다. 나에게는 단순히 감동적인 문학 작품 하나를 읽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체험이었다. 우선은 종교적인 의미에서 그렇고, 둘째로는 글을 통해 실제로 내가 알고 있는 사람과의 교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내가 여태까지 읽었던 수많은 책들 중 하나로 남기고 싶지 않았던 건, 이 책에 대한 느낌만큼은 글로 남기고 싶었던 건 아마 이 경험을 조금 더 특별하게 기억 속에 남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고등학교 생활 중 이런 선생님을 만난 건 내게 있어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고등학교 생활을 통해 그 선물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를 알아가게 될 걸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설렌다.
하하 다 읽어주셨나요??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럼 안녕히계세요. ㅋㅋㅋㅋㅋ
꾸벅(--)(__)(--)~

감동을 준 아이
마리는 현재 내가 문학을 담당하고 있는 2학년 여학생이다. 수업을 할 때면 조금도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아이가 바로 마리다. 그만큼 성적도 좋다. 교회에서는 신디 반주를 맡고 있다고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아이들에게 백지를 나누어주고, 그곳에 간단한 자기 소개를 쓰라고 했었다. 그 때 마리는 자기에 대해 소상히 작성했다. 글을 보면 아이들을 대강 파악할 수 있다. 눈동자를 대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아이들의 대부분은 그늘에 햇빛이 비추인 것처럼 노출된다.
마리는 수업 중에 발표도 잘하는 아이였다. 아이들이 나의 질문에 답을 할 때마다 나는 내가 만든 격려엽서를 한 장씩 선물로 주고 있다. 그리고 10장을 모으면 내가 쓴 책 중 한 권을 선물로 준다. 아이들의 수업 태도는 공짜 선물에 현혹(?)되어서 인지 매우 좋다. 그중 한 명이 마리다.
마리는 다른 아이들보다도 가장 먼저 10장을 모았다. 그리고 나는 마리에게 ‘마음 훔치기’(SFC) 책을 선물로 주었다. 책을 받은 그 날 밤에 마리는 책을 독파하고 위의 글을 쓴 것이다. 이러니 내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왕따 아닌 왕따!
그러나 나의 기쁨과는 달리 마리에게 나타나는 의외의 모습이 있었다. 그것은 평상시에 함께 다니는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여학생들은 꼭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식당에 갈 때도, 교정을 거닐 때도 그렇다. 더욱이 여학생들은 날씨가 더워도 손을 잡고 다닌다는 특성이 있다.
마리는 홀로 다니고 있었다. 수업 시간에는 그렇게 말 잘하고 활달한 아이에게 나타나는 이 모습에 대해 나는 눈여겨 볼 수밖에 없었고, 또 어떠한 문제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몇 명의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마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마리는 여러모로 무척 뛰어난 아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마리를 질투하는 몇 명의 여학생들이 다른 아이들로부터 마리를 외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마리는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뛰어나기 때문에 따돌림을 당한다는 것이었다.

만남 그리고 은혜
나는 기도했다. 마리에게 믿음의 친구가 주어지길 기도했다. 그리고 마리를 만날 날을 정했다. 마리와 둘이 자리를 했다.
“마리야, 네 독후감 너무 잘 봤어. 감동이야.”
마리의 얼굴이 확 피어올랐다.
“부끄러워요, 선생님.”
“아냐, 정말 잘 썼던데. 고마워.”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근 2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나는 마리의 여러 가지에 대해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마리는 질투의 대상이었다고 했다. 모든 면에서 동년 친구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구들은 마리가 무슨 말을 하기만 하면 “잘났다”고 질투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무게 잡는다”, “잘난 척 한다.”고 또 질투했다는 것이다. 마리는 그 아이들과 싸우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체념하는 게 편했다고 했다.

독후감은 필수야
마리에게는 가까운 친구가 필요했다.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으로 마리에게 학교에서 기독교반 학생들이 하는 성경공부를 권했다.
마리는 바로 다음 주부터 성경공부 모임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성경공부, 기도모임, 점심찬양기도회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찬양 때는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다. 마리는 기독교반 학생들과 친해졌고, 이내 가깝게 지낼 수 있는 믿음의 친구도 생겼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마리는 무척 밝았다. 하나님께서는 마리에게 하나님의 딸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이렇게 또 허락하신 것이다.
마리는 오늘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보며 말했다.
“선생님~. 쓰신 책 또 읽고 싶어요.”
나 역시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마리야, 언제든지 와. 선생님이 쓴 책 하루만에 다 읽는 마리인데, 내가 너 책 읽는 대로 선물하마. 대신 독후감은 필수야.”
마리는 팔짝 뛰며 매우 좋아했다. 옆에 있던 기독교반 학생 미영이가 입을 쌜룩하며 말했다.
“선생님, 저는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