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그리고 회복
작성자
최*하
작성일
09.09.22
조회수
1430

식물인간 그리고 회복

오토바이 사고예요
여름방학 전 학교에 들려온 소식은 모두를 우울하게 했다.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중이가 오토바이 사고로 병원에 갔는데 의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중이는 3학년에 재학중이었고, 직업반 학생이어서 일주일에 하루는 영훈고에 등교하고, 5일은 직업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또한 동생 현중이는 우리 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었다.
한중이의 가정은 경제적 여건이 무척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한중이는 직업반에 들어간 것이고, 조금이라도 가계에 보탬이 되려고 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횡단보도에서 건너오는 사람을 피하려다가 가로수 옆의 쇠기둥에 부딪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절했고 한중이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모금운동
학교에서는 이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만 가지고 있을 뿐 어찌할 줄 모르고 있을 때였다. 동생 현중이의 담임선생님과 나, 그리고 한중이의 담임선생님, 직업반 담임선생님까지 합세해 한중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가 설령 세상을 떠난다하더라도 그 아이는 우리 자식이나 다름 없는 거지요. 우리가 도웁시다. 조금이라도 정성을 모읍시다. 그리고 한중이가 깨어나기를 포기하지 맙시다. 최선생, 알았죠?”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씀하시는 한 선생님의 눈빛은 제자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차원에서의 모금 운동이 시작된 것은 불과 방학 사흘 전, 충분히 소상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어려운 시간이었고 또 학기말이라 무척 분주한 때였지만, 영훈고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정성을 모아 한중이를 위해 모금을 하였다.

살아났어요
이 사랑의 모금 운동은 학부모님들에까지 소식이 전해졌고, 물과 사흘만에 400여만 원이라는 돈이 모아져 한중이 가족에게 전해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병원측에 부탁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달라는 부탁과 방문 격려, 헌혈증을 모아 전해주는 노력이 지속되었다.
이 과정 가운데 한중이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붙잡고 끝까지 소망을 잃지 않으며 살려달라고 기도하고 있었고, 한중이와 이 가정을 아는 모든 분들도 그 소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8월의 끝자락. 무척이나 하늘이 높다고 여겨졌던 그 날,
한중이는 살아났다. 의식이 돌아온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학교에서는 떠나갈 듯이 환호성을 올렸고, 아이들은 기뻐 함성을 외쳤다. 사랑의 힘이 한중이를 살린 순간이었다.

학교로 돌아온 한중이
며칠 후 한중이는 엄마와 함께 영훈고에 왔다.
한중이의 얼굴은 약간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자기의 발로 걸어서 오는 한중이를 보고 눈물 짓는 선생님들, 그리고 머리를 박박 깎고 수술 자국이 있는 머리로 그렇게 다가오는 한중이를 선생님들은 한 번씩 안아주었다.
한중이와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연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되뇌었다.

영훈고등학교는 사랑이 넘치는 학교다.
사랑은 기적을 낳는다. 지성이면 감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훈고는 기적이 많은 학교다.
진정한 사랑의 학교, 영훈고에 항상 이와 같은 감동이 이야기들이 넘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