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거부 안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7.07.04
조회수
1053

이제 거부 안해요
 
2,3학년을 축복하라
중간고사를 앞두고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 생각나게 하신 것이 있다.
그것은 금년부터 영훈고가 기독교학교 체제로 바뀌며 1학년 채플이 시작되어서 그 때마다 아이들이 간식을 먹게 되는데, 2,3학년은 그런 혜택을 전혀 못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1학년 채플과 기독활동을 나 혼자 감당해 내야 하는 상황인지라, 2,3학년까지 어떤 행동을 하기가 역부족인 면이 있었다. 그래서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기도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라, 2, 3학년들을 축복하는 방법을 기도하며 고민했다.
첫 번째는 기도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3학년 채플은 금년에 하기 어렵지만, 점심시간을 이용해 점심 기도회를 하면 오고 싶은 아이들이 와서 기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는 먹을 것이었다. 아이들은 먹을 것을 무척 좋아하니만큼 작은 것이라도 먹을 것으로 격려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식을 나누어주고
기도회의 시작 날짜를 하나님께 알려달라고 기도하며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먹을 것도 준비하기로 했다. 중간고사 전에 2,3학년 아이들에게 ‘몽쉘통통’ 한 개씩을 나눠주기로 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체육 선생님인 이혜지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어 몽쉘통통 900개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각 반의 숫자대로 나누고, 반을 분류했다.
시험 하루 전 날, 방송을 통해 아이들에게 중간고사에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하고 학급회장이나 부회장을 교목실로 내려오라고 했다. 진학부장인 이석형 선생님과 몇 선생님들께서 반별로 체크하며 회장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매우 기쁘고 즐거운 얼굴로 좋아라 하며 받아갔다. 나는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하나님께 마음속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다 나누어주었는데, 세 학급이 받아가지를 않았다.
막내 왕선생님께서 나를 보며 말했다.
“선생님, 제가 학급에 배달하고 올까요?”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주시겠어요? 감사해요.”
 
한 학급에서 먹지 않겠대요
허락하신 사명을 완수했다는 기쁨에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학급에 배달하러 갔던 왕선생님이 돌아왔다. 그런데 그 손에는 한 학급 정도의 몽쉘통통 박스가 그대로 안겨져 있었다. 나는 물었다.
“왕선생, 그건 뭐야?”
왕선생님은 경직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네, 선생님. 한 학급에서 먹지 않겠다고 해서요.”
나는 이 말을 듣고 잠시 의아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먹을 것을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어서 물었다.
“누가요? 아이들이요?”
“아뇨, 선생님. 그 반 담임 선생님께서요. 이것 어쩌죠?”
나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하하, 무슨 사정이 있나 보네요. 선생님 수고하셨어요. 일단 그거 저 주세요.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

불쑥 찾아온 안선생님
나는 왕선생님을 보내고 그 반 담임 선생님이 누구인지 살펴보았다. 그 선생님은 나보다 대여섯 살 아래인 나와 같은 과목의 안선생님이었다. 나는 그 당사자가 안선생님이라는 사실에 흠칫 놀랐다. 나를 잘 따르고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선생님인데, 왜 그랬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나는 잠시 기도했다.
“하나님, 무슨 뜻인지요? 아이들을 격려한다고 간식을 올려보낸 건데 이게 돌아왔다는 말은 불편함이 있었다는 얘긴데, 안선생님의 마음은 무엇인지, 무엇이 불편했는지, 또 돌아온 것은 어찌 해야 하는지 알려주셔요.”
이내 평안을 주신 하나님께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는 마음을 주셨다.
며칠 후 모두 퇴근을 한 뒤였다. 나는 할 일이 있어서 교목실 문을 열어놓고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선생님이 교목실 앞을 지나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부를까말까 생각하던 중인데, 안선생님이 불쑥 교목실로 들어왔다. 그러면서 반색을 하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아직 계셨네요. 근데요~. 우리 반 빈이 있잖아요. 자퇴하기로 했어요. 선생님이 정말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기도해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자퇴하게 되었어요
나는 간식 사건이 머리에 가득했기 때문에,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들 얘기를 서슴없이 꺼내는 안선생님의 언행에 다소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이렇게 말했다.
“에구, 그랬구나. 나보다는 안선생이 더 수고 많이 했지. 그런데 빈이가 자퇴를 하면 인이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겠네, 여파가 있겠어.”
인이는 빈이와 사귀는 여학생을 말한다. 이 두 아이들은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부부처럼 가깝게 지내는 아이들이라고 해야 할까. 학교에 잘 나오지 않고, 부적응하는 아이들이어서 나도 계속 관심을 갖고 이 아이들을 살피고 기도하던 중이었다.
“네, 선생님. 그래서 인이 담임하고도 얘기 나누었어요. 하여튼 선생님. 감사합니다.”
나는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가 이때라는 확신이 들었다. 활짝 미소 띤 얼굴로 안선생님에게 물었다.
 
제가 가져가라 했어요
“근데, 안선생. 내가 궁금한 걸 잘 못 참잖아. 그래서 안선생한테 물어보려고 해.”
“네, 선생님.”
나는 계속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안선생, 지난 번에 몽쉘통통 말야~”.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안선생은 입을 열었다.
“네, 선생님. 그거 거부한 것 말이죠? 네~, 제가 도로 가지고 가라고 했어요.”
“아! 그랬구나. 근데 그게 의아해서. 예전에도 내가 아이들 간식 학급으로 간혹 돌렸잖아. 더욱이 고3들은 수능 전에도~, 해마다 말야. 다른 학년은 몰라도 고3들은 격려가 필요해서 알지? 특히 금년에 1학년은 채플이나 여러 활동들이 있어서 간식을 먹일 기회가 종종 있는데, 2,3학년은 없어서 이번에 시험 전에 한 번 돌린 건데, 사실 안선생님이 거부했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좀 놀랐댔어. 왜 그런지 설명해줄 수 있는거야?‘

교회에서 준 거라서요
안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거요~. 선생님, 그냥 솔직히 물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너무 잘 압니다. 오래 전부터 아이들 간식도 준비해주시고, 기도해주시고 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런데 이번에 간식은 교목실에서 제공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교회에서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구요. 선생님 아시는 것처럼 저는 교회를 정말 싫어하잖아요. 제가 불교인 것도 있지만~, 사실 교회분들이 학교 왔다갔다 하는 것도 싫구요. 너무 불편해서요.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해주신 것은 정말 감사했지만, 이번에 교목실에서 준다고 하니까, 교회에서 준다고 생각해서 그냥 제 마음이 너무 불편했어요.”
나는 미소 띤 얼굴로 안선생님의 얼굴을 계속 주시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랬구나. 안선생,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 그 마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학교가 중간에 기독교학교로 전체가 바뀌어서 많이 불편하지. 나도 그런 생각 많이 해. 거꾸로 생각해보니까 기독교 신앙이 아닌 분들은 그냥 이 자체가 힘들 것 같아~~. 그런데 어쩌겠어? 결국은 기독교학교로 점점 변해갈텐데, 사실 계속 거부하면 본인이 가장 힘들텐데 말야. 그래서 내가 지금 교목실에 있는 거잖아. 교회에서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일단 내가 교목실에서 기독교의 모든 활동을 담당하기를 원해서 이렇게 된거잖아. 다른 목사님이 들어와서 하는 것보다 내가 그나마 편하다고 해서 말야.”
 
앞으로는 간식 먹일거예요
안선생님은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선생님, 사실은 맞아요. 다른 목사님이 계시면 제가 여기 안 들어오죠. 저는 선생님이 교목일을 하시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또 좋아요. 다른 분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더라구요. 그냥 그 때는 순간적으로 마음이 안 좋아서 애들한테 야, 너희들 이거 먹고 싶냐라고 제가 말했거든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뭘 먹어요 하면서 안 먹은 거예요.”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얘기하는 안선생님이 왠지 동생처럼 귀엽기까지 했다.
“하하하, 안선생 근데 말야. 어떡하냐? 앞으로 올해 몇 번은 더 간식을 아이들한테 보내게 될 것 같은데 그때마다 이렇게 거부할 거야? 그 반에도 먹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을 거 아냐?”
안선생님도 웃으며 말했다.
“아유, 선생님. 앞으로는 먹여야죠. 지난 번엔 제가 잘못한 거예요. 앞으로는 감사히 아이들에게 먹이도록 하겠습니다. 다같은 제자들인데 먹여야지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안선생님의 이야기를 다 듣고 속이 후련해졌다. 나는 안선생님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격려했다. 그리고 이어서 안선생님의 손을 붙잡고 함께 기도했다.
“하나님,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사랑하는 안선생님과 대화하게 하시고, 기도하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간식으로 말미암아 나눈 얘기들 모두 하나님께서 받으시고, 그 마음을 헤아려주신 줄로 믿습니다. 신앙은 다르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 축복하시고, 불편하지 않게 해주시고, 주님의 평강이 안선생님에게 가득하게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또한 하나님의 때에 안선생님을 하나님께서 만나주시고,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넘치는 삶이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안선생님이 기어이 예수님을 만나 구원의 사람이 되고, 기도하며 제자들을 양육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