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때 기도 꼭 해야 하나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7.08.18
조회수
1030

회의 때 기도 꼭 해야 하나요?
 
기도하는 첫 부장 회의
2017년 4월 3일, 월요일.
영훈고 첫 부장 교사 11명과 교장, 교감, 교목, 행정실장이 포함된 아침 회의가 있었다. 수녀녀 간 어수선했던 학교의 분위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21일 새로운 교장이 임명되고, 첫 전체 부장 교사들의 회의가 시작되는 날이다.
회의 전에, 금년에 새로 임명된 교감선생님께서 말을 꺼냈다.
“선생님들, 우리 학교가 이제 기독교학교가 되고 했으니까, 회의 전에 기도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생님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인상을 쓰는 분들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회의에 참석한 분들 가운데 2/3가 하나님을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고, 또 기독교에 대해 좋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 교감님의 말은 사전 설명 없이 돌직구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어서였는지, 선생님들의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반대하는 교사들
그때였다. 한 부장 선생님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이것 반대입니다. 학교가 기독교학교가 되었다고 해서 모든 회의 때마다 기도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법인 주관 회의나 연수 때면 몰라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옆의 또 한 부장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기독교도 잘 모르는 분들이 많고, 이렇게 교장, 교감 선생님이 바뀌었다고 바로 회의 때 기도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독교학교가 아닌 상황에서 기독교학교로 바뀌는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다.
물론 기적의 하나님은 기적을 상식처럼 행하시는 분이시니까, 그분을 믿는 하나님의 사람들은 기적을 행하는 하나님을 많이 목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하나님을 잘 모르는 분들은 무척 쉽게 자기의 생각을 토해 놓곤 한다.
그분들을 탓하는 것보다는 놀라운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을 경험케 되길, 그분들이 예수그리스도를 만나길 소망하며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회의 마무리 기도를 하며
껄끄러운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되는 듯했다.
하나님께서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는 내 입술을 열게 하셨다. 나는 다소 미소 띤 얼굴로 경쾌하게 말했다.
“선생님들, 교감선생님께서 갑자기 말씀하셔서 좀 당혹스러우셨던 것 같아요. 아마 기독교학교는 회의 때 기도하니까 편하게 말씀하신 것 같은데, 선생님들 불편하시면 좋을 것도 없고 해서요. 일단 학교에 교목이 있으니까, 교목은 목사잖아요. 목사가 하는 일이 무엇이 있겠어요? 기도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일단은 회의 하시고, 마칠 때 간절히 기도해야 할 사항들이 있으면 제가 그 때 기도할게요. 그렇게 시작하면 어떨까요?”
선생님들은 별반 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회의 마칠 때 기도하고 마무리를 했다.
 
하나님의 기쁨, 기도
하나님께서는 외형적으로는 영훈고가 기독교학교가 되었지만, 사람이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결국 한 영혼 한 영혼의 변화가 필요하고, 그 영혼에 집중할 때는 그만큼 기도와 수고가 따른다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또 깨우쳐주고 계셨다.
더욱이 교회를 다니는 것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가 없다.
4월 3일, 우여곡절 끝에 회의 때 기도를 하게 하신 것. 이것은 영훈고의 역사상 기록에 남을만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기도하며 회의를 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어떤 때는 말씀을 인용해 기도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회의 시간에 쫓겨 급히 마무리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의 마음은 점차로, 천천히, 길게 가고자 하는 것을 깨닫게 하시고, 매순간을 인내하게 하셨다.
점차 기도하는 중에 기도의 내용도 학교와 교사, 학생들, 학부모 등등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투병중이신 선생님들을 위해 기도할 때는 믿음이 없는 분들의 간절함도 전해져 올 때가 있다. 이런 마음과 기도에 하나님께서 꼭 응답해주시리라 믿는다.
 
눈물로 기도하며
성경을 보면 세상에는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성령에 속한 사람’, ‘육에 속한 사람’, ‘육신적인 사람’.
‘성령에 속한 사람’은 하나님의 사람이다. ‘육에 속한 사람’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 즉, 세상적인 사람이고, ‘육신적인 사람’은 하나님을 믿는 것 같지만, 영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더욱 크게 두 부류로도 나눌 수 있다.
‘하나님을 믿는 영’과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상에 속한 영’.
‘하나님을 믿는 영’은 성령의 소욕을 추구하고, ‘세상에 속한 영’은 육체의 소욕을 좇는다.
그렇다면 결국 성령에 속한 사람의 할 일은 무엇인가? 육체의 소욕을 좇는 영혼들을 목숨 걸고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일이다.

영훈고를 기독교학교로 바꾸어주신 하나님. 그 하나님의 마음을 오늘도 알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선생님들의 영혼을 보는 눈을 열어주시고, 더욱 눈물로 기도하게 하시고, 그분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구워하여 주소서. 부족한 종을 사용하소서.
오늘도 우리 동료 선생님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로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두 팔 들고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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