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점점 안 좋아져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7.09.04
조회수
1137

눈이 점점 안 좋아져요
 
천사같은 선생님
영훈고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하시다 수 년 전 명예퇴직하신 K선생님. 그 선생님을 우리 학교에서는 ‘천사같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K선생님은 항상 겸손하고,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동료들과 후배 교사들에게 항상 따뜻하게 대해 주셨기 때문이다.
K선생님의 눈이 안 좋아진다고 알려주신 분은, 동료교사이며 K선생님과 같은 교회를 섬기고 있는 S선생님을 통해서다.
“최선생, K선생이 얘기하지 말라고 해서 지금까지는 얘기를 안 했는데, 말을 안 할 수가 없어. K선생이 많이 안 좋거든. 기도 좀 해달라고. 눈이 잘못 될 수도 있나 봐.”
“아니, 선생님. 눈이 잘못되다니요? 그럼 실명할 수도 있다는 건가요?”
병명을 물어보니 ‘황반변성’이라고 했다. 녹내장, 당뇨망막병증과 더불어 황반변성은 3대 실명의 원인이 되는 병으로,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문자를 주고 받으며
나는 K선생님께 몇 차례 아래와 같은 내용의 문자를 드렸다.
“선생님, 눈 좀 어떠신지요? 기도하고 있습니다.”
“에구, 최선생님. 잊지 않고 기도해주어 감사해요. 오른쪽 눈이 작게 보이는 것이 좋아지지 않아 걱정이 되지만, 체력이 많이 좋아졌고, 눈도 힘이 좀 붙어서 전보다 지내기는 편해졌어유, 감사해유.”
지난 3월 말경 나눈 문자 내용으로는 그다지 힘겨워 보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는 동안 K선생님의 문자에 힘겨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늘 생각나는 사람! 최샘. 기도해주어서 고마워요.”
“수요예배에 다녀오느라 이제야 카톡을 봤네요. 오른쪽 눈이 작게 보이는 건 여전하고 얼마 전부터는 굴곡이 심해지고, 시력도 좀 떨어져서 걱정이 돼요. 하지만 저번만큼 두렵지는 않아요. 주님께서 내게 주시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어요. 미안하지만 제 눈과 제가 할 일에 대해서도 계속 기도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고마워요.”
나는 선생님을 뵙고자 했다.

학교로 찾아오신 선생님
약속한 날, K선생님은 모자를 눌러쓰고 학교로 오셨다. 텅 빈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둘이 앉았다.
“최선생, 사실은 너무 힘들어. 이러다 정말 앞이 안 모이면 어떡하나~. 혹시 다른 것도 잘못되어서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믿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믿음이 정말 없다는 것을 알았어. 이 상황을 담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나는 선생님의 손을 잡고 미소 띤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 누구나 이런 상황이 오면 그럴 거예요.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잖아요. 게다가 선생님은 믿음을 가지고 다른 분들을 잘 섬기셨잖아요. 그럼에도 사람은 누구나 병에 걸릴 수 있고, 또 그 안에서 하나님을 다시 만나게 되잖아요. 힘내셔요. 하나님께서 선생님께 뜻하신 바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나는 선생님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그리고 선생님의 회복과 이 상황 가운데서 행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알려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이어지는 대화
나는 기도하는 가운데 이따금 문자로 연락을 드렸다.
“선생님, 평안하신지요? 눈은 어떠신지요? 힘내셔요. 기도합니다.”
K선생님은 바로 답장을 해왔다.
“잊지 않고 기도해주시고 연락도 주셔서 감사해요. 큰맘 먹고 1박2일로 성가대 수련회 다녀왔어요. 눈 상태가 좀 안 좋아졌어요. 주사 맞을 때가 아직 일주일 남았는데 조금 걱정이 돼요 이렇게 걱정될 때 연락 주어 고마워요. 두려운 마음 들지 않게 그리고 증세가 호전될 수 있게, 염치 없지만 중보기도 부탁드려요. 사치스런 고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는 게 좀 힘들어요.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 없어서인가 봐요. 고마워요.”
K선생님의 계속되는 답장은 눈이 점점 안 좋아진다는 이야기였다. 손녀의 돌 잔치를 했다고 하며 보내온 내용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내 눈의 상태가 악화되는 것과 관계없이 주변의 모든 것들은 흘러만 가고~ 감사할 일을 찾으면 한이 없을 텐데, 나의 믿음은 너무나 작기만 하고ㅠㅠ 그래도 기도해야죠. 늘 힘이 되는 최샘~. 고마워요.”
“어제는 집안에 일이 있어서, 오늘은 오전에 오른쪽 눈에 주사를 맞고 안대를 한 채 한 눈으로 집에 붙어 있어요. 왼쪽 눈도 산동-눈동자를 확대함-을 하여 어릿한 상태에서 있지요. 내일 아침 안대를 떼고 나야 거동이 제대로 될 거 같아요. 내 모습이예요.”
K선생님은 위의 내용과 함께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한 사진 한 장을 보내 왔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요
K선생님을 위해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선생님을 한 번 더 만나라는 마음을 주셨다.
“선생님, 어려우시면 제가 선생님 동네로 갈게요. 한 번 뵈면 좋겠어요.”
“괜찮아, 내가 갈게. 안대 떼고 가면 갈 수 있어요.”
그리고 며칠 후 학교 앞 영훈센터에서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기력이 없어보였다.
“선생님, 많이 힘드시죠?”
K선생님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염려도 있지만, 그래도 최선생이 이렇게 기도해주고 하니, 힘이 나. 정말 고마워.”
나도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힘내셔요. 사실 하나님께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하실 수 있잖아요. 앉은뱅이 일으키시고, 눈 먼 자 뜨게 하시고, 죽은 나사로까지도 살리신 하나님이시잖아요. 하나님 말씀 붙잡고 끝까지 기도해요. 하나님의 섭리가 있으실 거예요.”
K선생님은 고개를 또 한 번 끄덕였다.
 
눈물의 기도를 허락하신 하나님
나는 선생님을 붙잡고 기도했다.
눈물의 기도, 우리가 할 일은 오직 ‘감사와 기도’ 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 말씀에 의지해 기도하는 것 밖에 없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다.
여호와라파의 하나님께서 K선생님의 눈을 만져달라고 기도했다. 무엇보다 이 과정을 통해 K선생님에게 뜻하신 하나님의 마음이 확언히 드러나길 소망하며 기도했다. 선생님은 기도할 때마다 계속해서 “아멘 아멘”을 외쳤다.
하나님께서는 하염없는 눈물을 허락하셨다. 그 눈물 속에 소망과 기대가 있고, 하나님의 사랑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에 악하거나 나쁜 영은 사라지고 소망과 기대와 회복과 승리의 영이 가득하기를 기도했다. 다름아닌 하나님의 영, 주님의 영이 가득하기를 기도했다.
기도를 마쳤을 때 선생님의 얼굴은 그 전보다 밝아져 있었다. 저녁식사를 한 후 돌아간 선생님은 이런 문자를 나에게 보내왔다.
 
“오늘 바쁜 중에도 시간 내서 기도해주어 고마워요. 지난 번에 주신 말씀, 시편 27:1, 잠언 3:5과 함께 늘 암송하고 다니겠습니다.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최샘과 늘 함께 해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사랑하는 K선생님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황반변성에서 놓여져 온전히 회복되게 하시고, 하나님을 더욱 더 사랑할 수 있는 영안과, 또 세상을 볼 수 있는 육안이 더욱 밝혀지기를 소망하며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여호와라파의 하나님! 치유의 은혜를 베푸소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