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 릴레이
작성자
최*하
작성일
17.09.04
조회수
1070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 릴레이

오늘은 뭐해요?
전공 과목이 아니라, 교양 과목 수업으로 아이들을 만나면,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묻곤 한다.
“선생님, 오늘 수업은 뭐예요?”
매번 다른 것을 준비해 수업을 하는 나를 보고, 아이들은 이 질문을 언젠가부터 하기 시작했다.
내 수업은 먼저 예고를 하지 않고 진행할 때가 많다. 행동이 앞서 나갈 때가 많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그냥 내가 하는 수업을 따라오다 보면 놀라기도 하고, 탄성을 자아내기도 하는 수업. 그 수업이 참 묘미가 있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나는 작은 쪽지를 한 장씩 아이들에게 배부했다.
“얘들아, 자기들의 이름을 거기에 쓴다. 잘 보이게.”
아이들은 무엇인가 재미있는 활동이라는 것을 느꼈는지, 이름을 쓰며 깔깔댔다.
“샘, 마니또인가요?”
나는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수업의 제목은 그것과 비슷했지만, 또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
나는 아이들이 거의 다 쓴 것을 확인하고 다시 말했다.
“자, 얘들아. 너희들 이름 쓴 것 이 통에 다시 모으자.”
아이들은 익숙한 듯 했다. 나는 그것을 교탁 위에 쏟아 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섞었다.
“이제 너희들이 한 장씩 다시 뽑는거야. 다만 뽑았을 때 자기 이름이 나오면 얼른 손을 든다. 다시 뽑아야 하니까. 그리고 내가 말하라고 할 때까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면 안돼.”
아이들은 ‘역시 마니또야.’ 하는 듯한 얼굴을 하며 한 장씩 뽑았다. 다 뽑은 후에 나는 이름을 쓴 종이보다 두 배로 큰 종이를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칠판에 이렇게 썼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 000’
아이들은 내가 쓰는 대로 따라 읽었다. 그리고 금세 눈치를 챘다.
“아! 선생님. 이거 뽑은 아이에게 칭찬 써주라는 거예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단다. 자~ 지금부터 여러분이 뽑은 그 친구에게 칭찬의 말 다섯 가지 이상 써주는거야. 시작.”
나는 ‘야곱의 축복’을 틀어주었다.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잠시 생각하더니 음악을 들으며 이내 쓰기 시작했다.
 
야~ 너! 나와
아이들은 즐겁게 쓰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깔깔대기도 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자기들이 무엇인가 활동을 할 때 무척 즐거워한다. 그리고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이런 수업 자체는 즐겁고 기쁘겠지만, 사실 준비하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얼마나 머리를 많이 써서 준비해야 하는 일인가.
“선생님, 다 썼어요.”
한 아이의 외침이 있은 후 나는 3분 가량 시간을 더 주었다. 노래는 어느덧 “축복합니다”로 바뀌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자, 얘들아. 수고했어. 이제 너희가 쓴 것을 가지고 한 사람씩 나온다. 그리고 그 해당되는 사람한테 읽어주는거야. 그리고 읽은 후 그 사람에게 여러분이 쓴 것을 선물로 주고, 다음 사람이 또 읽어주고, 그래서 오늘 수업의 정확한 제목은 뭐냐?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 릴레이’야. 여기 000 속에 들어갈 말이 ‘릴레이’. 하하하~. 알겠니?”
아이들은 “와~”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깔깔댔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2학기 회장 나오자. 얼른 나와서 외치는 거야. 네가 써준 그 아이, 이름 부르면서 ‘너, 나와!’ 알지?”
아이들은 더욱 깔깔대고 있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너, 나와!”를 응용한 수업이라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무엇인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 그리고 한 명씩 칭찬해주고 칭찬 받고 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 틀림없다는 것. 이미 아이들은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즐거운 칭찬 릴레이
나는 아이들을 나오게 했다. 그리고 마주 보게 했다.
이때 아이들은 쑥스러워 하고, 오글거린다고 한다. 어색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칭찬 같은 표현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행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런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잘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진행이 되다가 끊어질 때가 있다. 서로를 뽑아서 칭찬이 끝나버리는 경우인데, 이럴 때는 부회장이나, 선교부장 등 한 아이로부터 다시 시작토록 했다.
남학생들은 농담 같은 내용도 물론 있었지만, 5가지 중 몇 가지라도 칭찬을 듣는 아이들은 한 명도 예외 없이 처음보다 더 얼굴이 밝아진 것이 사실이었다. 여학생들은 읽어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고, 끌어안기도 했다. 역시 공감을 하는 능력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여학생이 더욱 뛰어나다는 것을 이 수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아이들이 자기가 뽑은 친구를 칭찬한 내용이다. 다소 장난끼가 있고, 우스꽝스런 것도 있지만 아이들이 쓴 내용은 다 즐거움이 있다.
 
1. 친구들에게 재밌는 얘기를 한다.
2. 항상 웃는 얼굴로 상대방도 웃게 해준다.
3. 친구가 우울해할 때, 자신이 더 우울해 한다.
4. 웃긴 것을 다시 한 번 재현해서 웃게 한다.
5. 항상 분위기를 밝게 한다.
 
1. 운동을 잘한다.
2. 잘 생겼다
3. 악기를 잘 다룬다.
4. 친절하다.
5. 여사친이 많아서 부럽다.

1. 너는 몸이 정말 예뻐.
2. 옷이 잘 어울려.
3. 너의 도톰한 입술이 좋아.
4. 춤도 잘 춰
 
1. 넌 정말 키가 크고 잘 생겼어.
2. 넌 정말 수학문제도 잘 푸는 거 같아.
3. 넌 혀놀림이 정말 끝내줘.
4. 너의 눈빛은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야시시 해.
5. 너의 신음 소리는 모든 이의 귀를 행복하게 해.
6. 마지막으로 넌 정말 재미있고, 착해.
 
아이들과 호흡하는 교사로서의 축복
아이들은 매우 즐겁게 잘 따라하고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언어는 비속어가 매우 많다. SNS상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좋은 말, 격려의 말, 칭찬의 말이 드물다. 할 줄도 모르고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런 수업을 하다보면 아이들은 무척 쑥스러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꾸 해봐야 아이들도 자연스러워질 테니까. 우리의 입술은 축복의 입술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격려의 입술, 기도의 입술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들은 무척 기뻐하며 즐거워했다. 한 학급에서 30명~40명의 축복의 언어가 나와 아이들을 행복감으로 휘감고 있었다.
 
다음은 아이들의 수업 후 소감이다.
“항상 반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져서 참 좋았습니다.”
“그동안 칭찬을 들은 적이 거의 없었는데 오랜만에 이걸 하니까 좋았습니다.”
“의미가 깊은 수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오늘 수업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약간 기대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수업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아이들과 호흡하며 같이 느끼고 움직이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틀림없다. 이제 6학급 약 200명 가량의 아이들과 이 수업을 더 진행해야 한다. 분명 그 학급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격려, 칭찬이 가득하리라 생각하며, 이러한 수업의 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