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도실로 들어가는 남학생
작성자
최*하
작성일
17.11.17
조회수
973

매일 기도실로 들어가는 남학생

기도하러 가도 되나요?
남학생 수업 시간.
“선생님, 점심 시간에 기도하러 가도 되나요?”
그 아이는 얼굴이 무척 잘생긴 민이였다.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기도 원하는 아이들 매일 점심 시간에 모여 기도하잖아. 당연히 오면 좋지.”
그날 점심 시간 민이는 나타났다. 몇 명의 아이들과 함께 찬양하고 기도한 후에 민이가 슬며시 다가왔다.
“선생님, 그런데 같이 기도하는 것도 좋지만, 저 혼자 조용히 기도할 수 없을까요?”
나는 계속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응, 있어. 샘 방 옆에 혼자서 기도하는 기도실 있잖아. 거기서 하면 돼. 거긴 방음도 되어 있으니까 혼자 기도하기 딱 좋지. 그런데 무슨 기도를 혼자 해야 하는지, 그 기도 제목 나에게 알려줄 수 있니? 나도 기도 같이 할게.”
민이는 이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아녜요. 일단 혼자서 조용히 기도하고 싶어요.”
 
매일 기도실로 오는 아이들
다음 날부터 민이는 점심 시간이 되면 매일 기도실로 들어갔다.
사람 두 명이 들어가면 될 공간, 그 곳은 조용히 기도할 수 있도록 만든 개인 기도실이다. 민이가 무슨 기도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님께서 민이를 붙잡아주시고, 또한 그 기도에 응답주시기를 나 또한 기도했다.
사나흘이 지났을까.
남학생 서너 명이 민이를 따라 오기 시작했다.
“너희들 여기 왜 온거니?”
아이들은 웃으며 말했다.
“민이가 기도하러 간다고 해서요. 저희들도 기도할려구요.”
아이들은 줄을 섰다. 그리고 한 명씩 차례로 들어가서 기도를 하고 나왔다. 나는 이 아이들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시고, 인도하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교회 나가는 사람
아이들과 자리를 같이 했다.
“너희들 교회 나가는 사람?”
함께 온 훈이를 제외하고, 세 명 모두 교회에 나가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민이도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또래집단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친구가 좋다고 하면 함께 한다. 친구가 가자고 하면 자기가 좀 가 준다. 그리고 다른 곳이 아니라, 민이와 친구들 모두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이렇게 점심 시간을 빼어 하나님께 기도하러 온다는 그 자체가 감사하고 귀했고, 또한 이 아이들이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러웠다.
함께 오는 아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나는 이 아이들이 올 때마다 간식을 주었다. 여러 과자나 사탕 등인데, 주된 간식은 ‘오예스’이다. ‘오예스’를 주게 된 것은 다른 것보다, 아이들이 ‘오예스’를 무척 좋아하고, 또 한 가지는 ‘오~ 예수’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나를 찾아오는 것을 매우 즐거워했고 나 역시 무척 기뻤다.
 
자율학습 때 찾아온 아이들
나의 퇴근 시간은 거의 매일 한밤중이다.
낮에는 주로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고 수업도 진행해야 하니까, 여러 업무와 준비해야 할 일들은 주로 밤에 하게 되기 때문이다.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민이와 몇 명의 아이들이 찾아왔다.
아이들이 움직임. 그 움직임은 거의 배고파 먹이를 찾는 그 무슨 동물과 같은, 그런 동작이다. 나는 준비된 간식을 아이들에게 건넸다.
“선생님, 그런데요. 교회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선생님은 학교 교회 나가시나요?”
“예수님 믿으면 뭐가 좋아요?”
“기도하면 여친 생기나요?”
산발적으로 던지는 질문들, 아이들은 즐겁고 편하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내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과 교감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아이들은 그저 자기들과 함께 해주고 자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로 기뻐하는 것 같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는 것 같은 이 아이들의 입놀림을 보며, 하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시는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붙여준 하나님께로 인도해야 할 영혼들이라는 것을.
 
10월 8일 첫 예배를 예정하며
결국 아이들의 소망과 나의 권면, 안내로 학교 교회를 다니기로 했다. 단 내가 사역지를 학교 교회로 옮기고 나서 오겠다고 했다. 마침 나는 영훈고 안의 교회를 10월부터 섬기게 되었다. 결국 학교 안에 교회가 서게 하시고, 우리 아이들을 학교와 교회에서 양육토록 인도하실 계획을 갖고 계신 하나님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었다.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했다.
이 아이들과 첫 주일 예배를 10월 8일 오전 9시에 시작할 예정이다. 물론 영훈고 학생만이 아니라, 청소년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예배다. 그때까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아이들을 더욱 보내주시리라 믿는다.
민이 한 사람을 기도의 자리로 인도해주시고, 이제 그의 친구들을 불러주시며, 사랑하는 제자들을 교회의 주일 예배 자리로 이끌어주시는 하나님께 찬양과 감사를 올려드린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 아이들과 이 땅의 청소년들이 하나님을 만나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생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 부탁드립니다.
 
(17.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