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교회 나갈래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7.11.17
조회수
1038

선생님 교회 나갈래요

매일 와 있어도 되나요?
연이와 원이는 같은 반이 아니다. 하지만 무척 친하다.
학기초부터 이 두 아이는 금년에 새로 만들어진 교목실에 잘 놀러왔다. 점심 식사를 하려면 식당 앞에서 30분 이상 줄지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교목실에 와서 놀다가 식사하러 가곤 했다. 아이들은 물었다.
“선생님, 저희 매일 와 있어도 되나요?”
“그럼~, 당연하지.”
그러다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이 두 여학생과 대화를 할 기회가 많아졌다.
진로와 비전, 학업과 친구, 가정과 가족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을 나에게 보내주신 까닭을 알게 되었다. 어느날 나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으로 물어보았다.
“연이와 원이는 교회 나가고 있니?”
연이는 아주 어렸을 때 말고는 다녔던 적이 없고, 원이는 교회 등록은 되어 있지만,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하나님께서 연이와 원이를 나에게 보내주실 때, 이 아이들이 믿음 생활을 하게끔 인도해야 할 사명을 나에게 주신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기 위헤서는 기도로 준비하며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도와드릴 것 없어요?
나는 연이와 원이를 위해 아침마다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다. 1학기 내내 점심 시간마다 찾아오던 어느 날 연이가 말했다.
“근데요, 선생님. 선생님은 항상 바쁘신 것 같아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보이니?”
“네, 선생님. 근데요, 또 여유가 있어 보여요.”
무엇인가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맞는 것 같기도 했지만, 우리 셋은 매우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선생님, 저희가 뭐 도와드릴 것은 없어요?”
나를 배려하고 생각해주는 사랑스런 제자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있지. 그런데 할 수 있을까?”
연이와 원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그럼요, 선생님. 저흰 다 잘해요. 시켜봐 주셔요.”
 
성구서표 제작
나는 성경 말씀을 책갈피 형태로 만들어 갖고 다니는 ‘성구서표’를 항상 제작한다.
이 성구서표는 수업 시간이나, 점심 시간, 집회나 강의 때도 꼭 소지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뽑게도 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에게 들어가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주신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주바라기같은 큰 청소년 캠프 때는 몇 천 장을 만들어가지고 가야 하기에, 색지와 코팅지를 사서 시간 날 때마다, 미리 코팅을 하고 잘라야 한다.
나는 연이와 원이에게 이것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서툴던 아이들이 하루가 지나도록 기계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뚤배뚤했던 실력이 일취월장 하더니, 커팅칼이 아닌 가위로 자르기 시작했다. 신기한 것은 나는 가위로 자르기가 어려웠는데, 이 아이들은 가위로 잘 잘랐다. 가지런히 말이다.
수북히 쌓여가는 성구서표, 자르는 것만이 아니라 색깔별로 정리해놓는 가지런함, 그리고 다 자른 다음 쓰레기를 해결하는 것까지의 깔끔함을 보며 참 사랑스러운 도우미라고 생각했다.
나는 연이와 원이에게 말했다.
“너희들, 나를 도와주어서 정말 고마워. 근데 말야. 선생님은 모든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고 살잖아. 그러니까 너희도 하나님의 일을 하는거야.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을 사역자라고 한다. 너희도 사역자야. 그리고 도 한 가지 있어. 너희들은 나의 제자이지만, 하나님 나라의 좋은 동역자, 예쁜 동역자야. 고마워!”
아이들은 나의 이 말에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그리고 내가 준 간식을 먹으며 신나게 성구서표를 잘라냈다.
 
선생님 교회 나갈래요
청소년들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친해진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같이 있다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어느 시점에, 속에 있는 이야기를 토해 놓곤 한다.
연이와 원이는 가족에 대해, 학교 생활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속에 있는 꿈과 비전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럴 것이다. 십대는 그런 시기니까.
흔들릴 때 똑바로 앉으라고 하면 아이들은 무척 힘들어한다. 그리고 똑바로 앉을 수도 없다. 무너지지 않도록만 해주고, 완전히 넘어지도록만 하지 않도록 지켜봐주고, 격려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제자리를 찾는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을 ‘오뚝이’라고 한다. 흔들릴 수 있지만, 완전히 넘어가지 않는, 흔딜리다가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말이다.
나는 1학기가 끝나갈 무렵 찾아온 연이와 원이에게 말했다.
“얘들아, 선생님하고 교회 나가보면 어때?”
두 아이들은 예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정말요?”
“그럼~, 선생님하고 교회 생활하면 되잖아.”
“네, 좋아요. 선생님 그런데 언제부터요.”
“곧 내가 학교 교회로 오니까 그때부터면 어떨까?”
아이들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좋아요. 선생님.”
 
쌤 힘내세요
너무도 쉬운 대화였다.
하지만, 이 짤막한 대화를 하기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당연히 있었다.
하나님의 마음을 읽는 것과, 때를 잘 포착하는 것과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과 무엇보다 기도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 등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연이와 원이를 주님께로 오기를 원하고 계셨다. 연이와 원이는 이제 10월 8일부터 학교 안의 교회를 섬기기로 했다.
수업을 다녀오니 내 책상 위에 이런 글이 놓여져 있었다.
“쌤, 힘내세요! 사랑해여. from 주연, 지원”
(17.9.29)
울보선생 최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