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드리러 꼭 갈 거예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7.11.17
조회수
1145

예배 드리러 꼭 갈 거예요

학교 안으로
하나님께서는 10월 1일자로 학교 교회로 사역지를 옮기게 하셨다.
오륜교회가 학교 안에 교회를 분립 개척했고, 젊은 담임목사를 파견했다. 영훈학교 안의 교회 이름은 ‘영훈오륜교회’다. 학교 안의 소강당에서 2016년 3월 27일 부활주일부터 매주 예배를 드리고 있다.
주일 장년 예배는 오전 9시, 11시 두 번이며, 오후 2시에는 청년부가 같은 장소에서 예배를 드린다. 유초등부와 중고등부는 학교 교실과 특별실, 그리고 학교 안의 비전센터에서 예배를 드린다.
영훈학교의 기독교학교화 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 교회가 서게 해달라는 기도에 하나님께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응답해주셨다. 이 기도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기도이기에 그리하셨으리라 믿는다.
나는 학교 교회로 들어오면서, 협동목사로 중고등부 청소년들의 오전 9시를 섬기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주일에도 학원과 과외 등등의 바쁜 일정을 보내는 아이들이 있기에, 일찍 예배를 드리고 자기의 활동을 하고자 하는 아이들을 위해 중고등부 11시 예배와 더불어 하나의 예배를 더 만들게 된 것이다.
 
첫예배를 드리고
추석 명절 연휴로 긴 시간을 보내고 10월 10일 주일에 영훈고 본관 1층 코이노니아실에서 첫 예배를 드렸다.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잠깐씩 광고하고, 식당에서 나가는 길에는 배너 현수막을 세워두었다.
현수막에는 이러한 내용으로 적었다.

“이런 영훈고 학생들을 초청합니다. 가슴이 답답해요, 외로워요, 비전을 찾고 싶어요, 삶의 의미를 알고 싶어요, 구원 받고 싶어요, 베풀며 살고 싶어요 등 원하는 청소년 누구나. cheer up!”

첫 예배 때 영훈고 학생들 10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고등학교 1학년은 9명, 3학년이 한 명이다. 또한 남학생은 8명, 여학생은 2명이다.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교회의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찬양인도자도 없고, 교사도 한 명 없는 상태.
겉으로 봐서는 그냥 나 혼자 시작한 것 같지만 사실은 기도 가운데 깨닫게 하신 하나님의 마음은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내 안에 계신 성령하나님이 분명 역사하실 것이고, 또한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여러 동역자들을 붙여주시며 합력하도록 해 주실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하신 것이다.
마침 어려서부터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하는 3학년 수지가 건반 반주자로 섬기기로 해서 감사했고, 교회에는 나가지 않지만 기타를 무척 좋아하는 우재가 찬양 반주를 하겠다고 해서 더더욱 감사했다. 첫 예배에 온 아이들 대부분이 찬양도 잘 모르고, 하나님을 잘 모르는 아이들이지만, 하나님께서 주일 이른 아침에 예배 자리로 불러주시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 가시고 축복하시니 참으로 감사했다.
 
다음 번에 꼭 갈게요
주중에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나에게 사과하느라 바빴다.
“아! 선생님. 제가 알람을 켜 놨는데, 끄고 또 잤어요.”
“선생님. 죄송해요. 오후 3시에 일어났어요.”
“선생님, 갑자기 가족여행을 가게 돼서요.”
“선생님,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못간데요. 그래서 저 못가요.”
여러 이유를 들어 약속한 예배에 못가서 죄송하다고 하는 우리 아이들이 사랑스러웠다. 솔직하게 자기의 상황을 말하는 아이들, 하지만 아이들을 탓할 필요는 없었다.
학교라는 곳은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그래서 내가 항상 기도하고 있는 ‘가정같은 학교, 가족같은 스승과 제자’가 되어야 한다. 교사들에게 있어 단순 직장 개념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있어 단순한 공부와 지식만 쌓는 곳이 아니라, 서로 사랑으로 어우러지며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그 사랑으로 세상을 살아나갈 준비를 하는 곳, 바로 그러한 곳이 내가 하나님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학교’의 모습이다.
교회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아이들을 신앙적으로 키우기가 참 어렵다. 하지만, 학교는 주중에도 만나고, 이제는 주일에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 일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 아이들을 주님께로 인도하기 좋은 상황이 주어진 것 또한 얼마나 큰 기쁨인가.
 
저 꼭 갈게요
두 번째 예배 때는 아이들 두 명이 출석했다. 모닝콜을 해달라고 요청한 아이들이 있어서 학교로 오면서 전화를 했는데 거의 안 받았다. 그나마 졸린 기색이 역력하게 전화를 받은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5분만 누워 있다가 갈게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아이들 두 명 다 오지 않았다. 잠을 이기지 못하는 아이들, 안식을 전혀 취하지 못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 속의 피해자라는 마음이 들어 눈물이 난다.
온 아이들과 간단한 간식을 나누고, 아이들을 격려했다. 하나님께서는 결국 작지만 큰 공동체로 인도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주님께서 만나주시고, 이 시대의 하나님의 사람으로 귀하게 사용하실 것이라 믿는다. 천하보다 귀한 영혼이 두 명이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과 예배를 드린다는 사실은 나를 감격케 하기에 충분했다. 나 역시 작은 교회에서 그 은혜를 경험하고, 구원받은 사람이기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오후에 연락을 해왔다.
그 가운데 한 아이가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죄송해요. 다음번에는 꼭 갈게요. 제가 꼭 기도하러 가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요. 죄송해요. 꼭 갈게요. 기도해주세요.”
 
교회도 다니지 않는 데 이렇게 고백하는 아이의 마음은 무엇일까?
아니 하나님께서 어떤 마음을 이 아이에게 부어주신 것일까?
분명히 사랑하는 영훈고 제자들의 마음을 주님께서 다 아시리라 믿는다. 그 삶을 아실 것임이 분명하다. 이미 택정하시고, 인도하심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매일매일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섬겨야 한다는 것.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열매를 맺어가실 것이니까 인내와 소망을 가지고 전력을 다해 섬겨야 한다는 것. 그것 아니겠는가?

 
17.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