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등교하고 있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8.03.26
조회수
1042

걸어서 등교하고 있어요
 
상담할 수 있어요?
퇴근한 이후에 한 통의 문자가 들어왔다.
“선생님, 저 상담 좀 해주실 수 있어요?”
문자의 주인공은 내가 작년에 수업을 했던 남학생 재혁(가명)이었다.
“응, 재혁아, 당연하지. 내일 점심 시간에 볼까?”
“네, 선생님.”
‘재혁이에게 무슨 일이 있나?’ 생각하며, 일 년 전의 재혁이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조용히 생활했던 아이, 다소 힘이 없어보이던 아이로 기억되었다. 나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내일의 만남 가운데 성령님께서 함께 하시길 소망하며 잠시 기도를 드렸다.
 
몸이 좀 아파요
재혁이는 점심 시간에 나를 찾아왔다.
어제 떠올렸던 대로 재혁이는 힘이 없고, 조용한 모습 그대로였다.
“응, 재혁아. 어서 와. 이제 2학년이 되었구나.”
“네, 선생님.”
나는 분위기를 밝게 하며 말했다.
“그래, 재혁아.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 기대가 되는데~.”
재혁이의 표정이 다소 굳어지는가 했더니, 이내 평안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 선생님. 사실은 제가 몸이 좀 아파요.”
나는 흠칫 놀라며 되물었다.
“응? 몸이. 그랬었니?”
 
아버지도 심장병예요
재혁이는 이어서 말했다.
“작년에 선생님께서 혼자 외로워하지 말고, 혼자 고민하지 말고 언제든지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자고 하셨잖아요. 선생님 명함에도 그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구요. 그 명함 계속 가지고 다녔거든요. 작년에도 찾아 뵐까 했는데, 용기가 없었어요. 그런데 2학년 되니까 너무 힘이 들어서요. 몸도 안 좋고, 집도 그렇고~, 꼭 찾아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이어서 말했다.
“그랬구나. 재혁아. 연락 잘 했어. 그런데 무슨 병이 있는거니?”
“네, 선생님. 저~ 심장병예요.”
“심장병?”
“네, 그런데~ 저희 아버지도 심장병예요?”
 
5억의 빚이 있어요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아이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하며 왔는데, 작년에 재혁이가 이런 병이 있고, 이런 가정 환경에서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재혁이와 대화를 계속했다. 재혁이는 말을 잘 이어가고 있었다.
“꽤 오래되었어요. 아버지도, 저도요. 3,4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진료 받고 오구요. 그런데 그동안 아버지하고 저하고 병원비, 치료비하고, 또 빚도 많아가지고, 사는 게 힘들어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데, 따로 살고 계셔요. 엄마는 따로 하는 일이 없구요. 동생은 학생이구요.”
나는 재혁이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띤 상태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재혁이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렇구나. 재혁아. 빚이 얼마나 되니?”
“한 5억 정도요.”
 
걸어서 등교해요
나의 눈이 커졌다.
“5억이라구?”
“네.”
“아니, 어떻게 5억을~ 그리고 그 빚을 어떻게 갚고 있는거야?”
“처음에는 검사하는 데만 1억 가까이 든 적도 있어서요. 또 아빠랑 저랑 두 명이어서요. 다른 사람들에게 빌린 돈도 많아서 합치면 그 정도 된대요.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갚기는 어렵지만~. 그래서 제가 조금씩 모으고 있어요.”
“응? 네가? 모으다니, 어떻게?”
재혁이와 나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나갔다.
“용돈 절대 쓰지 않구요.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다니구요. 돈 쓰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한 달에 매월 갚아야 하는 돈만 이삼천만원 정도거든요. 그런데 사실 못 갚기는 해요. 계속 빚예요.”
내 머릿속에는 다른 말보다 재혁이가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다닌다는 말이 스쳐갔다.
“집이 어딘데, 학교까지 매일 걸어다니는 거니?”
“번동예요.”
“번동? 번동이면 우리 학교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
“네, 한 40분 가량 걸려요. 제 걸음으로 걸으면요.”
 
발 마사지만 받아요
재혁이가 등하교 시간에 운동 삼아 걷는다든가, 시간이 충분해 걷는다든가 하는 이유였다면 내 마음이 안타깝지는 않았을 것이다. 재혁이는 돈이 없는 환경 때문에 40분가량을 걸어 등하교를 하고 있었고, 그것도 매일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재혁아, 발 아프지 않니? 사실 네가 걸어다니고 싶어서 걷는 것은 아닌 거잖아.”
“네, 그럼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구요. 발 아프면 병원에 가서 마사지 받아요. 약물 투여만 안하고 마사지만 받으면 저는 그냥 공짜로 해주세요. 법으로 저희 가정이 그렇게 되어 있나 봐요. 아프면 마사지 받고, 걷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나는 재혁이의 눈을 보며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했다.
“재혁아, 너 참 기특한 아이다. 인내심도 대단하고. 요즘 40분씩 걸어다니는 게 너희들한테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해. 부모님 생각도 그렇게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네 이야기를 자세하게 나에게 해주어 고마워.”
재혁이도 나의 눈을 또렷이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재혁아, 그런데 네 이야기를 듣다보니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어. 네가 5억이라는 빚에 묶여 있으면 항상 힘들다는거야.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액수이기도 하고. 그리고 네가 차비를 아껴 조금이라도 갚아가려는 마음은 정말 기특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사실 평생 모아도 모으기 힘든 금액일 수도 있잖니? 이렇게 생각해 봐. 네가 걸어다니다가 다리가 잘못된다든가 하면, 아끼는 돈보다 더 큰 돈이 들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부모님에게 더 큰 부담이 되는거고, 그래서 말인데, 네가 정상적으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정상적으로 학교 생활을 하고. 힘차게 말야. 너, 내가 알기로 교회도 나가는 아이로 알고 있는데 맞니?”
 
힘차게 나아가자
재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하나님께 더욱 기도하며 나아가면 좋을 것 같아. 넌 기도할 수 있는 아이잖아. 상황이 당장 변하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너에게 더욱 힘을 주실거야. 또 하나님께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실 수도 있는 분이니까. 그러니까 더욱 하나님께 매달리며 기도하자. 나도 너와 네 아버지 그리고 가정을 위해 매일 기도할게.”
나는 재혁이를 붙잡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재혁이와 가족들에게 위로와 평강을 주시길 기도했다. 그리고 재혁이와 아버지가 심장병의 고통에서 해방되고, 물질적으로도 해결되기를 위하여 기도했다. 한동안 기도는 계속되었고, 재혁이와 나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을 맛보고 있었다.
기도를 마친 후 나는 재혁이에게 말했다.
“재혁아,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있어. 이렇게 하면 좋겠다. 일단 네 교통비는 선생님이 계속 후원하는 걸로 하자. T-money 있지? 충전하는 거는 내가 감당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신 약속 한 가지 하자. 오늘부터는 정상적으로 버스나 지하철로 등하교 하는거야. 응? 그리고 이런 것 때문에 주눅 들지 말고, 힘차게 기도하며 헤쳐나가기로 하는거. 나도 이제 네 상황을 더 잘 알게 되었으니까 기도 더 하면서 도울 길을 찾아볼게. 어때?”
재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재혁이의 눈빛에는 나를 찾아왔을 때와는 다른 생기가 감돌았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활력과 힘, 생기를 경험하는 재혁이의 눈빛을 보는 나의 마음에도 동일한 하나님의 따사로움이 풍성하게 넘치고 있었다.
 
*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1. 재혁이와 아버지의 병, 즉, 심장병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소망하여 기도 부탁해요.
2, 물질적 어려움이 있지만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가정에 항상 가득하길 기도 부탁해요.
3. 하나님의 방법으로 병원비와 빚이 해결되기를 위해서도 기도 부탁해요.
4. 무엇보다 재혁이가 믿음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도록, 또한 재혁이와 이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분들이 꼭 기도하시어,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하고 함께 찬양할 수 있기를 위하여 기도 부탁드려요. 저도 재혁이 잘 감당토록 위해서 한 번 더 기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