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선생님
작성자
최*하
작성일
18.03.27
조회수
1040

배고픈 선생님
 
저도 배고파요
복도에서 아이들에게 ‘오예스’와 ‘마이쮸’를 나눠주고 있는데 Y선생님이 지나갔다. 그러면서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저도 배 고파요.”
이 말이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렸다.
‘선생님들에게도 간식을 드려라.’
나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하나님의 사람은 하나님의 음성에 바로 순종하는 법, 나는 교목실에 저며 두었던 간식을 꺼냈다. 그것은 ‘레모나’ 비타민이었다. 그리고 ‘자유시간’ 초컬릿.
두 개의 ‘춥파춥스’ 빈 통에 ‘레모나’와 ‘초컬릿’을 각각 100개 가량 넣었다. 그리고 한 개의 통은 들고, 한 개의 통은 팔목에 걸고, 7개의 교무실을 순례하기 시작했다.
 
뽑아봐요
나의 출현에 선생님들은 반가워했다.
“웬일예요? 최선생님.”
오랜 동안 함께 한 동료 교사들, 이제 어느덧 나도 완전 선배 교사가 되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 어디서 간식 달라는 소리가 들려서요. 자~ 선생님들 간식 타임입니다.”
외치고, 자리에 있는 선생님들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자유시간’을 한 개 올려놓았다.
“고맙습니다.”
말하는 선생님에게 도리어 내가 말했다.
“자! 김선생. 이거 하나 뽑아봐요.”
김선생님은 의아하다는 듯이 ‘레모나’ 통에 손을 넣었다.
“이렇게요?”
하나를 뽑아들면서 ‘그냥 주면 되지 왜 뽑게 하나.’라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읽어봐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
XX제약에서 나온 ‘레모나’ 비타민 작은 겉봉투에는 글귀가 있다. 그 글귀는 사람을 무척 행복하게 만든다. 그 선생님이 뽑은 글귀는 “네가 젤 예뻐”였다.
덩치가 큰 남자 선생님이 뽑은 글귀가 “네가 젤 예뻐”라는 것에 교무실의 선생님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서 뽑은 선생님의 글귀는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넌, 최고야”. “사랑해”, “네가 젤 멋져” 등을 뽑는 선생님들의 얼굴이 점점 환해졌다.
하나님은 의미 없는 일은 하지 않으신다. 아침 시간, 날씨도 잿빛이었던 금요일 아침에 하나님께서는 한 선생님의 음성을 통해 나를 움직이시고, 전 교무실을 돌게 하며 하나님의 마음을 부어주셨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마음에 위로와 사랑의 평강을 주고 계셨던 것이다. 자리에 계시지 않은 분들은 내가 뽑거나 옆 자리 선생님에게 뽑으라고 해서 자리에 올려놓았다.
 
사랑해 고마워
한 여선생님이 한 개를 뽑았다.
“사랑해.”
그러더니 한 개를 더 뽑겠다고 했다.
“고마워.”
갑자기 그 선생님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말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 사실은 요즘 제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이 두 개였어요. ‘사랑해, 고마워’요.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듣게 될 줄 몰랐어요~.”
그 선생님이 어떤 연유에서 그런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그 선생님은 그 순간 힘을 얻고 있었음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감사했다.
 
선생님 덕예요
“배 고파요”를 외쳤던 Y선생님이 자리에 있었다.
나를 보더니 잘 먹겠다고 인사를 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Y선생님, 사실은 오늘 간식 돌린 게 선생님 덕예요. 배고프다고 했잖아. 그 소리가 나에게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렸거든. 그래서 돌린 거예요. 내가 고맙다고 해야죠. 가끔 배 고프다고 또 말해요. 알았죠? 하하하.”
Y선생님도 함께 웃었다.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영훈고등학교. 그것은 영훈고에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을 매순간 부어주시기 때문이다.

다 돌린 후, 교목실에 있는데 C선생님이 교목실 문밖에서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 저는 레모나 글씨 어떤 건지 아세요? ‘네가 젤 예뻐’예요. 기분 좋은데요.”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