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와 전자렌지
작성자
최*하
작성일
18.04.08
조회수
1067

냉장고와 전자렌지
 
필요한 것 없나요?
복도에서 K선생님을 만났다.
“아~ 선생님. 새 교무실하고, 도서실은 잘 정리되고 있나요?”
K 선생님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뇨, 아직도요. 하고 있어요.”
그랬다. 금년에 들어오면서 교무실 하나가 더 생겼다. 바로 7교무실.
겨울 방학부터 교무실 공사를 하면서 난방공사, 전기공사, 그리고 옆에 붙어 있는 도서실 서가도 새로 꾸미고 책 정리도 하고 있었던 것인데, 아직도 뒷정리가 안 된 것이다.
나는 몇 시간이 지난 후 7교무실을 방문했다.
“안녕들 하세요?”
몇 분의 선생님들이 계셨다. 그리고 복도에서 만났던 K선생님도 있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들, 교무실 환경이 무척 좋으네요. 빛도 잘 들어오고, 다른 교무실보다 더 넓은 것 같아요. 새 집인데 뭐 필요한 것 없나요?”
 
냉장고가 필요해요
K 선생님이 얼굴에 화색이 감돌면서 물었다.
“말씀드리면 다 준비해주시나요?”
나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일단 말씀하셔요. 가능할 것 같은데요.”
나의 이 말에 선생님은 흠칫 놀라는 듯했다.
“응, 일단 냉장고가 필요해요.”
“네~. 냉장고요.”
“가능한가요?”
“응, 그럼요. 가능할 것 같은데요. 제가 어떻게 준비해 볼게요.”
긍정적인 나의 말에 교무실 선생님들은 놀라고 있었다.
이어지는 얘기 속에 학교 상황을 들어보니, 학교 예산에는 냉장고와 같은 것을 구입할 예산을 미리 책정하지 않아, 학교측에서 구비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기도하면 됩니다
나는 교무실을 나와 잠시 기도했다.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생각나게 하시는 냉장고가 있었다.
얼마 전 부활절 달걀을 1,500개 주문했었는데, 예정했던 날보다 4일이나 빨리 학교에 배달되어 온 적이 있다. 맥반석 달걀이지만, 우리 영훈고의 모든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안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하다 못해, 학교 밖의 쉼터로 11년째 운영하고 있는 ‘영훈센터’에 가서 냉장고를 실어온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달걀을 넣어 두었다가 나눠주었던 냉장고. 바로 그 냉장고를 하나님께서는 기도 가운데 떠오르게 하신 것이다.
“그 냉장고를 갖다 주어라.”
그 냉장고는 교목실 옆 카페 코이노니아실에 잘 세워두었었다. 나는 기도하는 중에 이런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나는 냉장고를 학교 직원과 함께 7교무실로 날랐다. 7교무실 선생님들과 대화한지 불과 한 시간도 안 된 시간에 냉장고가 들어오는 모습을 본 선생님들은 매우 놀라고 있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예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들, 새것이면 더 좋겠지만~ 죄송해요. 하하하. 그런데 아마 성능은 괜찮을거예요.”
K선생님은 매우 좋아하며 말했다.
“아니, 선생님. 정말 이렇게 냉장고가 금방 들어올 줄은 몰랐어요.”
나는 계속 말했다.
“하하하, 기도하면 된다니까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라면요. 아셨죠?”
 
전자렌지도 가능할까요?
그때 K선생님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앗~ 정말요? 그럼 선생님. 전자렌지가 하나 더 필요한데, 될까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됩니다.”
나는 교목실로 와서 또 기도했다.
사실 ‘전자렌지는 내가 사 드려도 되는데 뭘.’ 하면서 7교무실을 나왔지만, 그래도 기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나님의 사람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기도 가운데 한 사람을 떠오르게 하셨다.
그 사람은 나의 남동생이다. 남동생은 새로운 가전 제품이나 중고물품을 사고 팔고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어차피 구입할 요량이면 동생을 통해서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그때. 전화가 왔다. 그것은 바로 남동생의 전화였다.
이런 것을 세상에서는 우연의 일치라고 하겠지만, 믿음의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섭리라고 할 것이다. 동생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별 일 없어?”
이 말 한 마디로 나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경험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인가 생각하며, 나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별 일~ 있지. 하하하. 내가 전화하려 했는데 어떻게 먼저 했니?”
“응? 그냥, 궁금해서. 별 일이 뭔데?”
나는 전자렌지를 구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냉장고를 다른 교무실로 옮겨준 이야기까지 하고 있었다. 동생은 이야기를 다 듣고 말했다.
“글쎄, 알아봐야겠는데, 교목실에 놓아둘 냉장고가 있는지, 그리고 전자렌지도 좋은 게 있는지.”
“그래, 알아봐 줄래? 냉장고는 사실 없어도 돼. 있으면 좋겠지만. 교목실엔 현재 나만 있고, 사람들도 왔다갔다 하니까, 그런데 전자렌지는 새로운 교무실에 꼭 필요해서, 비용이 들면 내가 부담할 테니까 꼭 알아봐 줘.”
 
 
통화가 끝나고 30분쯤 지났을까?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
‘헉!’
거기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는데, 작은 트럭에 냉장고가 포장 박스 안에 들어가 있었고, 그 옆에는 전자렌지 두 대가 있었다.
‘뭐지?’ 하고 있는데,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는 물건이 마땅한 게 없었는데, 친구가 좋은 게 있다고 해서, 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 지금 트럭으로 보낼 테니까, 받아서 사용해. 그리고 돈 드는 것 없어. 그냥 받아주면 돼. 끊는다.”
나는 급한 말로 후다닥 말하고 끊는 동생의 말을 여운으로 곱씹으며, 잠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참 기가 막히게 일 빨리 하시네요. 하하하. 그것도 동생을 통해서. 무슨 뜻이 잇는 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그리고 보내온 냉장고와 전자렌지는 20분 후에 학교에 도착했다.
나는 전자렌지를 가지고 7교무실로 갔다. 선생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선생님. 어떻게 된 거예요? 말씀드린 지 한 시간 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우와, 이거 진짜야? 레알?”
나는 웃으며 말했다.
“기도하면 된다니까요? 하나님께서는 기뻐하시는 일은 바로 하시는 분이시잖아요.”
 
18.4.4.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