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작성자
최*하
작성일
18.04.30
조회수
1039

소확행
- 고3을 위한 깜짝 간식
 
항상 배고파요
아이들은 왜 항상 배고파할까? 그리고 먹는 것을 왜 그리 좋아할까?
먹고먹고 또 먹어도 항상 허기진 것은, 배가 고파서라기보다는 ‘영적 허기’가 아닐까? 사랑을 담을 우리 아이들의 그릇이 무척 큰데, 다 채워지지 못한 사랑의 결핍 때문이 아닐까?
결국 내가 아이들에게 부어주어야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랑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기에 행함이 필요했다. 일단 배고픈 아이들에게 ‘오예스’를 주고, ‘마이쮸’를 주고, 또 다른 먹을 것을 원할 때마다 주며 사랑을 표현했다.
금년에 1학년과 2학년은 원하기만 하면 교목실로 와서 간식을 먹을 수 있다. 채플 시간 등등에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금년 고3은 그럴 기회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채플과 여러 기독활동에는 항상 간식이 준비되는데, 금년 고3은 정기채플도 없고, 기독교적 프로그램이 적용되지 않는 학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3들을 먹이고 싶다면 따로 관심을 가지고 챙겨줄 수밖에 없다.
 
함께 봉사해요
아침에 가끔씩 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다.
‘배 고파요.’
환청인지, 하나님께서 들리게 하시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 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움직인다.
그날도 그랬다. ‘고3 학생들만 간식을 챙겨 주라, 사랑을 표현하라’는 음성을 듣고, 나는 하나님의 지혜를 구했다. 어떻게 나눠주면 좋을지를.
수능을 앞두고 있을 때나 가끔 학교 정기고사를 앞두고 전체 교실에 나눠준 적도 있지만, 이 날은 달랐다. 적은 것이지만, 아이들에게 활력의 마음을 불어넣는 것이, 간식의 양보다도 더 중요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으로 행동에 옮겼다.
나는 2교시 빈 시간에 교감선생님께 다가갔다.
“교감 선생님, 저하고 봉사 좀 하시죠?”
교감선생님은 웃으며 반응했다.
“아~ 네. 뭘 하면 될까요?”
나 역시 웃으며 말했다.
“요 시간 마치고 제가 고3들만 방송할 겁니다. 그때 코이노니아실에서 내려오는 고3들 간식 나눠 주시면 돼요.”
교감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학교 미쳤어
2교시 수업 마치는 종이 울렸다.
나는 급히 고3학생들 반에만 방송 스위치를 올렸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하는 고3 여러분! 교목실입니다. 지금~ 여러분, 고3학생들 여러분들 반에만 방송하는 겁니다. 내일 모의고사도 았죠. 힘들죠. 여러분 격려합니다. 그리고~ 지금 배고픈 사람들, 교목실 옆 코이노니아실에 간식이 준비되어 있사오니~”
그때였다. 내가 방송을 하고 있는 2층 교무실 위, 3층 3학년 교실에서 ‘와다다다’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고3 아이들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나는 방송을 종료하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보니까 계단과 복도를 나도 뛰고, 고3 아이들도 뛰기 시작했다. 뛰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남학생이 나에게 손가락 하트를 보내며 외쳤다.
“뀨~^^”
코이노니아실 앞에 아이들이 벌써 30여명이 몰려 있었다. 아이들은 이내 복도까지 길게 줄을 섰다. 그리고 차례를 기다렸다.
‘하하, 이게 뭐라구~’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게 뭐가’가 아니었다.
교감 선생님이 ‘오예스’를 한 개씩 나눠주고, 내가 ‘마이쮸’를 두 알씩 나눠주는데, 아이들은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우리 학교 최고예요. 이런 것도 있구요.”
이런 인사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여학생이 활짝 웃으며 나를 보고 말했다.
“우리 학교 정말 미쳤어요. 최고예요.”
그 아이는 ‘무척 좋다’는 말을 ‘미쳤다’고 한 것인데, 왜 그 말이 가장 적절하다고 들린 건지 모르겠다. 하하하.
 
크신 사랑이 넘치길
지나가는 선생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다가 코이노니아실로 들어오셨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잔치가 열렸네요. 하하하.”
나는 웃으며 말했다.
“자~ 선생님도 오예스 하나, 마이쮸 두 개, 하하하.”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기쁜 2교시 쉬는 시간이었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고3 아이들 150명 가량이 간식을 받아갔다. 아이들은 그것을 받아가면서 작은 것에 큰 감동을 표현했다. 그것은 애일까?
아이들은 ‘오예스’나 ‘마이쮸’ 같은 간식보다 더욱 큰 것을 받아갔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향한 어른들의 마음, 교감선생님과 선생님이 나누어주는 간식을 통해 ‘사랑’을 받아간 것이다. 또한 그것을 행하게 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전달 받아 간 것이다.
아니, 혹시 지금은 잘 모른다 하더라도 알아갈 것이다. 그 크신 사랑을.
그리고 그 사랑을 전염시키는 도구로 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게 지혜를 주신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를 드린다.
 
‘소확행’예요
K선생님께서 고3들에게 깜짝 간식을 나눠주신 것을 알고, 나에게 이런 말씀을 주셨다.
“선생님, 요즘 ‘소확행’이란 말이 있어요, ‘소확행’요. ‘작은 것에 확실한 행복’이 있다는 것인데, 오늘 고3 아이들 간식을 주는 것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부귀 영화를 다 누리던 사람들이 시골로 귀향하거나, 작은 밭을 일구며 산다든다 하는 것 말예요. 그게 진짜 행복이라고 느끼는 삶같은 거요. 사실 오늘 고3들한테 준 것은 작은 간식인데, 생각해 보니까 아이들 입장에서는 매우 큰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 같아요. 소확행을 경험하는 학교, 참 좋으네요.”
2018.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