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선생님과 현이
작성자
최*하
작성일
18.07.02
조회수
1094

J선생님과 현이
 
찾아오신 선생님
현충일 전 날, J선생님이 나를 찾아왔다. 그런데 평소 밝은 선생님의 모습과는 달리,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그리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해서 금방 쏟아질 것도 같았다.
‘무엇이 이 선생님을 이렇게 힘들게 하고 있는거지?’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얼굴에는 미소를 띠며 이렇게 물었다.
“J선생님, 어서 오세요. 잘 지내셨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J선생님은 힘을 많이 잃은 상태로 보였다. 나는 의자에 앉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J선생님이 어떤 일로 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성령님께서 마음을 열어주시고, 평안으로 인도하여주시옵소서.’
 
부모님의 문제예요
J선생님은 이내 입을 열었다.
“선생님, 우리 반에 현이라고 있어요. 너무 힘든 아이라, 다른 방법이 없어서요. 그래도 선생님 찾아뵈면 길이 있을까 해서 찾아뵈었어요.”
나는 여전히 미소를 띤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
“네, 선생님. 어떤 일인지는 모르지만 잘 찾아오셨어요. 편안하게 하고 싶은 말씀 하셔요. 저, 들을 준비 되어 있습니다. 하하하~.”
J선생님도 마음의 평안이 온 듯했다. 그리고 현이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이는 참 착하고, 모범적으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어요. 공부는 중간 이상 정도구요. 그런데 가정 환경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해서요. 상담을 하면 이건 아이의 문제가 아니고, 부모님의 문제라서요. 제가 보기에도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이 들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J선생님의 눈을 응시했다.
 
병중에 계셔요
J선생님은 말씀을 계속 이어가던 중에 간헐적으로 울먹였다.
“현이 아빠가 심근경색이 있구요. 게다가 간경화증에, 우울증이 심하셔요. 오랫동안 병중에 계셨대요.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가운데서, 현이 엄마와 현이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셨다는 거예요. 요즘은 기력이 떨어져서 좀 줄어들긴 했지만요, 이것 때문에 현이는 집을 나오고 싶어하구요, 게다가 현이 엄마도 돈벌이가 없구요. 현이 엄마는 남편 옆에 있어야 하나 봐요. 환자니까요. 그리고 아빠는 돈을 벌 수 없는 상태구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국 현이의 부모가 제 위치에서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 병중에 계신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와 남편을 통해 현이가 그리고 현이의 어머니가 얼마나 깊은 상처를 갖게 되었을지 느껴졌다.
참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제자를 외면하지 않고, 어떻게든 돕고자 하는 마음을 J선생님이 갖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 무척 감사했고, 또 이렇게 찾아와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안경이 깨졌어요
나는 물었다.
“선생님, 그럼 가족 생계는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 건가요?”
“일단 기초 수급자로 되어 있어서요. 어렵지만, 현이 등록금도, 교재 값도 해결은 돼나 봐요. 그런데 얼마 전에도 현이 안경이 깨졌는데, 안경을 고칠 돈이 없었나 봐요. 그래서 주말 알바해서 겨우 안경을 고쳤대요. 사실, 현이가 그렇게 감당해가며 살아가는 것도 의미가 있는 거라고 보여지지만, 제가 봤을 때는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현이는 그냥 평범하게 학교 생활 편히 하고 싶어하고, 독서실도 가고 싶어하고, 군것질도 하고 싶어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일상적인 것을 하려 할 때도 여건이 안 되니까, 그냥 평범한 것을 원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현이가 주눅드는 거예요. 그게 저는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더욱이 현이는 집에만 가면 편하지가 않으니까요~. 그래서 선생님, 먼저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혹시 현이를 도울 수 있는 길이 있으면 도와주십사 해서 찾아뵙게 된 거예요.”
일사천리로 현이에 대해 이야기 하는 J선생님의 마음이 어느덧 안정을 찾아간 듯 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상태로 말이다.
 
하나님께 기도해야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 당연히 길이 있을 거예요.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와서 말씀해주신 것을 하나님께서 다 들으셨을 테니까요. 저도 기도하며 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게요.”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자, 여기 휴지로 눈물 닦으셔요~. 참, 선생님은 신앙 생활을 하고 있으시던가요?”
“네, 해 왔는데, 얼마 전부터는 다니지 않고 있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어요. 현이와 우리 학급의 아이들을 보다보니, 기도를 안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다닐까 해요. 선생님, 우리 반 아이들 유별난 거 아시죠?”
“하하, 잘 알죠. 지난 주에도 아이들 다툼이 있었잖아요. 그것 때문에 안 그래도 선생님 뵙고 기도해드리고 싶었었어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현이를 통해 선생님을 결국 만나게 하셨네요. 하하하. 제가 현이와 가정 위해 한번 기도해도 될까요?”
J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선생님.”
 
J선생님과 기도하며
나는 J선생님과 함께 기도했다.
“살아계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 J선생님의 발걸음을 인도하셔서 사랑하는 제자 현이의 이야기를 듣고 기도하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제자를 사랑하는 귀한 마음을 우리 J선생님에게 부어주신 하나님, 선생님의 마음 가운데 주님의 평강과 은혜를 부어주시길 원합니다. 위로와 평강, 활력을 더하여주셔서 우리 아이들을 만날 때 사랑과 기쁨,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선생님 되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특히 현이와 현이의 부모님, 이 가정을 붙잡아주시옵소서. 현이의 아빠 나쁜 병들이 다 사라지고, 회복되게 하시며, 특히 폭력적인 모습들이 다 사라지게 하옵소서. 현이의 엄마에게 힘주시고, 남편을 위해 기도하는 아내로 세워주시옵소서. 현이의 모든 삶을 주님께서 주관하시고, 지혜와 명철, 필요한 물질 다 채워주옵소서.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로 인한 상처가 회복되고, 이 시대 하나님의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주님께서 붙잡아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기도는 한 동안 계속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나와 J선생님의 눈에 눈물을 가득 부어주셨다.
 
위로하시는 하나님
나는 기도를 마친 후, 성경 말씀 갈피가 담긴 컵을 J선생님 앞에 내놓았다.
“선생님, 한 번 뽑아보셔요. 하나님께서 선생님에게 말씀을 주실 거예요.”
J선생님은 성구서표 한 장을 뽑았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두려워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이사야 41:10)
 
이 말씀을 읽으며 J선생님은 또 한 번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현이와 부모님, 이 가정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께서 현이의 가정을 붙잡아 주시고, 하나님의 복된 가정 되도록요.
그리고 J선생님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현이를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믿음이 회복될 수 있도록요.
저를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J선생님과 현이, 이 가정을 잘 섬길 수 있도록요.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 6. 7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