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얻었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8.10.29
조회수
1056

힘을 얻었어요
 
갈 낙엽을 줍고
금년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포도(鋪道)에 흩어지는 물든 낙엽을 보며 하나님의 오묘하고 찬란한 솜씨를 경험하게 된다.
청소년 시절, 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 증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대목에 매료되었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해마다 가을이 오면 이 시의 구절이 더욱 나의 가슴에 꽂히는 경험을 하곤 한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때, 죽어가는 것에 생기가 들어가고, 포기하지 않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섬길 때, 상대방이 살아나는 것을 보게 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두 개 주셔요
쉬는 시간 복도를 지나는 한 여선생님의 고개가 땅바닥에 떨어질 듯 무거워 보였다. 학교에서 항상 웃고 다니는 나이지만, 그 날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선생님께 말을 건넸다.
“선생님, 잠깐 이리 와 보셔요.”
지나가던 선생님은 내가 이끄는 데로 교목실로 들어왔다.
나는 책상 위에 깔아놓은 코팅된 낙엽 한 무더기를 가리켰다.
“선생님, 왠지 이거 드리고 싶은데, 골라서 갖고 가셔요. 제가 직접 만든 거예요.”
일순간 선생님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우와~. 예뻐요. 저 두 개 갖고 가도 되나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선생님. 마음에 드는 것 다 갖고 가셔도 돼요.”
 
힘을 얻었어요
코팅된 낙엽에는 글귀가 씌어져 있었다.
선생님은 두 장을 골랐다. 그리고 연거푸 고맙다는 말을 하며 자기 교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다음 시간 또 복도에서 만났다. 그 선생님은 지난 시간과는 전혀 다른 표정이었고, 활기찬 발걸음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사실은 요즘 많이 힘들고 지치고 그랬는데요, 주신 낙엽 때문에 힘을 얻었어요. 책상에 꽂아놓았어요. 참 감사해요.”
그 선생님이 뽑은 두 장의 낙엽에 내가 쓴 글은 이것이다.
“힘내요.”
“잘 될거야”
 
작은 것에 생기를
내가 가지고 있는 낙엽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보관해 온 것들이 있다. 그러니까, 30년 전, 20년 전, 그리고 5년 전, 작년 것들 그리고 요즈음 주운 것들도 있다.
최근의 것들은 바로 코팅하기가 어렵다. 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쓰고 코팅을 하는 낙엽들은 모두 최소한 1년이 지난 작년 이전의 것들이다.
나뭇잎을 주워 헌 책의 갈피에 끼울 때마다 기도하곤 한다.
“하나님, 이 낙엽 한 장에 생명을 더하소서. 갈라지고 찢어져 사라져 갈 낙엽이지만, 생명을 불어넣을 때 이것을 받는 영혼들이 회복되게 하시고, 힘을 얻게 하소서, 주님의 사역에 이 한 장의 낙엽이 이 한 절의 글귀가 도구로 사용되게 하소서.”
성령 하나님이 임하실 때 세상의 어떤 작은 것도 하나님의 생명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이 기도를 기뻐하신 듯하다. 그것을 보게 하시는 삶을 허락하시니 참 감사하다.
 
평생 사랑의 섬김으로
어제도 그저께도 지방 집회를 갔었다. 인천으로, 강원도로 갔다. 가는 곳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대자연의 풍경(風景)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니다가 떨어진 낙엽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낙엽을 줍고 또 주웠다.
어제 강원도 원주에서는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산등성이에 차를 잠시 세우고, 낙엽을 주웠다, 이 낙엽 한 장에 생명이 들어가며, 이 한 장으로 말미암아 또 한 영혼이 살아나리라 믿으며 한 장 한 장 주웠다.
나중에 내가 퇴직해서 시간이 더욱 주어진다면, 줍고 모아둔 낙엽에 글을 쓰고 코팅을 해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나눠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을이 오면 낙엽은 무궁무진할 테니까 말이다. 이런 마음을 불어넣어주시고, 만들게 하시고, 또한 생명과 활력의 도구로 사용하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린다.
 
18.10.29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