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에서의 아침기도
작성자
최*하
작성일
18.11.23
조회수
1072

교정에서의 아침기도
 
선생님을 기다렸어요
출근하는 길, 운전하며 교문을 들어서는데 다급한 손동작이 보였다.
그 주인공은 아내가 췌장암으로 투병을 하고 있어 매일 내가 기도하고 있는 A선생님이었다. A선생님의 차를 멈추라는 다급한 손짓에 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무슨 일이 생겼나?’
나는 주차를 하고 A선생님과 교정에서 마주했다. 의아해 하는 내 눈빛과 달리, A선생님은 다소 부끄러운 듯한 얼굴이었다.
“선생님, 기다렸습니다.”
“응? 나를? 무슨 일 있어요?”
산발적인 나의 질문에 겸연쩍은 얼굴로 A선생님은 웃었다.
“아뇨, 사실은 어제 찾아뵈었는데 안 계시더라구요. 연가를 쓰셨던데 어디 편찮으셨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녜요. 어제 다른 일이 좀 있어서요.”
“네~.”
 
농사 지은 거예요
A선생님은 주차 되어 있는 자신의 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트렁크에서 자그마한 상자를 꺼냈다. 그것은 사과즙 박스였다.
“선생님, 이거 드리고 싶어서요.”
“아니, 이거 웬 거예요?”
“감사해서요. 드리고 싶었어요.”
“아녜요, A선생님. 내가 한 게 뭐가 있어~.”
A선생님은 웃으며 말했다.
“기도해 주시는 거요. 그게 감사해서요. 사실 저희 집이 과수원을 하거든요. 농사지은 것인데, 좋은 사과는 내다 팔구요. 이건 상품 가치가 없는 건데, 즙을 내어 필요한 분도 드리고 먹기도 하거든요. 선생님 드리고 싶은 생각이 나서요.”
나는 그 진심어린 마음에 참으로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래서 이 아침에 여기서 기다린 거예요? 내가 몇 시에 올 줄 알고?”
“보통 이 시간에 오실 것 같아서요. 저도 기다린 지 5분도 안 됐어요. 선생님, 참 감사합니다.”
 
교정에서의 아침 기도
무엇보다 경황이 없을 텐데 하나님께서 A선생님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을 허락하심에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또한 내 마음에도 A선생님을 통해서, 격려와 평강의 마음을 더하시는 것에 감사했다. 사실 기도하면서도 요즘 학교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A선생님을 통한 하나님의 위로하심과 음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너, 잘하고 있는거야!’
이런 음성으로 말이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참 감사해요. 사실 내가 사과 무척 좋아하는데, 하하, 하나님께서 이렇게 A선생님 통해서 좋은 것을 먹게 해주시니 참 감사하다. 고마워요. 내가 그냥 받을 수 없으니까 잠깐 기도 한 번 하자. 괜찮지?”
나는 교정에서 A선생님의 손을 붙잡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영하의 날씨, 이른 아침.
대대로 불교의 가정이라고 하는 A선생님, 사모님이 췌장암으로 투병중인 그 남편, 두 아이의 아빠인 가장, 그리고 사랑하는 후배 교사이며, 동료인 A선생님을 붙잡고 나는 한참을 기도했다.
“하나님, 이렇게 부족한 종에게 베푸는 마음을 우리 사랑하는 A선생님에게 주신 하나님, 이 가정을 꼭 만나주실 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구원의 은혜를 베푸시고, 사모님을 회복시켜주시고,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을 보게 하실 줄 믿습니다. 무엇보다 이 가정이 복된 믿음의 가정 되게 인도하여 주실 줄 믿습니다~.”
기도는 한참 계속되었다. 하나님께서는 A선생님을 통해 또 한 번 기도하게 하셨고, 기어이 이 가정을 붙잡아 온전케 하시겠다는 확신을 주셨다.
기도를 마친 후 나와 A선생님은 진한 허깅을 하였다. 영하의 추운 날씨였지만, 따스한 성령님의 손길이 우리 둘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A선생님과 사모님, 두 자녀가 꼭 주님을 영접하기를 위하여 기도 부탁드립니다. 또한 췌장암으로 투병중이신 사모님이 주님의 은혜로 꼭 회복되기를 소망하며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8.11.22.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