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나가다 안 나가고 있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9.01.15
조회수
1179

교회 나가다 안 나가고 있어요
- 희 이야기
 
새해 첫 만남의 제자
1월 2일 아침, 방학이긴 해도 일찍 출근해 말씀을 묵상하고 있는데, 교목실 문이 열렸다.
이제 2학년이 되는 희였다. 매초롬한 머리와 흰 얼굴, 배시시 웃는 희는 문을 열고 들어와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
“선생님, 들어가도 돼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오, 희야. 당연하지. 방학인데 학교에 나왔네. 어서 와.”
희도 웃으며 말했다.
“네, 학교에서 오케스트라 연주 연습이 있어서요. 이제 끝나고 가는 길에 들렀어요.”
“그랬구나. 간식이 필요한 거니?”
“네, 그것도 그렇고~, 그냥요.”
아이들이 교사를 찾아오는 것 같지만, 사실 하나님께서 그 발걸음을 인도해주신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이렇게 아이들을 만나면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을 알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상대방을 대하게 된다.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야~. 이것 오늘 기념될 만한 날인데, 희야. 네가 금년 들어 가장 먼저 내가 만나는 첫 제자야. 이건 대단한 일인데, 하하.”
 
교회 안 다니고 있어요
나의 이 말에 희도 활짝 웃으며 좋아했다.
“와, 진짜예요~ 선생님! 제가 처음이라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권했다. 그 때부터 나는 희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야기 중에 나는 이렇게 물었다.
“희는 금년에 소원이 뭐니?”
교회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나는 이렇게 물을 때가 있다. 희는 이렇게 말했다.
“공부 열심히 하는거요.”
전형적인 한국 아이들의 대답을 희도 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공부 열심히 할 수 있기를 나도 기도할게. 그리고 내 기억으로는 희는 교회에 다닌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맞니?”
“네, 6월까지 다녔었구요. 지금은 안 나가고 있어요.”
나는 계속 미소를 띠며 말했다.
“6월까지, 잘 다니다가 안 다닌 거로구나.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쨌든 어서 교회로 다시 정착하길 기도해야겠다.”
“네, 선생님. 다시 다녀야 한다는 건 아는데, 엄마도 반대하고요, 또 안 다니다가 다니려니까 잘 안돼요.”
“그래, 그렇구나. 그럴 수 있어. 하지만, 하나님의 인도함을 구하면서 꼭 예배가 회복되게 해달라는 기도는 해야 하는 거야. 그 동안 신앙생활 해보았으면 이 정도 얘기는 희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니?”
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책 선물과 교회 권면
나는 희에게 책 한 권을 선물했다.
“자, 희야. 이 책은 내가 쓴 책중에 청소년들이 가장 고민하는 내용을 담은 책인데, 너에게 선물로 줄게. 희는 책 읽는 것 좋아한다고 했지? 자 사인해줄게.”
그 책의 이름은 ‘울보선생의 명품인생’(피톤치드 출판사)이다.
청소년들의 고민을 담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 책, 그 책에는 ‘정체성, 재능, 관리, 관계, 이성, 친구, 학업, 가정, 비전’ 등의 내용을 총망라한 책이다. 희는 무척 좋아했다.
“선생님, 진짜 감사해요. 잘 읽을게요.”
희는 책을 들고 함께 인증샷을 찍었다. 그리고 이어서 나는 웃으며 말했다.
“희야.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는데, 희는 교회를 그동안 다녔다고 했잖아. 예수님을 정말 믿니?”
희는 멈칫했다. 나는 계속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응,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돼. 사람은 언제든 한 번 하늘나라 갈 때가 있잖아. 그 때 천국에 갈 확신이 있는가 하는가를 묻는 거야.”
희는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응~~, 자신 없어요.”
“응, 그렇구나. 그렇다면 희야. 희의 믿음이 다시 회복되길 바란다. 교회도 다시 다니게 되길 말야. 사실 우리가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잖아. 너희 같은 청소년들도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일이 많으니까 말야. 지난 번 대성고 아이들도 그렇고~.”
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학교안의 교회를 소개했다. 그리고 안내문을 건넸다.
“나하고 선생님들하고 함께 너희들과 예배드리고 있잖아. 학교 안에서 주일날 9시 예배 말야. 그러니까 희야 꼭 같이 예배드리면 좋겠다. 너랑 얘기하던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우연히 너는 나를 찾아온 것 같지만, 하나님께서 너를 기억하셔서 나에게 오도록 하신거야. 세상에 우연은 없단다. 하나님께서 너를 잊지 않고 계시는거야.”
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하나님께서 희를 나에게 보내주신 것에 감사하며 희와 대활르 계속했다.
 
식사 같이 할까?
시간은 어느덧 30분가량이 흘러 11시 40분이 되고 있었다. 나는 희에게 물었다.
“이제 어디 갈거니?”
“아, 학원예요. 공부해야 돼요.”
“그렇구나. 그럼 점심은?”
“가다가 먹어야 할 것 같아요. 혼자요. 혼밥.”
“아, 그래? 그럼 선생님하고 같이 먹을까? 나도 아침을 안 먹고 와서 아점을 먹을까 했었거든.”
희는 밝게 웃었다.
“네, 좋아요. 선생님.”
희는 정확한 답을 바로바로 하는 아이였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이 어느덧 내 가슴에 가득차 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희는 지난 1년 동안 내가 눈여겨 보아오던 아이였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아이, 공부는 하는 것 같지만, 그다지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이, 상처가 있는 아이 등등.
 
가정의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희와 함께 식당을 찾았다. 희도 내가 주문한 국밥을 먹겠다고 했다.
나는 희를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국밥을 주문했다. 먹는 중에 국밥뿐만 아니라, 반찬으로 나온 고추를 된장을 듬뿍 찍어 먹는 희의 모습이 생경스러웠다. 매초롬한 여고생의 이미지와는 좀 다른 면이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며 희는 가정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아버지는 자기가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와 이혼하시고, 살다가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언니, 오빠는 이미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고 있고,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얘기 등등.
특히 학교에서는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없다는 얘기도 했다.
“희야, 집에서는 결국 너 혼자 있는 거잖아.”
“네, 선생님. 그래서 사실 많이 심심해요.”
“그렇겠다~. 희야! 그럼 일단 방학 중에 학교에 올 때마다 교목실 다녀갈래? 오늘처럼 얘기도 나누고, 선생님 도울 일 있으면 도와주고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어때?”
희는 웃으며 말했다.
“네, 좋아요, 선생님.”
희와 대화를 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희를 무척 사랑하고 계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2019년의 초에 처음으로 아이를 나에게 보내주셨다는 확신이 들었다.
희는 내일이나 모레 학교에 온다고 했다. 그 때 다시 만날 때까지 하나님께서는 기도로 준비하고 있으라는 마음을 주셨다.
식사 이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학원을 행해 달려가는 희와 이 가정을 위해, 한동안 거리에서 마음으로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