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 잘될거야
작성자
최*하
작성일
20.07.01
조회수
1028

힘내 잘될거야
 
듣고 싶은 말이 뭐니?
중간고사를 일주일 앞두고 있다. 오늘도 한 학급의 수업에 들어가 칠판에 이렇게 썼다.
‘요즘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
그리고 말했다.
“이 말을 들으면 힘이 날 것 같고, 격려가 될 것 같은 말 있잖아 .샘한테 문자로 보내다오.”
아이들은 폰을 꺼내 문자를 보내왔다. 대부분의 아이들의 응답은 짧았다.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너무 걱정하지마. 다 잘될거야. 잘했어. 두려워하지마”등이었다.
그런데 한 남학생의 문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저 준(가명)이예요 가장 제가 듣고 싶은 말은 ‘힘내 잘될거야’ 이 말이에요. 제가 기타로 실용음악 전공을 꿈꾸고 입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 달 집안 사정으로 입시를 잠시 쉬기로 했는데 사정이 나아질지 모르고 앞으로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힘드네요ㅠㅠㅠㅠㅠㅠ”
 
답장을 주고
나의 시선은 준이의 문자에 한동안 멈춰있었다. 그리고 이내 마음을 다잡고, 문자를 보낸 아이들에게 답장을 썼다. 나의 자필엽서에 아이들이 보낸 문자 내용을 적고, 아이들을 불렀다. 그리고 말로 해주며 엽서를 전달했다.
“미영아,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현수야, 두려워하지마.”
이런 식으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준이를 불렀다. 그리고 준이가 듣고 싶은 말 그대로 말해 주었다.
“준이야, 힘내 잘될거야.”
그리고 눈짓을 보냈다. 복도로 나오라는 눈짓을 준이는 이내 알아차렸다. 그리고 나와 준이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준이를 작년부터 알고 있었다.
기타를 치는 아이, 성실한 아이, 실용음악 전공의 꿈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는 아이. 그런데 그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긴 것이고, 그것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준이를 보니, 마음이 짠했다. 더욱이 작년에 전도가 되어 교회 청소년부에 나왔던 아이, 전공 실기 때문에 주말과 주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워 죄송하다는 표현을 했던 아이, 현재 교회 출석은 하지 않지만, 일렉 기타를 치며 영훈고 수요 채플 때마다 기타 연주를 하며 채플찬양팀의 활동을 하는 아이. 준이에 관한 여러 생각이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준아, 요즘 어떻게 지내는 건지 알려줄 수 있겠니?”
준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그리고 상세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다음 주면 학원을요~. 실용음악 학원을 못 다닐 것 같아서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아빠, 엄마가 지원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니?”
 
중학교 때부터 알바를
준이는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내 눈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네, 선생님. 사실 아빠 엄마는 제가 중1 때 이혼하셨구요. 엄마가 음식점에서 새벽까지 일하시고 그 돈으로 먹고 살았는데, 요즘 일을 못하셔요. 병이 나셔서요. 형이 있는데 대학생이라 등록금도 그렇고, 형도 알바를 하지만 자기도 힘들거든요.”
“그렇구나, 그런 준아, 혹시 너도 알바 같은 것 하니?”
“네, 중3 때부터 알바 했어요. 출장 뷔페 같은 거, 가서 접시 닦고, 그런 것 하면 12만원 정도 일당 받아요. 그걸로 레슨비하고 엄마가 보태주고 하면서 지금까지 온건데~.”
“12만원? 그것 몇 번 하면 몇 십만원 되겠는데~.”
“네, 그런데 그건 제가 하고 싶다고 아무 때나 원하면 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요. 그쪽에서 불러야 갈 수 있거든요.”
준이는 이 얘기를 하며 몇 번을 울먹였다. 중학생 때부터 알바를 하며, 꿈을 키워온 이런 준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마음에도 여러 생각이 오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일 것이다.
 
다 잘될거야
나는 준이의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오늘 준이와의 만남을 통해 무엇을 원하시는지 알기를 소망하며 기도했다.
나는 준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준아, 힘내 잘될거야. 이 말 네가 듣고 싶은 말이지? 오늘 하나님께서 너를 위한 준비를 하신 것 같다. 그리고 문자로 표현 잘했어. 혼자 외로워 말고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이제 나하고 같이 고민해보자. 응? 기도하며 나아가면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실거야. 레슨비가 얼마나 드는거지?”
“매월 31만원예요.”
“그렇구나. 어떤 식으로든 하나님께서 널 축복해주실거야. 그 만큼일지 부분일지는 몰라도 주님께서 오늘 너와의 대화를 다 듣고 계실 테니까. 준아, 다만 너도 기도해야 해. 여건이 그래서 교회를 못 온다고 하지만, 일단 매주 채플 때 예배드리고 있으니까, 최선을 다해 기타로 반주하면서 마음으로 기도하렴. 응? 다음 주면 아직 시간이 있잖아. 잘될거야.”
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사실은 현이도 저하고 비슷해요.”
 
함께 기도하며
나는 흠칫 놀랐다.
“비슷하다면 현이도 부모님 이혼하신거야?”
“네, 형이 있구요. 현이도 저랑 알바하면서 생활해요. 비숫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구나. 그럼 현이에게도 선생님 말 전해주고, 일단 기도하면서 나아가자. 기도가 우선이야. 알겠지? 잘될거야. 준이, 힘내라~~ 응? 그리고 잠시 기도하자.”
나는 복도에서 준이의 등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준이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은혜 감사합니다. 준이의 삶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하나님께서 인도하셔서 여기까지 오게 하신 줄 믿습니다. 준이의 가정과 준이의 꿈을 포기할 것 같은 상황에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오늘 기회를 주셔서 기도하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준이의 삶을 주님께서 주관하시고, 인도하시고, 영광 받으실 줄 믿습니다. 가정을 회복시켜주시고, 어머니를 온전히 치유하여주시며, 준이의 실용음악과를 희망하는 준비가 잘 진행되도록 인도하여주시옵소서. 무엇보다 준이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이 되게 하실 줄 믿습니다. 그래서 이 시대 하나님의 일꾼으로 쓰임 받게 인도하실 줄 믿습니다~.”
 
하나님의 위로
그때였다. 준이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리고 미세한 떨림. 준이는 울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기도를 계속했다.
“하나님께서 준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 다 아시오니, 채우실 줄 믿습니다. 준이의 삶이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게 붙잡아 주실 줄 믿습니다. 친구 현이에게도 동일한 은혜 주실 줄 믿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 준이는 눈물이 가득한 눈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울고 있는 준이를 꼭 안아주었다.
“준아, 파이팅하자. 잘될거야. 이제 교실로 들어갈까?”
준이는 잠시 당황하는 눈빛을 보내며 손가락으로 자기의 얼굴을 가리켰다.
“선생님, 저 화장실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

중보기도 요청을 드리고
나는 믿음의 동역자들에게 아래와 같은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준이와 현이의 가정이 회복되길, 이 아이들이 주님을 깊게 체험하기를, 채플 때 계속 연주로 헌신할 수 있기를, 물질로도 채워지는 과정을 주셔서 아이들이 간증으로 고백하기를, 그리고 저를 위해서도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이 아이들을 잘 감당하고, 인도할 수 있기를요.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은 우연이 없는 분이다. 무엇인가 계획이 있고, 간증을 주시며 끝까지 인도하신다. 나는 준이와 현이를 이런 방법으로 연결시켜주신 것도 그런 뜻이라 믿었다.
마침 기독동문회와 영훈고 동기가 장학금을 후배들에게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해 와, 진행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우선 그렇게 정례화 되어 있는 것보다, 같은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 돕는 마음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들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도 요청을 드린 것이다.
 
주님의 응답
기도 요청을 읽은 어떤 분의 문자가 들어왔다.
“준이 현이 조금이나마 돕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모자란 부분은 다른 분들께 또 마음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짤막한 이 문자를 보며 눈물이 핑 돌았다. 하나님께서 바로 응답을 주시며 준이와 현이를 격려하고 계시다는 것을 확증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요, 하나님. 사실 저에게 먼저 마음 주신 것인데, 모자란 부분 제가 후원해서 이 아이들 바로 도와야겠습니다. 주님께서 꼭 이 과정을 통해 준이와 현이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나주세요~.“
나는 먼저 준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현이보다는 준이가 급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준이의 부모님과 학원 원장님께 전화를 했다. 그리고 이어서 바로 학원비 입금을 했다.
준이뿐만 아니라 현이도 무척 기뻐했다. 그리고 이렇게 해결된다는 것을 보면서 놀라워했다. 두 아이는 함께 학원을 계속 다닐 수 있다는 기쁨이 얼굴 가득히 담겨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격려하며 기도했다. 그리고 마음껏 축복했다.
“준이, 현이야. 힘든 상황이 있어도 이겨내자. 그리고 준이야, 이번에 나한테 표현을 잘한거야.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항상 함께 얘기 나누자. 이번 달 감사하면서 열심히 하고, 다음 달은 또 하나님께서 인도하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응?”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준이와 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이 지났다. 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선생님, 요즘 준이가 무척 밝아졌어요. 예전에는 시무룩했는데, 아주 적극적이고, 힘이 넘치더라구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힘을 주시고, 격려하여주시고, 인도하여주시는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며 섬겨주시는 동역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할렐루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