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못 놀았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20.07.01
조회수
990

아파서 못 놀았어요
 
활기찬 아이
1년에 세 번 영훈고의 제자들과 철원에 있는 은혜요양원에 가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봉사하고 돌아왔다. 금년, 세 번째 봉사활동은 10월 26일에 진행되었다. 가을날 무척 좋은 날씨 속에 하루 봉사활동이 주어진 것이다.
봉사를 갈 때마다 프로그램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이 날은 은혜요양원과 영훈고등학교가 기관 협약식을 맺는 날이었다. 그래서 오전에는 협약식 행사를 갖고, 오후에는 생활인들과 영훈고의 학생들이 함께하는 장기 자랑 발표회를 가졌다. 협약식을 잘 마치고 점심 식사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장기 자랑 순서.
1학년 다영이와 동오가 진행을 맡았다. 약 40명의 학생들과 그 정도 숫자의 생활인이 어우러졌다. 단체로 몸을 흔들며, ‘아파트’ 등의 노래를 불렀다. 개인 또는 학급별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생활인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바로 천국, 그 광경이었다. 나는 함께 손뼉 치며 여러 생활인들을 살펴보던 중, 매번 올 때마다 반갑게 만났던 가장 활기차던 한 생활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이크를 던지고
그 생활인은 이렇게 노래를 하는 자리나, 춤을 추는 자리에는 절대 빠지지 않았었다. 아니, 마이크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모습도 보이곤 했었다.
지난 6월에는 노래방 기기를 가지고, 우리 학생들과 생활인들이 순번대로 돌아가며 노래를 하던 중인데, 그 생활인이 자기 순서를 마친 후에도 계속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그 때 한 생활인이 빼앗으려 하니까, “아이, 씨!”하면서 마이크를 던져 버렸다. 그 마이크는 우리 학교 남학생의 얼굴 앞을 스치더니, 한 쪽 벽에 부딪혔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놔, 놔~!”
소리를 지르며 그 마이크에 달려든 생활인은 마이크를 들자마자 바닥에 던졌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이 상황에, 다들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요양원의 선생님들과 직원이 와서 그 생활인을 달랬다.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 지체가 있는 분, 이렇게 당황스런 일이 일어났는데도 잠시 후, 웃으며 다가오던 분, 이 생활인은 항상 우리가 봉사를 갈 때마다 웃으며 만났었다. 그런데 이번 세 번째 방문에는 그분이 보이지 않아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파서 못 놀았어요
봉사활동이 다 끝나고 마무리를 하는 즈음이었다. 요양원의 실무를 담당하는 황선생님께서 그 생활인을 데리고 왔다.
“선생님, 오늘 친구가 너무 많이 아파서요. 즐겁게 놀고 싶었는데, 놀지도 못했어요. 기도 한 번 해주시면 어떨까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 그래서 오늘 잘 못 본 거구나. 어디, 많이 아파요? 마음도 힘들고?”
그 생활인은 울 듯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는 황선생님과 그리고 옆에 계신 교장선생님과 또 아이들과 함께 그 생활인을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이 생활인의 마음을 주관하시고, 건강을 지켜주시며, 하나님께서 항상 함께 동행해주시기를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고 나니, 어두웠던 그 생활인의 얼굴빛이 밝아지고 미소 띤 얼굴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기도, 주님의 사랑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고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축복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의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가장 감사한 것은 하나님 앞에 상달되는 기도, 곧 하나님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며, 그것은 어떤 제약이 없다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함께 기도한 생활인과 요양원에 있는 많은 생활인들, 그리고 수고하시는 모든 요양원의 섬기는 분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하기를 이 시간 다시 한 번 기도를 드린다.
 
 
19. 10. 26.
영훈고에서 최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