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온 제자와 두 딸
작성자
최*하
작성일
20.07.01
조회수
982

찾아온 제자와 두 딸
 
찾아온 제자
지난 주 토요일, 학교에 있는데 영훈고 제자가 나를 찾아왔다. 그런데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제자는 어린 두 딸을 데리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가 된 제자와 딸을 맞이하며, 나는 그 동안의 시간을 반추하게 되었다.
은이는 2000년대 초, 하나님의 인도함을 구하며 열심히 기도하는 제자 중 한 명이었다. 간증을 가지고 서울에 있는 대학, 생명공학과에 진학했고, 현재 모 단체 연구원으로 있다고 했다. 학생 시절 자신의 기도가 놀라운 하나님의 응답으로 나타나, 자신의 모교가 기독교 학교가 된 것에 대해 은이는 많이 놀라고 있었다.
“선생님, 그때 기도하자니까 아이들하고 학교를 위해 눈물로 기도한 것뿐인데, 정말 이렇게 기독교학교로 변한 것이 참 놀라워요. 하나님께서 정말 놀랍게 역사하셨잖아요.”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두 딸에게도 감격의 목소리로 설명을 하는 제자 은이였다.
“이 학교가 엄마가 다니던 학교야. 그런데 학생 때 기도를 많이 해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기도하는 하나님의 학교가 되게 해 주셨어.”
 
사진 속의 은이
사진첩을 꺼내었다. 마음먹고 사진을 살펴보지 않는 한, 요즘에는 사진첩을 보기가 쉽지 않다. 나도 은이도 그 당시 활동했던 아이들의 기억을 더듬으며 사진을 살펴보았다. 두 딸들도 자기의 엄마를 사진 속에서 찾기 시작했다.
“앗, 엄마다~.”
신기하게도 자기 엄마의 여고 시절 모습을 찾아내는 딸들, 참 놀라웠다.
사진이 수백 장이 되었다. 그 당시 수시로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고, 또 앨범에 넣어두었던 것이, 이렇게 좋은 추억을 새길 수 있는 도구가 되어 감사했다. 한동안 나와 은이는 예전의 기억을 새기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 저도 대학에 가서 선교단체에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만큼 기도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랬다. 은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영훈고가 비기독교 학교였던지라,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창고같은 학교의 한 공간에서 일주일에 두 번의 예배와 고3기도회, 점심찬양기도회, 아침 기도회 등의 기도 활동을 매일 매순간 해왔었다.
상황과 여건을 탓하지 않고 하나님께 매달리며 나아가는 귀한 학생들이었다. 그 가운데서 은이는 단연 리더로 섬겼고, 은이와 아이들의 눈물의 마음과 기도의 목소리를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셨다.
 
딸들의 찬양
금년에 영훈고 학생들의 채플이 진행되는 소강당으로 안내했다.
은이는 강당에 들어서자마자 의자에 앉아 감사 기도를 드렸다. 은이의 두 딸은 이내 무대에 올라가더니, 갑자기 찬양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예배자입니다~.”
또랑또랑한 여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큰 강당을 가득 채웠다.
이윽고 나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것은 참 하나님의 ‘은혜’였다.
기도하던 제자가 두 딸을 데리고, 학교 때 기도의 씨앗을 뿌렸던 곳에 와서 기도하고 찬양을 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하나님의 걸작품이라 아니 할 수 없었다. 두 딸들은 단상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춤을 추는 동작도 보였다. 이 모습을 보며 본인의 믿음뿐만 아니라, 믿음으로 딸들을 키워가는 제자 은이가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그런데, 선생님. 사실 요즘 고민이,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요~, 학교를 어디로 보내야 하냐는 거에요. 요즘 학교가 영적으로 많이 어렵잖아요. 무엇보다 신앙 교육이 우선이니까, 그렇다고 세상 교육에 단절되는 것도 그렇고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아이들이 성장하면 교육을 어떻게 시킬까가 가장 큰 고민이 될거야. 요즘에는 일반학교 만이 아니라, 대안학교도 있고, 또 홈스쿨링도 있고, 해외로 나가서 공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까, 일단 기도하며 찾아보렴. 필요하면 나도 아는 대로 조언을 해줄게.”
은이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변한게 없으세요
소강당을 나와 운동장을 거닐었다. 그리고 화단이 있는 나무 밑에서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딸은 철봉 밑에 있는 모래를 발견하고는 달려가 모래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니 참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은이와 두 딸을 놀게 하고, 나는 학교 옆 숭인시장으로 갔다. 허름한 분식집, 재래 시장 안에 있는 예전에 아이들과 잘 가던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순대, 그리고 튀김을 샀다. 그것을 가지고 코이노니아실로 와서 은이와 딸들과 함께 먹었다. 은이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변한 게 전혀 없으신 것 같아요.”
“그러니? 정말? 하하하,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바뀌어도, 기도하고 하나님 기뻐하시는 일 하는 것 그것은 천국 갈 때까지 우리가 할 사명이니까, 그렇지 않니? 하하하.”
오랜만에 찾아온 제자, 그리고 두 딸.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평강이 이 시간에 가득 흐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나는 성구서표를 뽑도록 했다. 은이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학교 다닐 때 거의 매일 이 말씀을 뽑아 읽었었는데, 나중에 이 말씀들이 다 생각나더라구요. 그게 큰 영적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은이는 자신 분만 아니라, 남편과 두 딸의 말씀도 모두 뽑았다.
 
축복기도를 하며
나는 은이와 가정을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의 은혜가 계속해서 이 가정 가운데 넘쳐서, 세상으로 흐르기를 소망하며 기도했다. 기도하는 중에 막내딸은 엄마의 무릎에서 잠들어 있었다.
제자인 은이를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하시고, 생각나게 하시고, 확인시켜주시는 은혜에 감사했다. 그것은 상황과 여건과 관계없이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영혼을 위해 기도하며 나아가는 인생이 가장 복된 인생이라는 것이다.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한 하나님의 놀라우신 역사하심이 은이와 은이의 가정을 통해, 두 딸을 통해 펼쳐지도록 하나님께서 끝까지 함께하시리라 믿는다. 할렐루야~ 아멘!

19.11.2 영훈고에서 최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