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의 동역을 허락하신 하나님
작성자
최*하
작성일
20.07.01
조회수
942

스승과 제자의 동역을 허락하신 하나님
- 장신대 장학생 안동권 이야기
 
신성교회 중학교 학생
수 년 전 영훈고 곁에 있는 신성교회에서 청소년 대상으로 말씀을 전했었다.
신성교회는 비기독교학교였던 영훈학교를 기도와 물질, 섬김 등으로 십수 년간 함께했던 교회이며, 지금도 한마음으로 합력하는 교회다. 이희수 담임목사님은 긴 세월을 한결같이 다음 세대와 학원 사역에 관심을 갖고 열정을 다하시는 분이시다.
그 예배 자리에 안동권 중학생이 있었다. 그 이후 동권이는 영훈고등학교에 오게 해달라고 하나님 앞에 매달리며 기도했다. 하나님께서는 동권이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결국 영훈고등학교로 인도하셨다.
2017년은 영훈고가 기독교학교로 첫 출범을 하는 해였다. 하지만, 학교 구성원 대부분이 크리스천이 아니고, 기독 학교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기도 가운데 미리 준비한 내용과 비전을 설명해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새로운 재단 또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2017년도 1학년들을 대상으로 기독 활동을 시작하고, 연차적으로 한 학년씩 늘리겠다는 것과, 학생 채플을 방과 후에 원하는 학생들만 하는 형태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던 첫해인 2017년은 동권이가 영훈고에 입학하는 해이기도 했다.
 
학교의 첫 교목이 되며
국어를 가르치며 기독교사의 삶을 살아오던 때, 하나님께서는 나를 영훈고 첫 교목으로 임명하셨다. ‘어떤 직분을 맡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기에, 교사든, 교목이든 그 직분이 나에게 결정적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나님의 시각 뿐만 아니라, 교회의 시각, 그리고 학교의 시각 속에서는 어떤 다른 사람보다 내가 교목을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듯하다. 그것은 왜일까?
재단교회인 오륜교회에서 교목을 파송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청소년 사역을 오랜동안 해오고 있다는 점, 나에 대한 사례를 교회에서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학교와 교회와의 갈등이 생겼을 때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 등을 고려했을 것이다.
학교 역시 다른 생소한 교목이 오는 것보다는, 이유야 어떻든 항상 얼굴 보고 생활했던 내가 그나마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람은 있지만 사람이 없다
하지만, 2017년도 첫 해를 준비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채플을 드려야 할 소강당의 세팅이 우선 필요했는데, 그 당시 악기도 없었고, 음향 시스템도 없었다. 아니, 그것에 관해 살펴보거나 준비할 인력도 없었고, 설치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도 없었다.
‘사람은 있었지만, 사람이 없었다.’
학교의 구성원들이 영적으로 하나가 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지만, 급한 마음대로 한 순간에 이루어질 일도 아니었다. 시간 속에 기도와 헌신, 눈물 뿌림의 기도가 필요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기뻐하시는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진행해 가신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 기도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다. 이렇게 기도하며 홀로 여러 준비를 하고 있던 때, 하나님께서는 2017년 기독교 학교의 첫 해, 준비된 한 학생을 영훈고에 보내주셨다. 그 아이가 바로 동권이다.
 
알겠습니다. 하나님!
체격이 작은 아이, 목소리도 작아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아이, 하지만 어른 말에 순종하고, 성실한 아이였다. 무엇보다 하나님께 영훈고를 보내달라고 작정 기도를 하며 그 응답으로 영훈고에 온 아이였다. 하나님께서는 기독교학교로 가는 첫 단추를,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를 사용하고자 하셨다.
그때부터 동권이와 나는 동역의 길로 들어섰다. 악기 및 음향 세트 주문한 것이 배달 되어 오면 받아 놓았다. 드럼 세트, 기타, 보면대, 마이크 그리고 음향 믹서기 등등이 들어왔다. 또한 교회의 연락과 요구 사항에 대한 것은 모두 내가 맡아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정신없이 분주했던 그 때, 그 순간들을 어떻게 지나 왔나 싶다.
내 마음속에 동권이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지만, 그 어린아이에게 나는 사명을 자꾸 깨닫게 하며 이렇게 말했었다.
“하나님께서 나중에도 너를 쓰시지만, 지금도 너를 사용하시는 거야. 그것이 큰 기쁨인거야.”
그럼 동권이는 항상 똑같은 대답을 했다.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사실 이것은 나에 대한 스스로의 외침이기도 했다.
‘이것은 사명이야. 다른 사람 아닌 네가 감당할 몫이야. 하나님께서 너에게 그것을 원하시는거야.’
나는 속으로 하나님의 음성에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하나님.”
 
하나님의 힘과 능력으로
동권이는 기타, 드럼 등의 연주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음향 시스템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구입한 악기를 세팅하고, 필요한 부분을 구입하며 준비하는 것은 동권이의 몫이었다.
2017년도 1학년, 2018년도 1, 2학년의 방과 후 채플 때 동권이는 큰 역할을 감당했다. 또한 학생회 선교부 차장에 이어 선교부장으로 섬겼다. 내가 영훈고의 첫 교목이 된 것처럼 동권이는 영훈고 학생회 첫 선교부장이 된 것이다.
2019년도에 수업 한 시간이 늘면서, 수요일 4~6교시에 학년별 채플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2017년도와 2018년도는 헌신자를 세우는 시간으로 사용되었다. 방과 후 채플이라 많은 아이들이 오지 않았지만, 채플찬양팀을 학생들로 세워 전통을 만들어 가기 위함이었다. 그 핵심에 항상 동권이의 헌신과 수고가 있었다.
근 2년 동안, 동권이는 나처럼 귀가 시간이 늦었다. 어떤 때는 밤 10시를 넘어서까지 준비하고, 체크하고,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었는지, 그저 하나님께서 주신 힘과 능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이렇게 동권이를 사용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리지 않을 수 없다.
 
목회자의 비전을 꿈꾸며
동권이는 목회자의 비전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꾸준히 신앙 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말씀과 기도의 삶을 살고자 애쓰며 왔던 것이다.
매주 월요일 방과 후에 나는 학교 안에서 제자훈련반을 만들어 아이들을 양육했다. 그때 동권이는 빠지지 않고 함께했다. 또한 동권이는 2학년이 되면서 자발적으로 선교부장, 차장 등 동료, 후배들과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학교에서 큐티 모임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말씀과 기도가 무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참으로 귀한 아이였다.
동권이와 상담을 하며 나중에 목사님을 하고 싶다는 비전을 나누게 되었다. 그러면서 신학과를 지망하고자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신학과도 좋지만, 기독교교육학과가 어떻겠냐고 권했다. 어차피 목사가 되려면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하든 신학대학원을 가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종교교육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학교에서의 교목 역할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권했던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동권이는 목사가 되는 과정을 밟으려면 꼭 신학과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부모님과 상의 후 동권이는 기독교교육학과를 응시하기로 했다.
 
장신대 성경고사에 합격하고
동권이는 장로회신학대학교를 일순위로 생각하며 준비하는 중이었다. 금년에 영훈고 종교학 교사로 오신 박선생님으로부터 장신대에 고등학생 대상의 성경고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박선생님의 인도함에 따라 동권이는 성경고사에 응시하였다. 그 결과 전체 2등, 3학년 1등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상을 받게 되면 나중에 이 학교에 응시했을 경우, 특전이 있다고 했다.
결국 성경고사 우수자 전형으로 동권이는 장신대에 응했다. 3명을 선발하는데, 3명의 학생이 지원을 해서 1:1의 경쟁률이었다. 동권이는 합격뿐만 아니라, 장학생이 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내 마음에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며 그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나님께서는 동권이를 장신대에 합격시켜주셨다. 그리고 기도한대로 장학생이 되게 하셨다. 할렐루야~!. 하나님께서는 동권이를 무척이나 기뻐하고 계셨던 것이다.

동권이 어머니의 고백
동권이 어머니는 동권이 누나와 학교 길 건너편에서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동권이는 이따금 나에게 자기의 어머니 김밥집에 오라고 했다. 나는 예전에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동권이의 합격이 결정된 후, 축하 인사를 드리러 한 번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동권이와 또 한 분의 선생님과 함께 동권이 어머니를 뵈러 갔다. 동권이 어머니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하나님께서 동권이를 영훈고에 보내시고, 선생님과 함께 영훈고를 기독교학교로 세우는데 보탬이 되라고 하셨어요. 동권이도 저도 그 기도를 하면서 영훈고에 지원했던 거구요. 이제 하나님께서 목회자가 되는 길도 이렇게 열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나는 웃으며 말했다.
“하나님께서 동권이를 무척 사랑하시는거죠. 하나님의 부르심이고 뜻이니까 이렇게 3년간 수고하고 애쓰며 왔지만, 사실 동권이한테 제가 미안한 점도 있어요. 그 어린아이를 중학교에서 오자마자 이것저것 다 시켰으니까요. 하하하. 사실 무척 힘들었을 거예요.”
동권이 어머니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 하나님의 은혜지요. 사실~~ 선생님, 동권이가 1학년 초에 집에 오면 운 적도 있어요. 힘들다고 하면서요. 여러 일들을 감당해야 하니까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선생님 시키는대로 다 하라고 했어요~~. 하나님 사역이니까요~.”
이 말을 듣는 내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이내 눈물이 맺혔다.
 
하나님께서는 기도하며 나아가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외롭게 두지 않으십니다. 성령님께서 항시 내주하시고,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꼭 동역자를 붙여주십니다. 그래서 사역의 길은 외롭지 않은 것입니다. 상황과 여건과 관계없이 하나님은 당신의 비전을 이루어 가십니다. 그 하나님께서 동권이를 여기까지 인도하셨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인도하시리라 믿습니다. 그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모든 영광 하나님께 올려드립니다. 할렐루야~아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동권이가 맡겨진 사명을 잘 감당하는 겸손한 목회자가 되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