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졸업할 아이가 없었을 거예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20.07.05
조회수
935

아마 졸업할 아이가 없었을 거예요
 
생활교양반 아이들
영훈고등학교에 특별한 학급이 2년 동안 있었다.
일명 ‘생활교양반’이었는데, 2015년과 2016년에 3학년에 한 학급씩 있었다. 여러 이유로 학교생활을 가장 힘들게 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 아니 학교 생활 뿐만 아니라 청소년 시절의 삶 자체가 고민이 많아, 다소 돌발성이 많았던 아이들. 속칭 세상은 이런 아이들을 ‘문제아’라고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천하보다 귀한 아이들로 보시고, 한 학급을 만들도록 인도하셨다.
하나님께서는 기도하는 나에게 자원하여 이 아이들을 담당하도록 마음을 주셨다. 그 후 사고가 없는 날이 없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아이들을 만나는 가운데 하나님의 길이 참으심과 수고, 헌신과 희생을 깨닫게 하셨고, 인내와 소망의 마음을 가득 부어주셨다. 그리고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분노하지 않으며 이 아이들을 잘 감당케 하셨다. 결국 아이들 개인에게 그리고 우리 학급에 많은 간증을 주시며 이 아이들을 회복시켜 주셨다. 하나님께서는 이 아이들의 회복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게 하셨다. 그 책의 이름은 ‘울보선생의 특별한 학급 이야기(제이플러스)’이다.
 
코로나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들
특히 생활교양반 첫해인 2015년도에 담임을 했던 우리 아이들은 부적응이 매우 심했다. 그 아이들을 감당하는지라 하루종일도 모자라, 새벽에도 일을 해결하러 나가야 했던 때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100가지 중, 99가지가 망가져 있다하더라도 1가지의 장점과 은사는 꼭 하나님께서 주셨기 때문에, 그것을 찾아 격려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회복시켜주고 계셨다.
2020년 1월을 지나며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방학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연일 확진자와 사망자 등등의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 무렵, 생활교양반이었던 소미로부터 연락이 왔다. 소미는 항상 아이들을 챙기고, 연락을 도맡았던 아이다.
“선생님, 저희들요. 한 번 찾아뵈려 하는데, 언제가 좋을까요?”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코로나로 비상인데~. 요즘? 이런 때?’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무척 보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이 연락을 받기 전에 아이들을 만난 것은 이 아이들이 졸업한 후, 한 번 내 생일 때였다. 그때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나를 찾아왔고, 식사를 같이했던 기억이 났다. 나는 오랜만에 온 소식이라 매우 반가웠다.
“근데 소미야~. 코로나 비상 시국인데, 괜찮을까?”
소미는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 많지 않아요. 선생님. 그리고 마스크 꼭 하고 갈게요. 지금 지나면 또 언제 뵐지 몰라서요.”
 
졸업할 애들이 없었을 거예요
3월 1일, 주일, 아이들은 4시쯤에 나를 찾아왔다. 찾아온 아이들은, 당시 학급회장을 했던 승윤이, 연락책을 담당하는 소미, 소미의 절친 수진이, 그리고 군대 제대한 종훈이, 준영이 이렇게 다섯 명이었다.
아이들은 학교를 다닐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워낙 거칠게 살고 자유분방하게 놀던 아이들인지라, 화장을 한 것도 복장도 크게 달라진 것 없었다. 다시 말하면, 고등학교 재학 때 이미 청년들처럼, 사회인처럼 하고 다녔다는 말도 된다.
다만, 변한 것은 대화의 폭이 넓어졌고, 깊어졌고, 실제적인 삶의 생각을 진지하게 하는 청년들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회사도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군대도 제대한 아이들로 살고 있으며, 보통의 청년들처럼 같은 고민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대화 중에 알게 되었다.
어느덧 24살이 된 아이들을 보며, 고3이었던 그 때 하나님께서 나에게 부어주셨던 마음과, 아이들과 지냈던 삶이 스쳐 지나갔다. 그저 감사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지난 날들이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사고도 많았고, 힘겨움도 많았지만, 인내 가운데 긴 터널을 통과했을 때의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은 매우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종훈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선생님, 그 때 선생님이 담임 아니었으면 저희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
이 말이 끝나자마자 준영이가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맞아요, 선생님. 선생님 아니었으면 우리 반 애들 졸업할 애들이 별로 없었을 거예요.”
 
힘든 청소년기의 과정, 성장통이 심했지만 하나님께서 의젓한 청년으로 세워가심에 감사를 드렸다. 앞으로도 아이들을 현재의 평가보다 앞으로의 기대와 소망, 인내의 사랑으로 나아가는 영적인 눈이 나에게 더욱 확대되기를 기도하며, 사랑하는 제자들의 삶에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항시 함께하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