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을 나누어 주고 있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20.08.01
조회수
965

숟가락을 나누어 주고 있어요
 
숟가락이 없어요
코로나19가 계속되는 가운데 학교의 현장은 이모저모로 바뀐 것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점심시간의 모습이다. 식당에 이동하기 전에 과목 선생님이 교실에서 아이들 열체크를 해야 한다. 또한 식당에서는 두 학년이 시간차를 두고 식사를 하기 때문에, 먹고 난 자리는 바로 소독을 해야 할 분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배식을 받고 들어올 때 매일 선생님 세 분이 당번을 정해 아이들 띄어 앉기를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리고 식당에서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나눠주지 않으니까, 개인이 지참해야 한다. 그것이 공문으로 하달이 되어, 우리 학교도 그 지침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 보니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 잊고 안 가지고 온 아이들이 다수 있었는데 안 가지고 왔기 때문에 규정이 그렇다 하여 급식을 못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식당에서는 처음에 숟가락, 젓가락을 아예 안 주겠다고 선포한 상황인데, 아이들은 무엇인가 어려움이 있으면 교목실로 달려오곤 했다.
“선생님, 숟가락이 없어서 밥을 못 먹어요~~. 젓가락 없나요?”
귀찮아서 안 챙기는 아이들도 있지만, 가지고 와야 하는데 그날 잊고 못 가지고 온 아이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영양사 선생님과 협의해서 일단 교목실에서 비상용으로라도 숟가락과 젓가락을 준비해 놓기로 했다.
 
제가 나눠줄게요
그러나 그에 따른 문제가 있었는데, 교목실에서 준비한 일회용 숟가락은 환경에 좋지 않아서 그것을 계속 나누어주기는 어려웠다. 교목실에 오는 아이들에게 다음부터 꼭 숟가락, 젓가락을 가지고 다니라고 하며 주긴 했지만, 아이들은 거꾸로 생각하고 있었다. ‘안 갖고 와도 교목실에 비상용이 있으니까’ 하는 생각으로 편히 학교에 오곤 한 것이다.
이런 날이 계속 되던 중에,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 것일까’ 고민한 결과, 결국 식당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나눠주는 것으로 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배식을 받으며 아이들 스스로 숟가락, 젓가락을 집어가는 것도 위생상 염려가 되어서, 누군가가 위생 장갑을 끼고 일일이 나눠줘야 할 사람이 필요했다. 또한 이미 자기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이 70% 가량은 되기 때문에, 모두 나눠줄 필요는 없기 때문에라도. 일일이 나눠주어야 할 사람이 필요했다.
결국 고민하던 중에 ‘내가 해야겠다’ 마음먹고 아이들 식사 시간이 되면, 영양사 선생님 옆에 서서 숟가락과 젓가락이 없는 아이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좋아요
나는 아이들을 보는게 좋다. 만나는 것은 더욱 좋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만나는 것도,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계속 찾아오는 것도 너무 좋다. 방과 후에도 좋고, 밤이든 새벽이든 아이들이 연락을 해서 문자나 톡을 나누는 것도 매우 좋다.
점심시간, 시간을 쪼개어 아이들 숟가락과 젓가락을 나누어 주는 일은 나에게 정해진 일은 아니다. 어쩌면 나서서 하지 않아도 될 일 같지만, 누군가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할 때 다른 사람의 일손도 덜어주고, 또 내가 다른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것은 아이들의 식사를 도우며 한 번 더 웃어주고, 격려하고 아이들을 살필 수 있고,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데서 오는 기쁨 때문이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영양사 선생님과 배식하시는 분들, 그리고 우리 학교의 선생님들을 돕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식당에서의 영양사 및 조리사 분들은 두 개 학년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학교에 나오셔야 하고, 또 몇 시간 동안 뒷정리를 해야 했다. 더욱이 가끔 ‘음식의 맛이 있다 없다’는 평가가 나올 때는 무척 정신적 피곤함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이런 여러 이유로 그분들이 숟가락과 젓가락까지 나눠줄 여력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한 거의 매일 점심 시간마다 기쁨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며, 숟가락과 젓가락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눈물이 났어요
살펴보니, 한 학년 약 300여명의 배식이 끝나는 시간은 약 15분에서 20분 가량이 소요되었다. 아이들이 줄 서서 지체되는 것을 피해 아예 좀 늦게 식당에 오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아이들은 내가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마스크 위로 눈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기들과 교실에서 만나는 선생님이 영양사 선생님 옆에 있으니, 좀더 안심이 되고 평안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았다.
그 아이들 중 숟가락과 젓가락을 안 갖고 온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 죄송한데 숟가락이~ 없어요.”
“~ 쌤, 저는 젓가락을 잊고 안 갖고 왔어요.”
“저는 둘다 없어요.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미안해하는 목소리를 내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달라는 모습에, 그것을 나눠주다가 어떤 날은,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 아이들, 철부지 같은 아이들이라고 여길 때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무엇이 미안하고 감사한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이 발생한 가운데서도, 마스크를 쓰고 밥을 받아서 먹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 그 마음과 모습이 왠지 ‘짠’하다는 생각이 들며, 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올라온 것이다.
 
힘내라 힘!
코로나19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한다.
여러 기도 제목과 더불어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시켜달라는 기도를 하고는 있지만, 하나님의 뜻이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 우리에게 허락하신다면, 이렇게 점심시간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일은 계속될 것같다.
좋든 나쁘든 어떤 상황에서든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하는 것은 축복이다. 감사이며 기쁨이다. 몸은 피곤할지 모르지만, 아이들을 만나는 기쁨으로 그 피곤함은 상쇄된다. 사랑에는 수고가 따른다. 수고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이런 생각과 마음을 주시고, 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사랑하는 제자들아~ 어려움 속에서도 힘내라 힘!”
 
2020. 8.1
영훈고에서 최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