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 소리가 흐르는 등교길
작성자
최*하
작성일
20.08.02
조회수
1030

찬양 소리가 흐르는 등교길
 
방역 도우미
코로나19로 인해 아침 등교길 풍경이 달라졌다.
일단 모든 문을 봉쇄하고, 중앙 현관 한 곳으로만 통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화상 카메라, 손소독, 마스크착용 확인, 열 체크 등을 하며 아이들을 교실로 보낸다. 게다가 복장 및 용의 지도도 해야 해서, 아침에 지도하는 교사가 5명은 있어야 했다.
코로나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에서는 오전과 오후 각 3명씩 총 6명의 코로나19 방역 도우미들을 선발해 학교로 보내주었다. 그 전까지는 교사들이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분들이 옴으로 인해, 교사들의 수고가 조금은 덜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분들에게만 맡길 수는 없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왜냐하면 학교의 학생을 지도하는 것은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분들과는 별도로 누군가가 오전에 등교 지도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오신 분들 가운데 오전 담당 세 분은 여자들인데 두 분이 현관 양 쪽에 서서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손소독을 했다. 그리고 한 분은 열화상 카메라를 체크했다. 오후에 세 분은 모두 남자로, 각 교실과 교무실, 특별실 등을 소독했다.
 
등교 맞이의 기쁨
나는 3학년 등교 개학이 시작된 5월 20일부터, 아침에 아이들 등교 지도에 들어갔다.
아침 7시 30분부터 아이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나누기로 한 것이다. 다른 선생님들은 수업 준비, 학급담임 업무 등에 집중하도록 하고, 교장, 교감, 학생부장과 나, 이렇게 넷이 아이들을 맞이하기로 했다.
방역팀으로 들어오신 분들이 최선을 다해 수고하였고, 그것으로 인해 학교가 더욱 밝아졌다. 방역팀이 무척 고마워서 엽서에 감사의 편지를 쓰고, 내가 쓴 책 한 권씩과 롤케잌을 준비해 감사의 선물로 드렸다. 이분들은 40일 계약으로 들어왔는데, 지난 7월 30일 계약이 만료되어서 현재는 나와 교장, 교감, 학생부장, 그리고 금년에 새로 오신 또 한 분의 교목 목사님이 아침에 수고를 하고 계신다. 아마 코로나가 계속되는 동안 이렇게 현관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계속될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아침에 아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피곤함이 아니라 무척 큰 행복이고 기쁨이다. 아이들을 학교에서 가장 먼저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름을 기억하고 확인할 수도 있다. 아침에 중앙 현관에 서서 아이들을 보며, 일일이 “어서 오라”고 인사를 하기도 하고, 안색을 살피기도 한다. 이른 아침 마스크를 쓰고, 힘겹게 오는 아이들을 보니 애처롭고, 안타깝고, 대견한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 때문에 내가 퇴직할 때까지도 계속 아침에 아이들을 맞이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묵상 음악
5월 20일부터 아침 등교 맞이를 하던 중, 문득 하나님께서 주시는 생각이 있었다.
이른 아침 등교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맞이하며, 마음의 평안과 격려를 담은 음악을 선사하라는 마음이었다. 그 언젠가 기도한 적이 있었다. ‘매일 아침 하나님을 찬양하고, 서로를 축복하는 음악이 우리 학교에 울려 퍼진다면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은 ‘이제 그것이 가능하지 않냐’는 음성이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찾아 아침 묵상으로 어울리는 잔잔한 찬송이나, 묵상 ccm 피아노 음악을 틀었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이 영훈의 모든 가족들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그 음악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밝게 인사를 했다.
“어서 와. 오늘도 파이팅!”
“오늘도 힘내자!”
여러 격려의 말과 더불어 “뀨~, 데헷!”으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피곤해 하던 아이들이 아침에 조금씩 밝아지는 듯한 모습이 느껴졌다. 특히 지난 기말고사 때, 극도로 피곤해 하는 아이들을 맞이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자체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나중에 아이들의 피드백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아침마다 교장, 교감, 교목, 그리고 학생부장이 아이들을 맞이하는 학교.
매일 아침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힘내, 파이팅”을 외치는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은, 십대의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같은 주인공이 될 것이라 믿는다.
 
 
2020.8.2
영훈고에서 최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