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학년도 1학기 하나님께 감사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20.08.09
조회수
888

20학년도 1학기 하나님께 감사해요
 
범사에 감사하라
2020학년도 전반기가 끝나가는 즈음,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참 감사한 일이 많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이지만, 학교 안에서 정기 채플을 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고, 동료교사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점심 시간 및 방과 후 시간을 사용하여서, 워크샵, 특강, 세미나, 기도회 등으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생수와 숟가락, 젓가락 공급이 중단되었지만, 길을 열어주셔서 교목실에서 그것을 감당토록 해주신 것도 감사했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아이들과 상담하고 격려할 수 있도록 은혜 주신 것도 감사했다. 동료 교사들을 위해 계속 기도하게 하시고, 어려움 속에서도 힘 주시고, 격려하도록 사용하여주시는 은혜에 감사했다.
이런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나의 마음에, 하나님께서는 한 가지 생각을 더하여 주셨다. 1학기 종강 채플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한 가지 미션을 수행토록 하신 것이다.
금년 한 학기 동안 오면서 특히 감사했던 일이 생각난다면, 나의 문자나 톡으로 보내라고 했다. 온라인 수업을 겸하고 있던 때라, 아이들이 얼마나 보낼지는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으로 시행코자 했던 것이다. 또한 이 내용을 여러 아이들과 함께 나눈다면 같은 공감으로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아이들의 감사의 내용
아이들은 이내 회신을 보내왔다.
 
“1학기를 보내며 감사했던 일은 제가 학기 초에 아는 애가 한 명도 없었는데, 게다가 제가 낯 가려서 좀 방황할 때 앞 번호 친구가 먼저 친해지고 싶다고 말 걸어주고 너무 고마웠어요. 물론 지금도 같이 다니고 있고, 다른 애들도 더 친해져서 그게 제일 감사했습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 글을 쓴 아이도 칭찬하지만 이 아이에게 다가왔던 친구도 칭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답문자를 보내 친구와 둘이 오도록 했다. 물론 둘다 선물을 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너희들은 대학생이 되고, 중년이 되고, 할머니가 되어도 영원한 우정의 친구가 될거야.”

또 다른 아이는 이런 글을 보내왔다.
“리더십캠프가 가장 기억에 남고 감사했습니다. 리더가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 행동들을 배우면서 지난 중학교 시절의 믿음과 방향성이 없던 저를 반성했습니다. 영훈고등학교의 전교회장이라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고 싶다는 자극을 받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학생임원 리더십 세미나에 참여한 것이 감사했다는 고백이었다. 단순히 학교의 임원으로 있는 것만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리더십의 정체성을 갖도록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지라, 이 아이가 리더십 세미나를 통해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 고백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학교에 물을 싸가지고 가서 다 먹었을 때, 물이 필요해서 교목실에 갔는데, 목사님께서 싫증 한 번 안 내시고 웃으시면서 물을 주셨다. 진짜 너무 감사했다.”
 
“ 교목실에서 항상 웃으시면서 우리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주시는 목사님께서 내 얘기를 들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기도해주신 것이 정말 감사했다.”
 
“기말고사 전에 전교생한테 간식 나눠준 게 감사했어요. 깜짝 놀랐어요. 저희는 한 개씩 받은거지만 전교생한테 돌리려면 양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했을텐데 시험 잘 보라고 그런 이벤트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때마다 발견하는 것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교사들이 행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교사들은 잊어버리거나, 기억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 안하는 것들도,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되고, 감사가 되고, 은혜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때 우리 아이들이 세월이 흘러가도 기억하는 것은 교사의 행동뿐만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교사가 어떻게 대했는가 하는 ‘마음’, ‘분위기’라는 사실이다.
 
“벌써 2020년의 반이 지나가고도 오랜 날이 더 보내졌다.
코로나로 인해 지금까지의 2020년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불안하고 지겨운 해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에게 2020년의 반 개월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생각해보면 뜻깊은 날들이었다.
왜냐하면 이런 바이러스 사태로 대부분의 시스템이 멈추고 나서야, 그제서야 나는 지나온 나의 생활, 나의 삶, 나의 주변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어딘가 저 반대편에 있을 그 누군가의 안위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를 포함한 다른 이들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얻은 것에 감사했다. 또한 더욱 위생에 신경 쓰게 되는 것과 다른 이들을 만날 때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된 것도 감사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더욱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재난 상황 속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혐오와 차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이 있는지 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에 감사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인간의 걸음이 멈추자 동식물의 서식지가 다시 회복되고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동물들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고 그 동안의 인간들이 환경을 대했던 모습을 다시 생각해보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어 감사했다.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며 학교가 많이 가고 싶었고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그리웠었는데 지금 이렇게 격주 등교라도 학교를 나갈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이렇게 다시 한 번 지금까지 감사했던 일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동안의 나의 마음이 얼마나 가난했는지 느꼈고, 또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감사했다.”
 
한 아이의 긴 감사의 글은 공감을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코로나라는 시기를 불만이 아닌 감사의 내용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고백은 참으로 감사한 고백이 아닐 수 없다.
하나님께서 같은 시대, 같은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 스승과 제자를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게 하시는 것도 감사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마음이 이 아이에게 가득하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짤막한 편지와 내가 쓴 <울보선생의 울보아이들> 책을 선물로 건네주었다.
 
코로나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 학기를 감사함으로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2020. 8. 9
영훈고에서 최관하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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