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트리와 120장의 성탄카드
작성자
최*하
작성일
20.12.25
조회수
935

성탄 트리와 120장의 성탄카드



성탄절의 대형 트리
11월 말, 일 년 동안 잘 간수했던 성탄트리를 꺼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날을 기념하는 ‘성탄절’을 준비하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보관해 두었던 크고 작은 트리는 모두 9개, 그것을 가장 큰 1교무실과, 복도, 식당 입구, 그리고 중앙 현관, 백운관 현관 등에 설치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겨울날 쌀쌀한 날씨 속에 여러 색깔의 불빛이 춤을 추는 듯한 트리는 학교의 분위기를 따뜻하고 경쾌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바로 예수님이고, 성탄절이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날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트리를 통해 알 수 있기에, 정성들여 트리를 세웠다.
그리고 금년에는 운동장 스탠드 가장 중앙에 그 동안 없던 대형 트리를 하나 더 세우기로 했다. 영훈고 정문을 들어서면 운동장 가로 질러 보이는 스탠드가 있다. 그곳에 대형 트리를 설치한다면, 사람들이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예쁘고 찬란한 트리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동역하는 차목사님이 인터넷 검색을 하여 적당한 트리를 찾아냈다. 그 결과 예상했던 금액보다 조금 더 적은 비용으로 좋은 트리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차목사님과 행정실의 김선생님과 한선생님이 수고를 많이 하셔서 스탠드 중앙에 크고 예쁜 트리를 세울 수 있었다.
 
예쁘고 좋아요
기독교학교에서 트리를 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교에 있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느 하나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설치해야 하고, 특히 일반 학교로 수십 년 온 우리 학교가 기독교학교가 되어 예전에 하지 않았던 것을 새로 하려 하면, 부수적인 상황들이 있어 무엇보다 기도가 우선되어야 했고, 잘 살피며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은 꼭 이루신다는 것을 알기에, 기도하며 진행했을 때 하나님은 좋은 결과를 주시곤 하셨다. 결국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참 감사하게 트리가 잘 세워졌다.
그러나 이렇게 멋진 트리를 설치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모두 원격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행평가 및 가끔 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이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고, 찍은 것을 나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트리가 너무 예쁘다고 하면서 말이다. 예년처럼 성탄과 연말연시에 최대한 많이 모여 기쁘고 즐겁게 보내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트리 앞에서 사진도 찍고, 영상도 남겨 놓을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감사하고, 위로가 되었다.



기말고사 중의 성탄절
교목실에는 붉은색 산타 옷과 머리 띠, 모자를 준비해 놓았다.
1/3 등교 때부터 준비해 놓은 것이라, 아이들이 교목실에 오면 자유롭게 옷을 입거나 예쁜 머리띠를 머리에 띠고 사진을 찍으며 놀곤 했다. 그동안 이것은 참 작은 즐거움이었다. 그 즐거움이 코로나로 인해 제약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또한 감사함으로 생각되었고, 이 정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으로 기억될 것 같다.
무엇보다 금년을 지나며 느낀 것은 ‘학교에는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왜 그리 삭막한지. 그래서 금년엔 더욱 아이들이 그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선생님들도 우울하고, 어두운 분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비대면이 일상으로 확대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하여 함께 있고 나누고 얼굴을 보며 격려하는 노력은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게 학교에 오지 않고 하루만이라도 놀기를 원했던 아이들도, 학교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며 살았던 금년 일 년 아니던가.
성탄축하 예배도 거리두기와 방역 지침에 의해 모여 할 수가 없었고, 수능이 끝난 다음부터는 바로 전학년 원격으로 진행되어 온라인 원격 이외에, 더더욱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무척 아쉬워했다. 더욱이 성탄절을 사이에 두고 기말고사를 치루어야 하는 일정은, 코로나로 인해 약 3주 가량의 학사 일정이 늦어진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외쳤다.
“기말고사만이라도 성탄절 전에 끝나게 해주세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학사 일정이었다. 그래서 성탄절을 사이에 두고 기말고사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깝지만 할 수 없는 현실, 그래도 2.5단계에서 300명 가량의 한 학년씩 시차를 두고 등교하여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전국적 수능과 학교의 시험을 보니, 코로나는 우리나라의 ‘시험’을 꺾지는 못한다는 생각도 순간 들었다.

 
120장의 성탄카드를 쓰며
기도하던 중, 학교에 아이들은 없지만 출근해야 하는 선생님들도 금년에 많이 힘들고 지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성탄절 즈음해서 축복과 격려를 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떻게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왜냐하면 코로나와 함께한 힘겨운 2020년이었기 때문이다.
전체 교직원 120명의 성탄 카드를 써드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고,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적당한 카드와 물품을 찾았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명단을 출력해서 120명의 교직원들 이름을 쓰며 성탄 메시지와 격려의 말을 일일이 성탄 카드에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최소 매일 하루에 한 번씩은 선생님들과 직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던지라, 카드를 쓰는 중에도 기도는 저절로 나왔다. 특히 기독교에 대해 불편해하시는 선생님에게 카드를 쓸 때는 더욱 기도가 간절해지며, 쓰는 정성이 배가 되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주신 이 작은 은사를 통해서도 놀라운 복음의 역사를 이루시는 분이기 때문에, 이 과정을 통해서도 놀라운 일을 행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사흘 동안 120장의 성탄 엽서를 썼다. 그리고 비타민 분말로 된 20포의 작은 박스를 150개 구입했다. 150개를 일일이 포장해야 하는데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셔서 돕는 손길을 보내주셨다. 이 비타민을 포장한 것은 다름 아닌 고3 기독학생 제자들. 수능 점수가 나오기 전이라, 고3들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던 중이었다, 그래서 연락을 했더니, 네 명의 고3 아이들이 바로 뛰어서 학교로 왔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와~~. 심심했었는데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산타의 역할을 하며
아이들은 서너 시간 만에 포장을 모두 끝냈다. 단순 노동애 강한 아이들.
이런 면을 볼 때 기도하는 아이들도 우리와 사역을 함께한다. 그래서 이 아이들은 우리의 ‘하나님 나라의 동역자’로 볼 수 있다.
선생님들이 거의 퇴근한 후, 나와 차목사님은 150개 포장한 선물과 120장의 카드를 들고 7개의 교무실을 순회했다. 돌아다니다 보니 몇몇의 선생님들이 남아 있는 교무실도 있었다.
“자~ 금년 산타가 왔습니다.”
이렇게 외치며, 계신 분들에게 성탄카드와 선물을 드렸고, 퇴근하여서 빈 자리에는 카드와 선물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선생님들도 ‘메리크리스마스’로 화답하며 기뻐했다. 다 돌리고나니 무엇인가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이 평안해지고 풍성한 느낌이 들었다.
하나님께서 “참 잘했다. 좋은 선물이 될거야.” 말씀하시며 칭찬하시는 듯했다.
그리고 다음 날, 가장 먼저 인사를 해 온 것은 학생안전부장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메신저로, 문자로, 카톡으로 감사하다는 글을 보내온 여러 선생님들. 작은 정성에 감동하고 감사해하는 영훈고의 선생님들을 하나님께서 계속 만나주시고 축복해주시길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어린자녀들을 축복하라
교목실에 돌아와 잠시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하고 있는데, 내 마음에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어린자녀들을 둔 선생님들을 축복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어린아이들도 힘든데, 생각지 못한 작은 선물이 주어진다면 행복하지 않겠느냐는 음성이었다. 나는 바로 순종했다.
“네, 하나님. 알겠습니다.”
학교 앞 제과점에 전화를 했다. 당장 계산을 할 수가 없어서 비용은 나중에 드리기로 하고 롤케잌을 일곱 개 준비해 달라고 했다. 하나님께서 기도 중에 생각나게 하시는 어린자녀를 둔 선생님은 여섯 분이었는데, 일곱 개를 구입한 이유가 있다. 여섯 개는 어린 자녀를 둔 선생님의 가정에 보내기로 한 것이고, 한 개는 특별히 복음 사역에 전념하고 있는 P선생님을 드리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일곱 분의 선생님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시험 모두 마친 후 교목실로 들러주시겠어요?”
선생님들은 한 분 한 분씩 교목실을 찾았다. 웬 일인가 하고 왔는데, 케잌을 건네주니 어쩔 줄 모르며 좋아하고 기뻐하는 것이 아닌가. “왜 주시는거예요?” 라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오늘 아침에 기도를 하는데,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셔서 어린자녀를 둔 선생님들에게 이것을 드리라고 하셔서요. 아이들 갖다 주시고, 성탄절 즐겁게 보내세요. 작은 것이지만요. 저는 그냥 하나님께서 시켜서 드리는거예요.”
 
한 번 안아 봐도 될까요
내 말을 듣고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생각케 하셨다는 말에 선생님들은 한껏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이분들의 사정을 잘 모른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다 아시고 이분들과 아이들을 축복하라는 마음을 주셨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나는 이 선생님들에게 롤케잌을 전달했다. 그리고 한 분 한 분 선생님과 함께, 이런 마음을 주시고 행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기도 후 K선생님은 감동의 얼굴을 하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저~ 선생님, 선생님 한 번 안아 봐도 될까요?”
나는 K선생님과 허깅을 하며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강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성탄절 이브의 일과였다.
 
코로나 중의 성탄절, 삭막하고 막막할 것 같던 2020년 성탄절, 그러나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마음 주시고 순종하게 하시며, 하나님의 계획하신대로 풍성한 은혜와 감동을 부어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고 감사합니다.
에수님의 사랑과 평화가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2020.12.25. 성탄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