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선생님한테 배웠대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22.11.03
조회수
506

엄마가 선생님한테 배웠대요

 

3월초 점심 시간, 코이노니아실에 아이들이 여러 명 모여 있었다. 그 가운데 남학생 서너 명이 있었는데, 한 남자 아이는 피아노를 치고 있었고, 그외 학생들은 피아노 치는 아이를 둘러싸고 흥겹게 장단을 맞추며 놀고 있었다.

그 남학생의 피아노 연주는 보통 실력이 아닌 듯했다. 나는 밝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와, 대단한데~. 피아노 킹정(완전 인정)이야.”

피아노를 치던 아이는 나를 보더니, 연주를 멈추었다. 그리고 나를 보며 대뜸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우리 엄마가 선생님한테 배웠대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나도, 아이들도 뜬금없는 이 말에 잠시 시선과 마음이 고정된 것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너희 엄마 이름이 뭐지? 혹시 영훈고 졸업생?”

그 남자 아이도 웃으며 말했다.

“네, 맞아요, 선생님한테 국어 배웠대요. 그리고 선생님 아직 계신가 물어보셨어요.”

 

나는 이 말을 들으며 표현하기 어려운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제자의 아들’과의 만남이라, ‘제자의 아들이 또 나의 제자가 되는’ 상황이 재미있기도 하고, 그 학생의 ‘엄마’라는 졸업생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얘야, 네 이름하고 너희 엄마 이름 알려줄 수 있니?”

“네, 저는 준이(가명)구요, 엄마는 강은숙(가명)예요.”

“아~ 그렇구나. 엄마의 모습이 금방 떠오르지는 않는데, 옛날 앨범 찾아봐야겠다. 준아! 엄마한테 가서 한 번 물어 볼래? 선생님이 엄마 학교 다닐 때 옛날 앨범 찾아서, 아들한테 엄마 학생 때 사진 보여줘도 되냐고? 하하하.”

준이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돌아온 엄마의 대답은 이랬다.

“절대 안돼!”

 

옛날 앨범을 찾아 보았다.

강은숙은 내가 모교인 영훈고로 온 이듬해 1995년부터 3년간 국어 수업을 하며 가르친 학생이었다. 담임은 맡은 적이 없지만, 그 당시의 아이들을 다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앨범의 사진을 확인한 순간 예전의 기억이 반추되고 있었다. 그리고 주마등처럼 그 당시의 아이들 모습이 스쳐갔다. 그 때 나는 교회에 출석은 했지만, 하나님을 잘 알지 못하고, 믿음도 형성되지 않았던 양다리 신앙인, 술과 세상에 빠져 살았던 부끄러운 시절이었다.

내가 준이네 학급으로 수업을 들어가지는 않지만, 같은 교무실의 선생님이 준이의 담임이어서 준이의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되었다. 준이는 성실하고, 사교적이며, 학급회장으로 선출이 되었다고 했다. 또한 채플찬양팀 건반 반주로도 섬기게 되어, 교목실을 통해서도 준이의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었다. 준이는 믿음 생활도 잘하고, 즐겁고 기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준이를 볼 때마다 준이의 엄마인 은숙이의 학생 때 모습이 떠올라 내 입가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준이가 나를 찾아왔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요, 선생님. 엄마랑 한참 얘기를 나누었었는데요. 엄마가 학교 다닐 때 혼자서 학교 벽 붙잡고 기도하셨대요. 하나님의 학교 되게 해달라구요.”

“아~!”

이 이야기를 듣는 그 순간, 내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금세 눈물로 가득 찼다.

 

하나님께서는 항상 어느 시대나 어느 장소에나 기도하는 사람들을 남겨 놓으신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하셨다. 내가 양다리 신앙인이었던 그 시절에도 하나님께서는 기도하는 제자를 영훈고에 심어 놓으시고, 기도하게 하신 것이다. 그리고 그 기도를 들으시고, 결국은 영훈학교를 기독교학교로 바꾸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에 참으로 감사했다.

엄마가 기도로 뿌려 놓은 영훈고에서, 아들 준이 역시 채플찬양팀으로 헌신하며 하나님께 영광 올려드리는 귀한 인생으로 사용하실 줄 믿고, 하나님께 찬양과 감사를 올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