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와 함께 찾아온 제자
작성자
최*하
작성일
22.11.03
조회수
467

개나리와 함께 찾아온 제자

 

한동안 소식을 나누던 졸업생 현이(가명)에게서, 작년에 뜸하다가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현이는 나를 만나러 학교로 찾아오겠다고 했다.

현이는 영훈고가 기독교학교로 바뀌고, 채플이 시작되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졸업한 아이다. 기독교학교가 된 이후, 두 해는 방과 후에 신입생들 대상으로만 진행했기 때문에 현이는 재학중이었지만 해당되는 학년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훈고의 기독교 동아리 ‘가스펠반’에서 잘 훈련받고 성장한 현이. 매우 착하고 믿음으로 나아갔던 현이가 학교로 나를 찾아온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묘한 기쁨과 즐거움이 내 마음에 채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스승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이리라. 제자의 청소년 시절, 학교를 다닐 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도 교사의 특권인데,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또 다시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교사의 즐거움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나에게 이렇게 톡 문자를 남겼었다.

“저도 대학 가서 주님의 자녀로 열심히 살아가도록 노력할게요. 너무 감사합니다. 졸업 후에도 간식이랑 같이 찾아갈게요.”

그리고 그 후에도 현이는 설날과 추석 명절이나 연말 연시, 그리고 내 생일 등에 잊지 않고 톡으로 안부를 물어오곤 했다. 나는 현이가 사랑의 마음과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청년으로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졌다.

현이는 벚꽃이 피기 시작하고 개나리가 펼쳐진 날, 나를 찾아왔다. 대학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이. 현이는 나를 보자마자 “선생님!” 하면서 살짝 안겼다. 그리고 그때부터 즐거운 대화가 시작되었다.

“선생님, 뭘 사와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이건 후배들에게 주시고, 이건 선생님 차 타 드셔요.”

현이는 후배들에게 간식을 가지고 오겠다는 약속을 기억하고 지내온 듯 했다. 자그마한 쇼핑백에 사탕 꾸러미와 음료 등을 담아가지고 온 것이다.

 

그 때부터 현이와 나는 즐겁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이는 기독교대학교인 M대학교에 재학중, 서울에 있는 E대로 편입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작년에 공부를 하느라 자주 연락을 못했다고 했다. 현이는 이에 멈추지 않고,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남자 친구도 있다고 했다.

현이는 계속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요, 선생님. 아세요? 저 학교 다닐 때 가스펠반에요. 저는 동기 여학생이 없었잖아요. 여자가 저 혼자였어요. 물론 선배 언니들이 있어서 좋았지만, 가끔 외로웠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기도하고 활동했지만요.”

나도 웃으며 말했다.

“맞다맞다. 그랬지? 수고 많이 했어. 그 때 현이의 기도로 지금은 후배들의 채플도 잘 정착하고, 마음껏 예배드리고 신나게 학교 생활하는 거야. 하나님께서 그렇게 응답하신거지.”

 

“네, 선생님. 후배들이 참 좋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까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기도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더라구요. 저희 집은 아무도 안 믿잖아요. 그런데 대학생이 되어 보니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바른 믿음이 없이는 안되겠더라구요. 선생님, 항상 선생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나는 현이의 말을 들으며,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믿음으로 살고 복음을 전하는 삶의 중요성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그래, 현이야. 선생님도 이제 퇴임이 몇 년 안 남았는데, 하나님께서 너를 통해 다시 한 번 깨우쳐주시는 것 같구나. 학교에서 네 후배들 위해 열심히 가르치며 기도하고, 믿음으로 키워갈게. 고맙다.”

이렇게 말하고 나는 현이와 함께 기도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사랑하는 제자 현이의 발걸음을 인도하셔서 영훈고로 오게하시고 대화 나누고 기도하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현이가 청년의 생활을 믿음으로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하시니 감사합니다. 이 청년 시절에 더욱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증거하는 삶이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소망하고 준비하는 학업에도 함께하여주시고, 이 시대에 하나님을 전하는 복음의 사명자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가족들도 모두 예수님께서 만나주시고, 앞으로의 현이의 모든 삶에 항상 하나님께서 동행하여 주시옵소서~~.”

기도는 계속되었고, 현이와 나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평강에 깊이 스며들고 있었다.

 

개나리가 피기 시작한 날, 따스한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