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 간절히 기도했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22.11.03
조회수
472

딱 한 번 간절히 기도했어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국어 수업을 하고 있는 한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온 것을 바로 받지 못했다. 나중에 살펴보았더니 그분이 보낸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영훈고 준이(가명) 엄마입니다. 통화 가능한 시간에 연락 부탁드립니다.”

준이는 학급의 임원을 맡고 있고, 국어 시간 전 쉬는 시간에는 교무실로 나를 찾아와서 노트북이나 책 등 들고 갈 것 없냐고 묻는 봉사 정신이 강한 아이다. 매우 열심히 공부하고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인데, 나는 ’어머니께서 무슨 일로 나와 통화를 원하실까.’ 생각했다.

그러던 중 다시 준이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준이 어머니. 안녕하세요?”

준이 어머니는 다소 상기된 목소리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준이 엄마예요. 꼭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어서 전화를 드렸어요.”

 

한 번의 기도였어요

나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어머니. 편하게 말씀하세요.”

준이 어머니는 차분하면서도 또렷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생님, 사실은 선생님께서 몇 년 전에 저희 교회에 오셔서 강의를 하신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감동을 너무 많이 받아서, 제 딸이 저 선생님을 만나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어요. 왜냐하면 준이가 정말 하나님께 쓰임 받는 삶이길 계속 기도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집이 영훈과 좀 떨어져 있어서, 버스로 몇 정류장 가야 돼요. 집 근처에도 다른 학교가 있구요. 그런데 결국 영훈고로 가게 되었어요.

기도도 자주 한 게 아니구요. 그날 강의를 들으면서 기도회 할 때 딱 한 번요. 딱 한 번! 물론 진심으로 간절히 기도했지만, 세월이 흘러서 몇 년 후에 우리 아이의 국어 선생님이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전율이 흘렀어요. 그 단 한 번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어주셨다는 것에 대해서요.”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하며 하나님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무척 잘 아신다. 그래서 이렇게 기도하는 시간과 관계없이 진심이면 그 기도를 받으신다. 준이 어머니는 그것을 체험하신 것이다.

 

아빠는 가정의 분위기 메이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었다.

“선생님, 준이가 열심히는 하는데 마음이 불안한 게 있어요. 공부에 대한 욕심도 크고,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구요. 그런데 준이의 마음이 불안한 가장 큰 이유가 아빠 때문일 거예요.”

또 ‘아빠’였다. 아이들이나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아빠, 남편에 대한 것이다. 가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분위기를 좌우하는 사람이 아빠다. 그래서 나는 기회가 될 때 아빠를 이렇게 표현하곤 한다.

“가정의 분위기 메이커는 아버지.”

예전과 달리 현시대의 아빠들은 가족들에게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많은 아빠들이 아직도 가족들과 소통이 잘 안 되고, 아빠가 가정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변화가 필요해요

나는 준이 아빠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준이에게 어떤 것이 안 좋은 영향으로 작용했는지도 궁금했다. 준이 어머니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준이가 어렸을 때 아빠가 크게 혼낸 적이 있어요. 감정이 폭발해서요. 제가 봐도 너무 했다 싶을 정도였는데, 그런 식으로 야단친 것이 몇 번 되거든요. 그때부터 준이가 아빠만 보면 어색해하고 피하고 그러더라구요. 아빠는 교회도 안 다니고, 권위적이고, 내성적이라 말이 없어서 어떻게 준이를 대해야 할 지도 모르고 있구요~~. 게다가 이제 퇴직을 해서 주로 집에 있으니까 준이가 더 갑갑해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이 관계를 해결은 해야 할 텐데~~.”

나는 계속 준이 어머니의 말씀을 듣다가 이렇게 말했다.

“네, 어머니. 사실 자녀가 태어나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아빠, 엄마가 되지만, 좋은 부모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잘 모르잖아요. 준이 아빠에게는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나는 내가 강의로 섬기고 있는 ‘두란노 아버지학교’와 ‘어머니학교’ 등을 소개했다.

“준이 어머니, 사실 저도 좋은 아빠 되는 법을 몰랐는데, 아버지학교를 통해서 많이 변화가 되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어요. 그리고 지금의 좋은 가정을 이루게 되었구요. 준이 아빠에게도 아버지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을 소개해서 배우게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남편에게 권할게요

준이 어머니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데요, 선생님. 우리 아빠는 ‘내가 뭘 잘못했는데 거길 가냐?’고 그럴 거예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네, 꼭 잘못해서 가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하하하, 사실 다른 아빠들도 그러면서 오셔요. 그렇다면 어머니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부부학교’도 있는데 그것도 좋아요. 아빠들이 혼자 가려면 뻘쭘하고 쑥스러워하고 그러거든요. 그러니까 부부가 같이 가면 그 안에서 하나가 되고, 또 자녀 양육까지도 한 마음으로 양육하는 법을 배우거든요.”

준이 어머니의 마음이 활짝 열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 그래요? 그게 좋겠네요. 기도하면서 남편에게 권해 볼게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친 후 나는 준이 어머니와 함께 통화로 기도했다.

준이와 준이 아빠, 그리고 이 가정을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만져가시는 가정, 그리고 준이의 마음에 있는 아픔과 상처들이 씻겨지기를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끝까지 인도하시길 소망하며 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이어갈 때마다 준이 어머니는 “아멘, 아멘!”하며 화답하고 있었다.

 

통화를 마치고 나니, 약 한 시간 가량이 지나고 있었다. 준이 어머니의 목소리는 평안을 찾은 듯했다. 긴 기도를 마친 후, 간헐적인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준이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생각할수록 하나님께 감사드려요. 오늘 이렇게, 이런 식으로, 이렇게 얘기 나누고, 기도하는 순간이 올 줄은 몰랐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