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 스승과 기독교사 제자
작성자
최*하
작성일
22.11.03
조회수
473

기독교사 스승과 기독교사 제자

 

저희 학교 오세요

L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선생님, 저희 학교 근처 교회 오셨다구요. 일 마치시고 꼭 저희 학교 오셔야 해요. 시간 되시나요?”

제자인 L선생님은 나처럼 기독교사의 삶을 살고 있는 선생님이다. L선생님의 요청은 계속되었다.

“선생님, 오셔서 기도도 한 번 해주시구요. 가능하시면 저희 제자들과 만나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나는 교회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L선생님이 근무하고 있는 B고등학교로 이동을 했다. 마침 학교가 교회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L선생님은 반색을 하며 나를 반겼다.

“선생님, 오늘 동아리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요, 아이들은 이미 마쳤구요. 저희 학급 아이들만 아직 남아 있어요. 선생님께서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 오셨다는 사실 그 자체가 영광예요. 너무 좋습니다.”

 

교직 첫 제자

L선생님은 내가 교직 생활에서 만난 첫 제자다.

나는 영등포 쪽에 있는 J고등학교에서 교직 첫 시작을 했었다. 그때 내가 고 2,3학년 학생들을 가르쳤었는데, 그중 한 학생이 L이었다. 그때 내 나이는 27살. 그래서 L과 나는 8살 차이가 난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때 나는 기도하는 기독교사가 아니었다. 신앙 자체가 없었다. 기독교사라는 이름도, 삶도 몰랐다. 내 나름대로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는 교사였고 아이들도 나를 좋아했지만, 사실 거의 매일 술에 빠져 살았고, 낭만을 무척 즐기는 시를 쓰는 국어교사였다.

모교인 영훈고로 와, 주님을 만나고 분주히 기독교사의 삶을 살던 때, L이 전화를 했었다. 자신이 J고등학교 때의 제자라고 하면서.

나는 L을 영훈고로 오게 해서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L선생님은 기독교사의 삶을 살고 있는 나를 언론에서 보도한 것을 보고, 놀람과 반가움으로 연락을 했었다고 했다. L선생님은 그전에 선교사로 살고 있었고, 그 후 한국에 돌아와 기독교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L선생님과 통화로 근황을 나누었다. 그리고 아이들 시험 기간 등 여유가 있을 때는 영훈고로 나를 찾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 등 여러 고민을 상의하기도 했다. L선생님은 기윤실 소속의 리더로도 활동하고 있었고, 아이들과 학교 안에서 기독동아리 큐티 모임도 하고 있었다.

나는 믿음의 선생님으로 열심히, 그리고 잘하고 있는 L선생님이 나의 제자라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고 생각할수록 기뻤다.

 

제자의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L선생님은 교정과 교실, 그리고 교실 앞의 작은 공간을 차례로 보여주었다. 기독교 학교의 모습이 완연히 드러나는 교정이었다. 그리고 교실에서도, 작은 공간에서도 기독교사로 살아가고 있는 예수님의 향기가 드러나고 있었다.

“선생님, 여기서 아이들과 큐티 모임을 하고 있어요.”

작은 공간에 들어가자 L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말씀을 가지고 나누는 선생님의 모습. 나 역시 그러한 삶을 살아왔기에, 그 헌신이 얼마나 수고가 따르는 지를 잘 알고 있다. 또한 가장 기쁜 순간이 말씀으로 아이들과 나누는 시간임을 잘 알고 있다. 그 기쁨을 누리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L선생님은 복도에서 만난 아이들과, 교실에 있는 아이들에게 나를 이렇게 소개했다.

“얘들아! 이분은 선생님의 선생님이야.”

잠시 어리둥절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L선생님은 다시 한 번 말했다.

“선생님이 고등학생 때, 내 국어를 가르치셨던 국어 선생님이라고~.”

그제서야 아이들은 놀라움의 반응을 보였다.

“와~, 헐~.”

L선생님은 다소 흥분한 상태인 것 같았다. 나와 아이들은 즐겁게 인사를 나누었다.

L선생님은 자신의 제자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했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제자가 담임을 맡고 있는 교실에서, 제자의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였다.

 

교무실에서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찾아간 곳은 도서실이었다. 사서 담당 선생님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그분은 L선생님이 나를 은사님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긴 일반적으로 퇴임을 한 선생님의 모습은 늙수그레하고, 연륜이 묻어나는 외모, 뭐~ 그런 것일텐데, 나는 사실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교무실 자신의 자리로 안내를 했다. 그리고 자기의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나는 왜 그런지 의아해하면서도 시키는대로 교무실 의자에 앉았다.

“선생님, 제가 소원이 있었는데 그것은 선생님께서 교무실 제 자리에 앉으셔서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거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셨으니까 기도해주세요. 선생님, 지금 제가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L선생님의 자리에 앉아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기독교사로 살아가는 사랑하는 제자가 기도하는 교사로서의 삶을 잘 살아가기를, 복음을 전하고 복음으로 사는 이 시대의 기독교사로 계속 쓰임 받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하는 나에게도, 함께 기도하는 L선생님에게도 하나님께서는 큰 기쁨과 감동을 부어주고 계셨다.

 

동역의 기독교사로 살리라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같은 비전을 스승인 나와 제자인 L에게 하나님께서 주셨다는 것이고, 그 비전이 또 현재의 제자들에게 계속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예수님의 제자들이 양육되어야 하는 사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현재의 상황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에 마음을 모았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우리의 인생은 ~ing야. 끝까지 소망을 잃지 말고 나아가도록 하자고. ”

밤을 새면서도 나눌 수 있는 하나님의 이야기, 학교 이야기, 복음의 이야기였다.

하나님께서는 스승인 나와 제자인 L선생님을 만나게 하시고, 동역의 길을 가도록 인도하고 계셨다. 특히 앞으로 제자들과 교사들을 위한 기도회, 예배 등의 여러 활동에 함께하기를 약속했다.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주는 차 안에서도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만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와 감동이 내 마음과 몸을 휘감고 있었다. 부족한 저와 사랑하는 제자 L선생님을 여기까지 인도하시고 사용하신 하나님, 앞으로도 우리를 이 시대의 하나님 나라의 동역자로 사용하실 그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할렐루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