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 살려주세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23.03.25
조회수
325

저희들 살려주세요

 

저희들 살려주세요

따사로운 봄날, 재단의 Bill님과 식사를 하러 북촌 뒷길을 걸어가던 중이었다. 춘삼월의 향연이 펼쳐지는 듯, 북촌에는 관광객이 더욱 늘어나고, 이곳저곳 기쁨과 즐거움의 소리가 가득한 날이었다.

안동교회 근처를 지나갈 무렵, 웬 여학생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살려주세요. 저희들 살려주세요.”

한 학교의 후문에 매달려있는 아이들을 자세히 보니, D여고 학생들 6명인데 아마 점심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Bill님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이렇게 말했다.

“가끔씩 아이들이 저렇게 교문에 매달려요. 그리고 살려달라고 해요.”

 

첫 모의고사 날예요

나는 불현듯 오늘이 3월 첫 모의학력평가 날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아이들은 1, 2교시를 마치고, 그 어느 때보다도 답답한 마음에 교문에 매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에 이끌린 듯이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얘들아, 안녕!”

나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살려주면 되겠니?”

아이들도 덩달아 웃으며 말했다.

“저희들 나가게 해주세요.”

“하하하, 그렇구나. 나가고 싶어서~. 음~~, 그런데 오늘 너희 첫 모의고사 보는 날이잖아. 그치?”

“네~~, 그런데 어떻게 아세요?”

그때 옆으로 온 Bill님이 말씀하셨다.

“아~, 이분은 목사님이시면서, 선생님이시기도 해. 국어 선생님.”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뜨고 이렇게 반응을 보였다.

“아~~! 정말요!”

 

기도해 주세요

교문을 가운데 두고 짧은 이야기가 오갔다. 학교를 퇴임하기 전인 작년 3월 이 무렵, 제자들과 학교에서 함께 나누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너희들 시험 보느라고 힘들겠다. 선생님이 너희들 위해 기도해줄까? 너희들 원하면 기도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

그때 아이들이 외쳤다.

“와~. 기도요? 좋아요. 기도해 주세요.”

여러 사람들이 오가는 길, 한낮, 나는 교문을 사이에 두고 기도했다. 아이들도 두 손을 모았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 길을 가다가 D여고 학생들과 함께 기도하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더욱이 ‘외부 차량 주차 금지’ 앞에서 이렇게 기도하는 모습을 하나님께서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ㅎㅎ, 우리 아이들, 오늘 첫 모의고사를 보는 중에 있습니다. ‘시험(test) 때문에 시험(temptation)에 들지 않게’ 하여주시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남은 시험 잘 보게 해주시고, 앞으로의 꿈과 비전도 잘 찾고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무엇보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의 사랑 안에 성장해 가는 우리 아이들 되게 도와주소서. 언제나 함께하시고 우리를 도우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기도 중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도 한마음으로 기도에 집중하고 있었다.

기도가 마치자 아이들은 “와~”하며 기쁨의 손뼉을 쳤다.

 

소망을 부어주시네요

잠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Bill님은 ‘오픈아이즈’에 대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수 년 전에 이 학교의 졸업생들이 재학중일 때 ‘어둠 속의 대화’ 등을 체험했다고 기억을 회상하며 말씀해주셨다. 나는 기독동아리가 학교에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아이들은 ‘없다’고 응답을 주었다.

나는 대화 중에 하나님의 마음을 감지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재단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기를 원하고 계셨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으로 학생들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께서는 다음세대 아이들에 대한 소망과 기대를 더욱 내 마음에 갖게 하셨다. 언제나 어느 곳에나 하나님께서 마음을 두신 곳에 예비해 놓으신 영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계속해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의 소리에 반응토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했다.

 

시험 때문에 시험에 들지 말자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가끔 교문에 매달리면 또 와서 기도해줄게. 힘내, 하하하.”

아이들도 그 말에 대답했다.

“네, 깔깔깔.”

“자, 그럼 우리, 짤로 인스타 한 번 가 보겠니?”

아이들은 또 소리쳤다.

“와, 인스타래. 좋아요~~.”

봄기운이 가득한 한낮의 오후에 가로 막힌 교문의 철문을 사이에 두고, 나와 Bill님, 그리고 아이들은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짤 영상을 남겼다. 그 영상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소리 높여 외쳤다.

“시험 때문에 시험에 들지 말자!”

“시험 때문에 시험에 들지 말자!”

 

기도 감사해요

한낮의 해프닝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이 땅의 청소년들이 곳곳에서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선생님, 우리 좀 살려주세요.”하는 소리가 지금도 들려온다. 그리고 이 아이들을 살리고자 애쓰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가득 담고 기독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기도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D여고 아이들과, 다음의 만남을 기대하며 발길을 돌렸다. 아이들은 여전히 교문에 매달리며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기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