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아이스크림을 보류합니다
작성자
최*하
작성일
23.08.28
조회수
128

사랑의 아이스크림을 보류합니다

 

모교인 영훈고를 얼마 전에 퇴임한 후 처음, 학생 채플에 말씀을 전하러 학교에 갔다.

교정, 운동장, 복도와 교실 등. 수십 년, 거의 평생을 영훈고에서 보낸 나이기에 어느 한 곳 어색하지 않고, 친숙하고 익숙했다.

영훈이 기독교학교가 되기 전의 교사 시절이나, 기독교학교가 된 후 교목으로 있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있었다. 장소와 환경은 변함이 없는데, 소속이 달라져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학년과 2학년 채플을 한 시간씩 사용하기로 했는데, 2학년과는 달리 1학년은 처음 만나는 아이들이었다. 나는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했다.

“뀨~~!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은 영훈고 51회입니다. 저는 7회 졸업생이구요. 조금 차이나죠?”

 

이렇게 시작된 1학년 제자, 아니 후배들과의 만남은 기쁨과 즐거움의 시간이었다. 2학년도 역시 그러했다. 나는 영훈고에 역사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그리고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금방 시간이 흘러버렸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다. 나는 웃으며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선배가 후배들에게 좋은게 있어요. 그것은 선배는 후배들을 만날 때 무엇인가 갖고 들어온다는 거죠. 그것을 선물이라고 하는데, 제가 오늘 들고 온 선물은 없지만, 드릴 것이 생각났습니다. 자~! 선물드릴 테니까 잘 들으세요.”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집중도는 최고였다. 나는 계속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 방과 후에 말이죠. 집에 가는 길에 학교 교문 옆 SS문구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줄거예요. 단, 제 이름을 분명히 말한 사람에게요. 꼭 아이스크림 한 개씩 먹기를 바랍니다. 제 선물예요.”

 

한 마디로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진짜인가 하는 듯한 눈빛, 그리고 다소의 웅성거림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들은 집에 가며, 아이스크림을 받아 갔다. 통일성을 기하여서 같은 종류로 주도록 SS문구점에 연락을 해 놓은 상태였다.

한 시간도 안 되어 20여만원 어치를 먹었다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작은 아이스크림 하나로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예전에 교사 생활을 할 때 가끔 이렇게 이벤트를 했었다.

더운 날, 농구를 하는 아이들에게 내 이름 대고 아이스크림을 먹도록 했는데, 무척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그때 순식간에 387,000원을 먹어서, 문구점 사장님이 걱정을 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다시 재현되고 있었다. 일차 아이스크림 값 계산을 한 후, 동료 선생님과 식사를 하고 왔는데, 문구점 아이스크림 박스 위에 주인이 써 놓은 이런 글귀가 있었다.

 

“최관하 선생님의 사랑의 아이스크림을 보류합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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