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마음이 약해져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23.09.08
조회수
127

자꾸 마음이 약해져요

 

S여고의 전교생 채플에 이어, 선교부 학생들의 수련회에 강의를 하러 갔다.

예의 여학생들은 밝다. 먼저 인사를 한다. 나도 웃으며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그리고 한 마디를 외쳤다.

“뀨!”

이 한 글자로 아이들과의 소통은 이루어진다.

처음에 당황하는 아이들도 있다. 나이 든 분이 자기들의 언어와 동작을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은,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자신들의 마음을 알고, 이해가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면 아이들은 바로 마음을 연다.

강의에 앞서 자리 정돈을 하고, 아직 도착하지 못한 아이들을 기다리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단발머리 여학생이 나에게 다가왔다. 예쁘장한 얼굴에 비해 얼굴빛은 창백했다. 염려가 있는 듯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어서 와. 무슨 할 얘기 있구나.”

여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는 3학년.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가정에서 자기만 신앙 생활을 해서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고민이 있으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선생님, 저는 언제나 물어볼 상대나 신앙 상담 같은 것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수는 믿음은 있지만 염려와 걱정이 많은 아이였고, 누군가 자기를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사람을 고대하는 아이였다.

 

지수는 내가 질문할 새도 없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저는 하나님을 사랑하는데요. 걱정이 많아요. 대학도, 미래도,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어요.”

계속 말을 하면서도 지수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 아이를 보는 내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아이의 이야기를 다 듣고 격려하며 기도했다. 저녁 강의 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아쉬웠지만, 연락을 나누기로 하고 강의에 들어갔다.

집에 돌아와 지수에게서 온 톡 내용을 확인했다.

“뀨이팅, 감사합니다. 오늘 선생님께 얘기들은 시간은 저에게 선물이었어요!!! 특히 기도는 생각날 때마다 하는 게 아니라 매일 강한 의지로 하는 거라는 말이 기억에 남네여ㅎㅎ. 강하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 갖기 위해 매일매일 기도하기 실천할게요!”

 

두 달 남짓 시간이 흘렀다.

더작은재단의 뮤지컬팀이 S여고에 들어갔다. 오픈아이즈 뮤지컬팀은 ‘복음’을 전하는 팀이다. 요즘에는 톨스토이의 원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공연하고 있다. 또한 뮤지컬 후에는 재단 사역자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한다. 게임도 하고, 출연한 뮤지컬 배우들과 토크를 하는 시간도 갖고, 선물도 준다.

S여고의 학생들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뮤지컬에 집중했다. 그리고 리액션도 최고였다. 나는 뮤지컬이 끝나갈 즈음, 지수에게 톡을 보냈다.

“샘, 와 있단다. 뒤에!”

“곧 갈게요.”

교실에서 뮤지컬을 보고 있던 지수가 강당으로 왔다. 밝게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강당 한 켠에 앉아 약 3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 가끔 보내주시는 연락이 큰 힘이 됐어요. 저는 이제 경영학과를 지원하려고 해요. 계속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믿음 없는 가족들 때문에 제가 힘든 게 아니라, 믿음 있는 저를 통해 가족들이 모두 예수님 믿게 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어요. 그래서 계속 기도하려구요~~.”

지수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흐르는 눈물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수에게 있었던 불안감이 기도로 바뀌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수를 아시고 앞길을 예비하신 주님께서 지수와 항상 함께 하시리라 믿는다.

 

“지수야~ 잘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