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이야기]뮤지컬 배우가 될 거예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24.03.05
조회수
36

전혀 예상치 못했을 때 반가운 사람을 만나거나 소식을 듣게 되면 무척 기쁘다. 더욱이 나처럼 교사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오래 전의 제자 소식을 듣는 것은 매우 즐겁고 반가운 일이다.

요즘은 SNS가 많이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페이스북 같은 방법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물론 원치 않는 사람이 나를 발견한다든가, 또는 내가 알게 된다든가 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계가 좋은 사람이 오랫동안 연락이 뜸하다가 페이스북을 통해 만남을 갖게 될 경우 그 기쁨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내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편지가 올라왔다.

“선생님~ 그간 안녕하셨나요?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영훈고 졸업생 광민입니다. 선생님께선 제가 고3때 저의 담임선생님이셨구요. 졸업 후 연락 한 번 못드리다 갑작스레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우연히 선생님 페이스북을 보게 되어 이렇게 짧게나마 인사드리려 합니다. 참 무심하고 못난 제자를 용서하세요. 제가 고3때 당시 저의 진로(연극영화과)에 대해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관심 가져주셨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실기 시험 보러 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전화해주셔서 기도해주시곤 하셨죠~”.

 

편지는 계속 이어졌다.

“~당시 제겐 믿음이 없었는데도 말예요. 선생님, 당시 전 열심히 노력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해 재수를 하게 되었고, 전 너무 큰 실망감과 선생님께 대한 죄송스런 마음에 대학 합격이 된 후 연락드리려 했지만, 세월에 묻혀 그때의 머뭇거림이 오늘까지 이어져 와 버렸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지나온 시간들 속에 제게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제가 주님을 영접하고 현재 선교사로 살고 있는 것이지요.

제게 예수님에 대한 작은 씨앗을 심어주신 분이 선생님이십니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질 않아 이렇게 페이스북을 통해서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직 영훈고에서 교직을 이어가고 계신지요? 만나뵈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알려주시면 꼭 찾아뵙고 제 안에 주님께서 행하신 일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선생님, 다시 한 번 너무나 감사드리고 뜬금없이 연락드린 못난 제자 용서하세요. 존경합니다. 선생님! 제자 용광민.”

 

제자 광민이.

2016년 그 당시, 나는 영훈고 3학년 2반 남학생 학급의 담임교사였다. 그 때 우리 반 학생 중의 한 명이 바로 광민이다.

광민이는 키가 작고 눈빛이 반짝거리는 꽤 잘 생긴 아이였다. 연극영화과를 정하고 열심히 노력했던 아이였다. 아이들과도 관계가 좋았고, 더욱이 우리 반 아이들이 돌아가며 썼던 모둠일기에 광민이는 자기가 앞으로 이루어나갈 꿈을 이렇게 적어 놓았었다.

 

“(전략) 난 배우가 꿈이란다. TV에 나오는 그런 연예인보다는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연극, 뮤지컬 배우가 꿈이다.(후략)”

 

하지만 광민이는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예수님을 영접하고, 또 선교사가 되었다니.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 그리고 응답하심에 감사했다. 광민이는 현재 '더북', '요한복음' 등으로 유명한 극단 [광야]의 연출가 및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일반적인 연출이나 배우가 아니라, 예술 선교사가 된 것이다. 더욱이 아내도 함께 동역을 하고 있어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믿지 않는 아이들을 무작정 기도할 수 없는 학교 현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일하시면 못할 것이 없기에 기도하게 하시며 때에 따라 열매를 맺어가는 하나님을 광민이를 통해 다시 한 번 발견하게 하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광민이가 보내온 편지 중 이런 표현이 있다.

“지나온 시간들 속에 제게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제가 주님을 영접하고 현재 선교사로 살고 있는 것이지요. 제게 예수님에 대한 작은 씨앗을 심어주신 분이 선생님이십니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울컥했다.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교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더욱 감사했다. 또 한 명의 광민이가 오늘도 있고, 내일도 있기에 한 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복음의 행진, 그 사명을 불어넣어주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 우리가 나아가는 길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주신 지식만을 전달하는 지식전달자에서 벗어나 영혼을 살리는 사명자로 기도하는 교사들이 섬기며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교사로 산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기도하는 교사로 사는 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품은 교사 사명자로 사는 것이기에 더욱 큰 축복이다.”

나의 믿음이 하나님이 필요할 때만 찾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금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알고 듣고 행할 줄 아는 믿음으로 나아가는 교사 사명자이길 소망하며 다시 한 번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