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이야기] 걸어서 등교하고 있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24.03.10
조회수
34

걸어서 등교하고 있어요

 

퇴근한 이후에 한 통의 문자가 들어왔다.

“선생님, 저 상담 좀 해주실 수 있어요?”

문자의 주인공은 내가 작년에 수업을 했던 남학생 재혁(가명)이었다.

“응, 재혁아, 당연하지. 내일 점심 시간에 볼까?”

“네, 선생님.”

‘재혁이에게 무슨 일이 있나?’ 생각하며, 일 년 전의 재혁이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조용히 생활했던 아이, 다소 힘이 없어보이던 아이로 기억되었다. 나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내일의 만남 가운데 성령님께서 함께 하시길 소망하며 잠시 기도를 드렸다.

 

재혁이는 점심 시간에 나를 찾아왔다. 어제 떠올렸던 대로 재혁이는 힘이 없고, 조용한 모습 그대로였다.

“응, 재혁아. 어서 와. 이제 2학년이 되었구나.”

“네, 선생님.”

나는 분위기를 밝게 하며 말했다.

“그래, 재혁아.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 기대가 되는데~.”

재혁이의 표정이 다소 굳어지는가 했더니, 이내 평안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 선생님. 사실은 제가 몸이 좀 아파요.”

나는 흠칫 놀라며 되물었다.

“응? 몸이. 그랬었니?”

 

재혁이는 이어서 말했다.

“작년에 선생님께서 혼자 외로워하지 말고, 혼자 고민하지 말고 언제든지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자고 하셨잖아요. 선생님 명함에도 그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구요. 그 명함 계속 가지고 다녔거든요. 작년에도 찾아 뵐까 했는데, 용기가 없었어요. 그런데 2학년 되니까 너무 힘이 들어서요. 몸도 안 좋고, 집도 그렇고~, 꼭 찾아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이어서 말했다.

“그랬구나. 재혁아. 연락 잘 했어. 그런데 무슨 병이 있는거니?”

“네, 선생님. 저~ 심장병예요.”

“심장병?”

“네, 그런데~ 저희 아버지도 심장병예요?”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아이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하며 왔는데, 작년에 재혁이가 이런 병이 있고, 이런 가정 환경에서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재혁이와 대화를 계속했다. 재혁이는 말을 잘 이어가고 있었다.

“꽤 오래되었어요. 아버지도, 저도요. 3,4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진료 받고 오구요. 그런데 그동안 아버지하고 저하고 병원비, 치료비하고, 또 빚도 많아가지고, 사는 게 힘들어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데, 따로 살고 계셔요. 엄마는 따로 하는 일이 없구요. 동생은 학생이구요.”

나는 재혁이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띤 상태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재혁이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렇구나. 재혁아. 빚이 얼마나 되니?”

“한 5억 정도요.”

 

나의 눈이 커졌다.

“5억이라구?”

“네.”

“아니, 어떻게 5억을~ 그리고 그 빚을 어떻게 갚고 있는거야?”

“처음에는 검사하는 데만 1억 가까이 든 적도 있어서요. 또 아빠랑 저랑 두 명이어서요. 다른 사람들에게 빌린 돈도 많아서 합치면 그 정도 된대요.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갚기는 어렵지만~. 그래서 제가 조금씩 모으고 있어요.”

“응? 네가? 모으다니, 어떻게?”

재혁이와 나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나갔다.

“용돈 절대 쓰지 않구요.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다니구요. 돈 쓰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한 달에 매월 갚아야 하는 돈만 이삼천만원 정도거든요. 그런데 사실 못 갚기는 해요. 계속 빚예요.”

내 머릿속에는 다른 말보다 재혁이가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다닌다는 말이 스쳐갔다.

“집이 어딘데, 학교까지 매일 걸어다니는 거니?”

“번동예요.”

“번동? 번동이면 우리 학교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

“네, 한 40분 가량 걸려요. 제 걸음으로 걸으면요.”

 

재혁이가 등하교 시간에 운동 삼아 걷는다든가, 시간이 충분해 걷는다든가 하는 이유였다면 내 마음이 안타깝지는 않았을 것이다. 재혁이는 돈이 없는 환경 때문에 40분가량을 걸어 등하교를 하고 있었고, 그것도 매일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재혁아, 발 아프지 않니? 사실 네가 걸어다니고 싶어서 걷는 것은 아닌 거잖아.”

“네, 그럼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구요. 발 아프면 병원에 가서 마사지 받아요. 약물 투여만 안하고 마사지만 받으면 저는 그냥 공짜로 해주세요. 법으로 저희 가정이 그렇게 되어 있나 봐요. 아프면 마사지 받고, 걷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나는 재혁이의 눈을 보며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했다.

“재혁아, 너 참 기특한 아이다. 인내심도 대단하고. 요즘 40분씩 걸어다니는 게 너희들한테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해. 부모님 생각도 그렇게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네 이야기를 자세하게 나에게 해주어 고마워.”

재혁이도 나의 눈을 또렷이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재혁아, 그런데 네 이야기를 듣다보니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어. 네가 5억이라는 빚에 묶여 있으면 항상 힘들다는거야.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액수이기도 하고. 그리고 네가 차비를 아껴 조금이라도 갚아가려는 마음은 정말 기특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사실 평생 모아도 모으기 힘든 금액일 수도 있잖니? 이렇게 생각해 봐. 네가 걸어다니다가 다리가 잘못된다든가 하면, 아끼는 돈보다 더 큰 돈이 들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부모님에게 더 큰 부담이 되는거고, 그래서 말인데, 네가 정상적으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정상적으로 학교 생활을 하고. 힘차게 말야. 너, 내가 알기로 교회도 나가는 아이로 알고 있는데 맞니?”

 

재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하나님께 더욱 기도하며 나아가면 좋을 것 같아. 넌 기도할 수 있는 아이잖아. 상황이 당장 변하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너에게 더욱 힘을 주실거야. 또 하나님께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실 수도 있는 분이니까. 그러니까 더욱 하나님께 매달리며 기도하자. 나도 너와 네 아버지 그리고 가정을 위해 매일 기도할게.”

나는 재혁이를 붙잡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재혁이와 가족들에게 위로와 평강을 주시길 기도했다. 그리고 재혁이와 아버지가 심장병의 고통에서 해방되고, 물질적으로도 해결되기를 위하여 기도했다. 한동안 기도는 계속되었고, 재혁이와 나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을 맛보고 있었다.

기도를 마친 후 나는 재혁이에게 말했다.

“재혁아,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있어. 이렇게 하면 좋겠다. 일단 네 교통비는 선생님이 계속 후원하는 걸로 하자. T-money 있지? 충전하는 거는 내가 감당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신 약속 한 가지 하자. 오늘부터는 정상적으로 버스나 지하철로 등하교 하는거야. 응? 그리고 이런 것 때문에 주눅 들지 말고, 힘차게 기도하며 헤쳐나가기로 하는거. 나도 이제 네 상황을 더 잘 알게 되었으니까 기도 더 하면서 도울 길을 찾아볼게. 어때?”

재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재혁이의 눈빛에는 나를 찾아왔을 때와는 다른 생기가 감돌았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활력과 힘, 생기를 경험하는 재혁이의 눈빛을 보는 나의 마음에도 동일한 하나님의 따사로움이 풍성하게 넘치고 있었다.

 

재혁이에 대한 기도를 시작하고 동역자들에게 기도 요청을 드린 후, 하나님께서는 놀라운 은 혜를 재혁이와 가정에 부어주고 계셨다.

먼저 재혁이의 변화였다. 재혁이가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 지난 번에 감사했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래 요즘엔 어떻게 등하교 하고 있니? 또 걸어다니는 거 아냐?”

재혁이도 웃으며 말했다.

“아녜요, 선생님. 버스 잘 타고 다녀요.”

그러고보니 재혁이의 표정이 매우 밝아져 있었다.

“엄마도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세요.”

재혁이는 무척 즐겁고 기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요. 선생님. 제가 작년 설날부터 세뱃돈하고요, 용돈 생긴 것 하나도 안 쓰고 얼마 전에 부모님 다 드렸는데, 너무 기뻐하셨어요.”

“네가? 1년 넘게 말야? 그걸 다 모았다고? 걸어다니면서?”

“네~.”

“얼마나 모았는데?”

“70만원요.”

나는 재혁이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얜 모야? 참~ 나. 이렇게 기특한 녀석이 있나~.’ 하는 생각에 말이다.

 

이른 아침 1교시에 교장실에서 회의를 마치고, 교목실로 내려오는 데 한 선생님이 교목실 앞 복도에 있었다. 지나가는 선생님인가 했더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했다.

선생님은 나를 보더니 반색을 했다.

“선생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 선생님의 눈망울엔 눈물이 그득 고여 있었다.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교목실 문을 열었다.

“선생님. 아침 일찍 무슨 일 있으세요? 눈물이 가득하네~.”

“아뇨, 선생님. 그 기도 요청 주신 것 읽고, 그 때부터 가슴이 먹먹하고 그래서요. 어제 재혁이 위해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조금이라도 후원하라고 하셔서요.”

재혁이 이야기였다. 하나님께서는 재혁이를 격려하고 축복하고 계셨다.

선생님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그마한 엽서를 주셨다. 겉에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친구에게’라는 글이 적혀 있었고, 밀봉되어 있었다.

눈물을 닦으랴, 말을 이어가랴, 그 선생님은 금액이 작다며 부끄러움마저 든다며 어쩔 줄 몰라 했지만, 나는 하나님의 마음과 진한 감동을 맛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사랑의 마음을 갖게 하시고, 실천토록 하시는 하나님께서, 재혁이를 돕고자 하는 분들을 예비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방과 후에 그 물질이 담겨 있는 엽서를 재혁이에게 건넸다. 재혁이는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며 어리둥절했다.

“재혁아, 하나님께서 너를 정말 축복하시는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네 이름의 통장 계좌번호를 나에게 알려다오. 내가 가까운 기도하는 분들에게 기도 요청을 드렸는데, 조금이라도 너를 위해 돕고 기도하길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 물질적으로도 후원을 원하시는 분들도. 그러니까 그 선생님처럼 이렇게 갖고 오시면 내가 전해주겠지만, 먼 데 계신 분들은 직접 너에게 보내주시도록 할 테니까 말야.”

재혁이는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사진 찍은 통장 사본을 보내왔다.

아침의 한 선생님의 헌신. 그것이 오병이어가 되는 것처럼 생각되는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청소년 자녀를 둔 어떤 자매님, 아버지학교의 동역자 형제님, 기독교사 선생님, 누군지 알지 못하는 미용실 원장님, 그리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부모님 등 십여 곳에서 재혁이를 돕고 싶은 마음을 전해왔다.

나는 그분들이 어떤 분인지 확인한 후, 재혁이의 계좌번호를 알려드렸다.

 

점심 시간에 재혁이가 찾아왔다.

“선생님, 선생님. 이게 무슨 일예요?”

나는 흠칫 몰라며 물었다.

“응? 왜? 재혁아, 무슨 일이라니?”

재혁이의 눈이 예전보다 커진 듯 했다. 생기도 더욱 도는 듯 했다.

“선생님, 그저께 계좌 번호 알려달라고 하셨잖아요.”

“응, 그랬지? 그런데 왜?”

“이틀 동안 여기저기서 돈이 들어와서요. 가족들도 깜짝 놀라고 있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래서 무슨 일 났다고 한거야?”

“네, 선생님.”

“그래, 정말 놀라운 일인 건 맞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 너를 정말 축복하신다는 거네. 하하, 이틀 동안 얼마 정도 되니?”

“한 90만원 정도예요.”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행하시고,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시고, 재혁이를 한껏 축복하고 계셨다. 나는 재혁이를 붙잡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마쳤는데 재혁이가 말했다.

“선생님, 저희 엄마가 통화하고 싶으시대요.”

그리고 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바꿔주었다.

“선생님, 재혁이 엄마입니다. 선생님, 이게 정말 무슨 일인가요? 어떻게 이런 일이~ 정말 감사합니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재혁이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어머니. 재혁이를 하나님께서 많이 축복하시나봐요. 어머니도 많이 힘드시겠지만, 힘내셔요. 하나님 믿는 믿음으로 이겨내시길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힘주실 거예요.”

 

하나님께서는 이 가정을 끝까지 책임져주시리라 믿는다.

가정의 생계로 인해 믿음이 있으면서도 교회를 다니기 어려운 이 가정, 재혁이의 부모님을 특별히 붙잡아주시길 기도한다. 이 상황에서도 하나님 앞에 나아가 기도하며 최선을 다하는 재혁이의 기도를 주님께서 들어주시리라 믿는다. 이 가정에 하나님의 치유와 회복, 문제 해결의 놀라운 일이 이루어지길 기도한다.

오늘 부활절 예배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영훈오륜교회(학교 교회)의 한 자매님께서 오셨다.

“목사님, 재혁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적지만 전해주셔요.”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재혁이와 이 가정을 통한 놀라운 일을 진행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분명한 뜻이 있으리라 믿는다.

부활의 생기가, 그 활력과 그 기쁨이, 사랑하는 재혁이와 가정에, 특별히 그 아버지에게, 또한 기도하며 돕는 후원자 모든 분들에게 함께 하시길 이 시간 감사함으로 기도한다.

 

지난 부활주일 전에 영훈고 제자 재혁이와 재혁이 가정의 기도 제목을, 기도하는 동역자들에게 공유했었다. 재혁이도, 그의 아버지도 오랫동안 심장병을 앓고 있는지라,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무척 어렵다는 사실과, 그리고 재혁이 어머니가 혼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있었기에, 이 가정에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놓고 기도를 부탁했다.

많은 분들이 기도하겠다고 연락이 왔고, 그 가운데는 물질로 후원을 하고 싶다는 뜻을 표하는 분들도 있었다. 나는 재혁이의 통장 계좌를 알아서 보내드렸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직접 전달해주기도 하였다. 내가 알고 있는 후원자들은 다음과 같다.

0우 가정, 기0오, 김0성, 심0형, 박0민, 박0현, 유0성, 민0 가정, 아버지학교 형제, 0람 가정, 황0미, 0연 가정, 0은 가정, 승0 가정 등이었다.

이외에도 직접 재혁이를 후원하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재혁이가 나를 찾아왔다. 재혁이는 그 어느 때보다 밝아 있었다. 심한 운동을 하기가 힘들고, 피로가 쉽게 찾아오지만, 요즘 생활이 꽤 괜찮다고 했다.

“밥 먹을까?”

재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과 후 좀 이른 시간이지만, 저녁을 먹기로 했다.

“재혁이는 무엇을 잘 먹니?”

“저는 밥 좋아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고기가 아니고?”

재혁이도 웃으며 말했다.

“네, 선생님. 고기는 소화가 잘 안 돼요. 면도 안 좋구요. 그래서 그냥 밥이 좋아요.”

나는 재혁이를 데리고 학교 근처에 있는 밥집으로 데려갔다.

 

그날 백반에 미역국이 있었다.

“저 미역국 좋아해요.”

미역국을 주문했다.

재혁이와 미역이. 왠지 청소년과 맞지 않는 음식 같은데, 재혁이는 고개를 미역국 그릇에 묻다시피 하고 먹고 있었다.

‘배가 고팠던 탓일까. 아니면 미역국을 너무 좋아해서. 며칠 굶었나.’ 

여러 생각들이 스쳐 가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순간 내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이렇게 심장병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의 앞으로의 모습이 투영되어서일까. 먹는 모습이 너무 애잔해서일까. 먹을 때 유난히 힘이 없어 보이는 재혁이와 눈이 마주칠까봐 얼른 눈물을 감추고, 일부러 웃음 띤 얼굴로 재혁이에게 말했다.

“재혁이 생각보다 잘 먹는데, 한 그릇 더 먹을래?”

재혁이는 고개를 들더니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도 돼요?”

미역국이 나오자, 재혁이는 또 국그릇에 머리를 묻고 먹기 시작했다.

 

재혁이가 식사를 다 한 후에 물었다.

“선생님, 그런데 제 통장에 돈이 많이 들어왔어요. 한 달 새에 120만원이나요. 여러 분이 보내셨다는데, 그분들이 다 누구신가요? 엄마가 너무 감사하시대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재혁아. 모두 다 기도하시는 분들이야. 나도 모르는 분들이 있어. 하지만 하나님께서마음주셔서 너를 도우신 분들이니까, 그분들에게도 감사하고, 하나님께도 감사해야겠지?”

재혁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선생님. 저도 나중에 꼭 어려운 사람들 도와가며 살 거예요. 통장에 들어온 돈은 찾아서 엄마 드렸어요. 엄마가 요즘 힘들어 하셨는데, 돈도 돈이지만, 도와주신 분들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힘이 나신대요. 선생님, 우리 가족이 요즘 힘들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즐거워진 것 같아요.”

재혁이가 이렇게 말이 많았던가 싶게, 말을 참 잘하고 또 많이 하고 있었다. 그만큼 재혁이는 마음이 편해지고, 또 힘을 얻은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재혁이를 붙잡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려드렸다.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재혁이를 만나게 하시고, 또 기도하게 하신 하나님께서, 동역자를 붙여주시고, 기도와 후원으로 돕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 올려드립니다.

재혁이와 아빠, 엄마 그 가정이 힘을 얻게 하시고, 특히 이 모든 과정을 하나님께서 하신 것임을 알고, 증거하며 살아가는 삶이 되도록 인도하여주시옵소서.

재혁이와 이 가정을 위해 기도하시는 분들, 물질로 후원하시는 분들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부어주시옵소서. 재혁이와 아빠에게 건강 온전히 더하실 줄로 믿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