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두 딸과의 일대일 데이트
작성자
최*하
작성일
24.07.08
조회수
166

두 딸과의 일대일 데이트

 

2002년 두란노아버지학교를 지원하고 수료했을 때, 큰딸 다솜이는 초등학생이었고, 둘째 다빈이는 유치원생이었다. 아버지학교에서는 매주 숙제를 내주었는데, 자녀와 ‘일대일 데이트’를 하면서 아빠가 쓴 ‘자녀가 사랑스러운 스무 가지 이유’를 자녀에게 읽어주는 것이다.

둘째 다빈이는 그때 무척 어려서 놀이터에서 같이 노는 것으로 대신했던 것 같다. 물론 ‘다빈이가 사랑스러운 스무 가지 이유’는 읽어주었다.

그리고 큰딸 다솜이에게는 이렇게 물었었다.

“다솜아, 아빠랑 특별히 하고 싶은 거 있어?”

“노래방 가고 싶어.”

나는 날짜를 정하고 다솜이와 둘이 신촌에 있는 노래방에 갔었다. 그리고 초등학생 딸 아이가 주문한 만화 영화 관련 노래를 계속 틀어주었다. 그 때 나는 발견했다. 딸 아이가 노래할 때는 입모양이 나팔꽃 같다는 것을.

 

다솜이, 다빈이가 이제 30살, 27살이 되었다.

잘 성장한 딸 아이들. 다솜이는 ‘초록우산재단’에서, 다빈이는 연희동 ‘차다필라테스’ 원장님이 되었다. 무엇보다 섬기는 교회의 청년부에서, 그리고 교회 학교 교사 등으로 잘 섬기고 있었고, 해마다 선교도 빠지지 않고 다녀왔다.

금년 들어 두 딸이 고민을 했다.

“교회에서 여름에 아프리카 선교가 있어서 가고는 싶은데 어찌해야 할까 고민 중이고 기도하고 있어.”

그리고 다솜이는 회사를, 다빈이는 필라테스의 날짜와 일정을 조율해서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에 선교를 가기로 결정했다.

 

다솜이는 9일부터 20일까지로 예정된 선교 출발 전, 재단과 교회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늦게 귀가하곤 했다. 다빈이도 미리 해야할 일과, 다녀와서 할 일을 구분하고, 회원들께도 잘 안내하고 있었다.

선교 기도 편지를 썼고 가까운 분들에게 기도 부탁을 드렸다. 그때 나는 두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솜아, 다빈아. 계좌번호 없이 기도 제목만 적어서 보내렴. 기도가 우선이야. 그리고 진짜 기도하는 분들은 하나님께서 마음 주셔서 움직이게 하신단다~~.”

내 말을 참고해서 두 딸은 계좌번호 없는 것을 만들었다. 그리고 출발 일주일 전, 계좌번호 있는 것도 만들어,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적절히 사용하고 있었다.

 

두 딸의 모습을 보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두 딸과 일대일 데이트를 해 본 것이 언제지? 다솜이는 결혼 얘기도 꺼내는데, 이러다 결혼하기 전에 데이트 한 번 하기도 어려운 것 아닌가?’

가족들과는 여름, 겨울 여행도 가고, 필라테스도 함께하고, 쇼핑도 이따금 다니고 있기에 소원한 상태는 아니지만, 문득 20여 년 전 아버지학교 숙제로 아이들과 일대일 데이트를 한 것이 생각난 것이다.

‘더욱이 선교 가면 2주는 못 보는데, 그 전에 일대일 데이트 신청을 해야겠다.’

마음에 결심을 하고, 다솜이는 퇴근 후 북촌에서, 다빈이는 쇼핑몰에서 다른 날을 정해 만났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꼭 나누고자 하는 목적성 있는 이야기의 주제도 없었다. 그냥 아빠와 딸로서 밥 먹고, 차 마셨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진도 찍었다. 쇼핑하면서 필요한 것 사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인생 네 컷 사진도 찍었다. 그냥 웃었고, 깔깔댔다. 그냥 그렇게 있는게 참 좋았다. 아마 아빠와 딸, 혈육이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자녀를 하나님께서 키워가시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더욱이 원뿌리의 상처를 가진 나와 아내를 하나님께서 만나주시고, 두 딸에게 원뿌리가 되도록 아버지학교와 어머니학교를 통해 새롭게 하시며 사용해가시는 삶을 반추해 보게 된다.

사랑하는 두 딸이 믿음의 자녀로, 믿음의 청년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커가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나님의 이름과 나라를 위해 2주간의 아프리카 선교 잘 마치고 돌아오길 기도하며 이 글을 쓴다.

다솜이와 다빈이, 그리고 우리 가족을 통해 영광 받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