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부성
작성자
김*영
작성일
08.09.06
조회수
1899

말기 췌장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컴퓨터공학 교수 랜디 포시(47). 2007년 9월18일 피츠버그 캠퍼스에서 학생과 동료 교수 등 400명을 앞에 두고 펼친 그의 '마지막 강의'는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전파돼 세계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눈물짓게 했다.



그의 강의는 죽음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장애물을 헤쳐 나가는 방법, 다른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돕는 방법, 모든 순간을 값지게 사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그는 "나 자신을 병 속에 집어넣어 언젠가 그 병이 해변에 닿아 아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모든 부모들은 자녀에게 옳고 그름과 현명함에 관해, 살면서 부닥치게 될 장애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싶어한다. 나의 마지막 강의는 나의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죽음마저 담담하게 받아들인 그도 가족을 두고 갈 생각에 샤워를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아이들이 커 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아버지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퍼서였다. 자신이 잃는 것보다 그들이 잃을 것에 더 집착했다. 그러나 그는 돌아가신 부모님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면 세월이 흘러도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에 대한 아이들의 기억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쉽게 잊혀지지 않을 일들을 시도했다. 아들과 함께 돌고래와 헤엄치는 체험여행을 한 것도, 디즈니월드로 여행을 떠난 것도 그런 소망 때문이었다.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마지막 강의'란 책을 쓴 것도 '앞으로 30년 동안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을 3개월 만에 하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다. 그는 자녀들과 잠시라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매일 1시간씩 반드시 해야 하는 자전거 운동 시간에 헤드셋을 쓰고 휴대전화로 53일간 원고를 구술했다.



포시는 2006년 8월 완치가 불가능한 췌장암 진단에 몇 차례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았지만, 이듬해 암세포가 간과 비장 등에까지 퍼져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는 2008년 7월25일, 세 자녀에게 '마지막 강의'를 선물로 남기고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 세상에 어떤 지혜를 남길 수 있을까.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생명보험에 들듯 '감정의 보험'에 들라고 충고하고 싶다. 감정보험의 보험료는 돈이 아닌 시간으로 지불된다. 보험료를 내는 방법의 하나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비디오를 찍는 데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다. 가족이 어떻게 웃고 즐겼는지 추억의 시간이 기록되며 먼 훗날 남은 가족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