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거리를 유지하는 관계

가까이 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관계를 뜻하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간섭받지 않을 정도로 멀리 있다가도 필요한 때에는 도움을 받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현대인들의 인간관계를 잘 보여주는 말인 듯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적절한 거리를 두는 그리스도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식으로 적절한 거리를 두고 교회에 다니며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같은 하나님을 믿고 같은 고백을 하는 성도들과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이런 관계 속에는 참된 사랑이 없습니다.

적절한 거리를 두어서 너무 깊이 관여하지 말자는 생각은, 머리에서 나온 ‘계산’입니다. 머리로 사람을 이해하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게 됩니다. 이 관계가 득이 될지, 해가 될지를 따집니다. 득이라면 어느 정도 득이 될까 계산하기 바쁩니다. 뭐든지 계산하려 들기 때문에 자신과는 다른 관점과 가치,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생각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방해물로만 여깁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 이야기가 머리에서 맴돌 뿐 가슴으로는 내려가지 않습니다. 가슴으로 듣지 않으니 판단하고 비판할 줄만 압니다. 진심으로 아파하며 기도할 생각은 아예 하지 못합니다.

머리로만 관계하는 사람의 삶은 늘 똑같습니다. 영향력을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기 때문에 변할 리 없습니다. 진심어린 충고도 머리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에 삶에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달라지는 것 없이 머리만 쓰기 때문에, 결국은 상대하기 피곤한 사람이 됩니다. 만나면 머리만 복잡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머리로는 결코 관계할 수 없습니다. 관계는 오직 가슴으로 맺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머리로 관계 맺는 분이셨다면, 우리를 위해 십자가 지셨겠습니까? 예수님이 계산하는 분이셨다면 구원의 은혜를 누리는 사람이 우리 중에 몇이나 있었겠습니까?

조금 자존심이 상하고 체면이 구겨지더라도 가슴으로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가슴으로 관계하십시오. 상대의 마음을 느끼고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에 까지 다가가십시오. 주님은 그런 관계에 함께 하십니다.

김형준지음 하나님께 돌아오는 연습 112